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먹거리 X파일] DL이앤씨, SMR 웃고 탄소포집 울었다

사진=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가 추진하는 신사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투자는 10개월 만에 가치가 두 배 이상 뛰었으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은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주택 경기 침체 돌파구로 내세운 사업 다각화 전략이 분야별로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엑스에너지 지분가치 118% 상승, 카본코 전액 손상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투자한 엑스에너지(X-Energy) 지분 가치는 711억5700만원이다. 최초 취득 금액인 325억3600만원에서 10개월 만에 386억2100만원 늘었다. 단기간에 수익률 118%를 달성하며 차세대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부상했다.

엑스에너지는 고온가스로(HTGR) 기반 4세대 SMR 노형인 'Xe-100'을 개발하는 원전 선도 기업이다. 물 대신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해 운전 안전성과 경제성을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DL이앤씨의 엑스에너지 지분율은 80%에 달한다.

DL이앤씨는 플랜트사업본부 산하에 원자력/SMR사업팀을 신설하고 엑스에너지와 공동 사업 개발 및 설계 표준화 작업에 참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과 SMR을 해수 담수화 플랜트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공동으로 연구한다. 세계 최대 규모 폴리에틸렌 생산 공장인 미국 GTPP 사업 등 북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탈탄소 신사업으로 낙점한 CCUS 분야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DL이앤씨는 CCUS 전문 자회사로 2022년 설립한 싱가포르 법인 카본코(CARBONCO PTE. LTD.) 장부가액 453억원을 전액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늘어난 엑스에너지의 지분가치를 상회했다. 야심 차게 자금을 수혈하며 친환경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재무제표상 가치가 0원이 됐다.

이는 글로벌 주요국의 탄소 저감 관련 정책 지연으로 발주 규모가 축소한 결과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고금리 기조로 각국이 에너지 안보와 경제 회복을 우선하며 친환경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선 탓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등 정치적 지형 변화로 환경 규제마저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 시장 위축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데이터센터·친환경 중심 사업다각화 속도

주요 신사업 투자의 반쪽짜리 성공에도 DL이앤씨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8% 늘었다. 수익성 중심 경영과 사업 다각화가 실적 방어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단순 시공 위주의 주택 포트폴리오를 넘어 데이터센터 등 비주택 일반 건축물 수주를 대폭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

실제 3693억원 규모 김포 데이터센터 신축공사를 비롯해 ICN11 데이터센터(3616억원), 부평 데이터센터(2131억원), 가산아이윌 데이터센터(972억원) 등 굵직한 일감을 연이어 따냈다. 미분양 위험이 없고 발주처 자금으로 공사비를 온전히 지급받는 우량 사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성과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선점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친환경 및 에너지 인프라 분야 투자도 눈에 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 공급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고자 수처리 전문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나아가 의정부에코피아에 직접 지분을 출자하고 4186억원 규모 의정부 하수처리장 현대화 민간투자사업 유지관리 및 운영사업 수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발전 분야에서는 4380억원 규모 영동양수발전소 1·2호기 토건공사를 수주해 입지를 다졌다. 기존 정유와 석유화학 플랜트 중심에서 수력발전, 하수처리 등 환경 민자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스마트 건설, AI 플랫폼 등 유망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병행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도 속도를 낸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카본코 사업 개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영업손실이 늘었다”며 “미국 정부 등 보조금 확대 추세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가스발전과 CCS 모델 적용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중장기 관점에서 CCUS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엑스에너지는 시리즈D 투자자 모집을 성공리에 마무리해 투자 지분 평가이익을 냈다”며 “4세대 SMR 중 가장 빠른 인허가 단계를 밟고 있는 만큼 공동 사업 개발을 통해 SMR 시장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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