일본 여행, 아오시마는 안 가봤지?
독특한 바위가 둘러싼 신비의 섬, 아오시마. 그곳에는 열대 우림 속 신들이 숨겨둔 보물이 가득하다.
신화 속 무대
아오시마 青島
미야자키 시내에서 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 둘레가 1.5km밖에 되지 않아 30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규모이지만 존재감만큼은 어느 명소에도 뒤지지 않는다. 아오시마 신사 소유의 성역으로서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천혜의 보물이 가득하기 때문. 과거에는 타 지역 사람은 출입조차 금지될 정도였다. 다만, 물이 빠져 걸어서 섬으로 갈 수 있는 음력 3월에는 '섬 열리는 날 축제'가 열려 이 기간에만 일반인 출입이 허용되었다. 1737년 이후부터 일반인이 자유롭게 섬을 드나들 수 있게 되면서 미야자키 현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아오시마를 방문하기 위해 썰물 때를 기다리거나 배를 타야 하느냐. 다행히 지금은 육지의 아오시마 비치 파크와 다리로 연결돼 도보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아오시마는 섬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일본 건국신화의 무대로 전해 내려오는 유서 깊은 곳이자, 도깨비 빨래판鬼の洗濯岩이라 불리는 희귀한 형태의 바위가 섬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를 제외한 땅에는 아열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무려 4300그루의 빈랑나무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으며 이 중에는 3백 년이 훌쩍 넘는 나무도 있다.
워낙 신비로운 곳이라 찾아가려면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교통편이 잘 연결되어 있다. 미야자키 시내에서 자동차나 버스로 찾아갈 수 있으며 자동차로는 30분 이내, 버스로는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환상적인 암석의 향연
도깨비 빨래판 鬼の洗濯岩
아오시마가 관광 명소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이유에는 신화 속 무대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섬을 둘러싼 독특한 형태의 암석 덕분이기도 하다. 한 줄로 뻗은 거대한 바위가 겹겹이 이어져 있는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다. 마치 사람이 만든 것 같이 일정한 간격과 결로 다듬어져 있지만 신기하게도 자연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약 700만 년 전, 수성암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층을 이루며 쌓였는데, 파도가 수천 년간 쓸고 닦는 동안 부드러운 퇴적물은 깎여 나가고 단단한 사암만 남아 빨래판을 닮은 형태를 갖추게 된 것. 규모가 크다 보니 ‘도깨비 빨래판’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진으로 보면 신기하고 아름다운 정도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비현실적인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푸른빛으로 넘실대는 남규슈의 바다와 대조되어 환상적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아오시마와 니치난 해안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소중한 풍경이다.
도깨비 빨래판은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음에도 자유롭게 걷고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름이면 암석 사이에 생긴 물웅덩이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 물웅덩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조 사이에 숨어있는 다양한 해양 생물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단단한 바위가 불규칙 적으로 솟아있는 부분이 있으니 발을 디딜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오시마에 간다고 해서 아무 때나 도깨비 빨래판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이 차오르면 바다에 잠겨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 방문 전 미리 밀물과 썰물 때를 확인해 두자. 간조 시간대에 맞춰 방문하면 100m 앞바다까지 선명하게 드러난 도깨비 빨래판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랑의 신이 잠든 곳
아오시마 신사 靑島神社
아오시마 신사는 섬 중앙에 위치해 있다. 섬 전체가 울창한 아열대 식물로 덮여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섬 입구에 자리한 커다란 토리이로 이곳에 신사가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이 토리이는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두고 있으며 일출 때면 토리이 너머로 붉게 번져오는 해가 장관을 연출해 사진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토리이를 지나 안쪽 깊숙이 들어서야 숲 안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붉은 신사가 귀중한 모습을 드러낸다.
신사 본전으로 향하는 길은 독특하게도 새하얀 모래가 깔려 있다. 모래가 쌓여 형성된 아오시마의 지리적 특징이다. 자세히 보면 귀여운 조개껍질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이 또한 바다에 떠있는 신사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다. 입구에 닿기 전, 왼편에 용 조각상과 물이 담긴 그릇이 있는데 이곳에서 손을 씻어야 본전에 들어갈 수 있다. 본전은 아담하지만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일본 신화 <야마유키히코와 토요타마히메>에 등장하는 천신 히코호호데미노미코토彦火火出見命와 해신 도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 부부를 모신 곳이다. 부부가 이곳 아오시마에서 결혼하여 사랑을 키웠다고 전해져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순산을 기원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현지에서는 결혼식을 위한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 운이 좋으면 전통 의복을 차려입은 신랑 신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오시마 신사가 창건된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지만, 헤이안 시대의 전기 <휴우가 토산日向土産>에 등장했던 것으로 보아 82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추측하고 있다. 지금의 모습은 1974년에 재건된 것. 지금은 많은 참배객이 방문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아오시마 전체가 신성한 장소라 여겨 한정된 사람만이 참배를 할 수 있었다.
본전 옆에는 참배객의 소원으로 이뤄진 터널이 눈길을 끈다. 언뜻 보면 나무로 만든 평범한 터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나무판에 제각각의 소원이 적혀 있다. 길은 무성한 아열대 식물림으로 이어지는데 ‘오나리토오리’라 불리는 길이다. 이 길을 지나야 정글 숲에 비밀스레 자리한 원궁을 만날 수 있다. 원궁은 2천 년 전 토기와 구슬 등이 다량으로 출토돼 고대 제사가 거행된 장소로 추측하고 있다. 아오시마 중에서도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공간이다. 원궁 옆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대한 나무가 뻗어있는데 5색의 코요리(종이를 찢어 끈으로 만든 것)로 소원을 비는 부부비로야자나무다.
신사 내에서 열대 우림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아오시마에는 규슈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토착 동식물이 500여 종이나 돼 이를 관찰하기 위해 찾아오는 여행자들도 적지 않다. 신사 안쪽에서 바깥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산책하듯 걷다 보면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신기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국의 정취가 물씬한
아오시마 비치 파크 Aoshima Beach Park
아오시마와 마주한 육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섬과는 다리로 연결돼 있다. 신비로운 자연 절경과 신사를 보기 위해 아오시마를 찾는다면, 아오시마 비치 파크는 휴양이나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특히 서퍼들이 일본 전역에서 몰려드는데, 일본의 모든 열도를 통틀어 가장 양질의 파도가 꾸준히 밀려오는 명당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섬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다 보면 바다 위에서 서핑이나 패러세일링, 요트 등을 즐기고 있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몇몇 이들은 패들 보트에 누워 멍하니 이오시마의 전경을 감상하기도 한다. 태평양에서 흘러 들어오는 난류 덕분에 5월부터 바닷물이 따뜻해 거의 세 계절 동안 해수욕과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맨몸으로 방문했다고 쉽게 포기하진 말자. 서핑 학교 여러 곳이 해안가를 따라 자리해 있으며 웨트슈트나 보드 등을 대여할 수 있다. 코칭 패키지를 구매하면 코칭은 물론, 웨트슈트, 보드, 부속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직원 대부분이 간단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다.
아오시마 비치 파크는 요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평화로운 바닷가에서 차분하게 요가를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 해안가에 요가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으며 핫 요가, 슬로 요가, 짐볼 요가, 비치 요가 등 다양한 종류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 수업과 그룹 수업 중 원하는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휴가 시즌에는 해안가에 푸드 트럭이 줄지어 들어서 간단한 식사나 술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다. 매년 4월부터 9월까지는 불꽃놀이 등의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아오시마 비치 파크 바로 뒤편에는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아오시마 미야코 식물원이 있다. 실컷 휴양을 즐겼다면 이제 자연 속을 산책하며 힐링 할 때. 너른 정원 안에 아오시마에 자생하는 야자수를 비롯, 미야자키 현의 현목으로 지정돼 있는 페닉스 나무, 1년 내내 정원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꽃들이 가득하다. 아름답고 신기한 식물들 사이로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 식물원 내에는 넓고 깔끔하게 지어진 카페가 있어 잠시 더위를 식히거나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도 좋다. 미야자키의 대표 특산물인 완숙 망고를 스무디로 선보이고 있으며 치킨난반, 가마아게 우동, 아오시마 바다 해산물 요리 등 지역의 색이 잘 드러난 요리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