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도널드슨···빌리 빈 트레이드사의 역작, 그리고 흑역사 사이[줌 인 MLB]

윤은용 기자 2024. 3. 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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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트레이드 했어요?”, “음, 그건 말이지...” 게티이미지코리아



2010년대 초중반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3루수로 활약하며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던 조시 도널드슨이 5일 ‘시장님’ 션 케이시의 팟캐스트에 출연, 은퇴를 선언했다. 도널드슨은 “더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돼 슬프지만, 가족과 함께할 인생 2막을 열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클랜드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해 토론토에서 화려한 결실을 맺은 후 밀워키, 애틀랜타, 미네소타를 거쳐 양키스로 갔다가 지난해 시즌 도중 방출됐던 도널드슨은 밀워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재기를 노렸으나 결국 은퇴를 선언하게 됐다.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보낸 도널드슨의 야구 인생은 기나긴 겨울을 참고 견뎌내는 인동초와도 같았다. 특히 그의 야구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제공했던 빌리 빈 오클랜드 수석 고문과의 인연은 유명하다. 빈에게 있어 도널드슨은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선수였다.

도널드슨이 오클랜드로 오는 계기를 만들어 준 리치 하든. 게티이미지코리아



2008년 7월, 당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이었던 빈은 잠재력은 너무나도 높았지만 ‘유리몸’이라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던 투수 리치 하든에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준수한 활약을 했던 채드 고댄을 시카고 컵스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4명의 선수를 받았다.

당시 컵스 선발진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었던 션 갤러거와 ‘건강하기만’ 하면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을 연결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었던 외야수 맷 머튼, 기대치가 백업 외야수였던 에릭 패터슨, 그리고 바로 직전 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컵스에 1라운드 48순위로 지명돼 루키리그와 싱글A를 폭격하며 기대를 한껏 모으던 한 포수 유망주 도널드슨을 받았다.

우선 갤러거는 오클랜드에서 2009년까지 뛰었으나 3승5패 평균자책점 6.34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샌디에이고로 떠났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준수해 빈이 좋아했던 OPS형 타자였던 머튼은 이적 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작 9경기에만 나서는데 그쳤고, 시즌 후 다시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됐다(콜로라도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머튼은 시즌 후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거기서 전설이 됐다). 역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패터슨도 2010년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으로 떠났다.

당시 반대급부로 컵스로 이적한 고댄이 평균자책점 6.26의 대부진을 겪고 시즌 후 쓸쓸히 떠나긴 했지만, 하든이 2009년까지 잔부상에 시달리면서도 14승(10패), 평균자책점 3.31의 준수한 활약을 해주면서, 이 트레이드는 빈의 패배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주목도가 덜했던 도널드슨이 대박을 치며 빈의 역전승으로 결과가 뒤집혔다.

<2008년 트레이드 손익 계산서(feat. 빈의 역전승)>

오클랜드(bWAR 13.1)

조시 도널드슨 : 405경기 0.267/0.347/0.458 63홈런 228타점 bWAR 15.3

션 갤러거 : 17경기(13선발) 3승5패 ERA 6.34 bWAR -1.4

맷 머튼 : 9경기 0.100/0.129/0.133 2타점 bWAR -0.4

에릭 패터슨 : 114경기 0.221/0.299/0.339 5홈런 28타점 bWAR -0.4

시카고 컵스(bWAR 4.7)

리치 하든 : 38경기(38선발) 14승10패 ERA 3.31 bWAR 5.1

채드 고댄 : 24경기(0선발) 4승2패 ERA 6.26 bWAR -0.4

포수로 출발했던 조시 도널드슨. 게티이미지코리아



도널드슨은 오번 대학 시절 포수와 3루수를 병행하면서 두 포지션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컵스에 지명돼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포수로만 나섰다. 오클랜드 이적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 오클랜드에는 커트 스즈키라는 부동의 주전 포수가 있었다. 도널드슨은 2010년 메이저리그에 잠시 올라와 14경기를 뛰었지만, 곧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이듬해에도 그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비록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는 못했지만, 2011년은 도널드슨에게 중요한 해였다. 포수에서 3루수로 본격적인 포지션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였기 때문이다. 피나는 노력으로 3루수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친 도널드슨은 2012년 다시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75경기 중 71경기를 3루수로 나서며 타율 0.241, 9홈런 33타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2013년 풀타임 3루수로 뛰며 단숨에 리그 최고 3루수에 등극했다.

도널드슨은 158경기에서 타율 0.301, 출루율 0.383, 장타율 0.499에 24홈런 93타점을 기록하며 마침내 껍질을 깼다. bWAR는 7.2로, 그해 아메리칸리그에서 도널드슨보다 더 높은 bWAR을 기록한 선수는 마이크 트라웃과 미겔 카브레라 뿐이었다. 시즌 후 MVP 투표에서는 4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4년에도 활약은 이어져 타율(0.252)과 출루율(0.342), 장타율(0.456)에서 모두 2013년보다 떨어졌지만 홈런(29)과 타점(98)은 오히려 더 늘어나 생산성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2013~2014년의 2년간 도널드슨은 메이저리그 3루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타점(191)과 볼넷(152), 2루타(68), 2번째로 많은 홈런(53)과 안타(329), 3번째로 높은 장타율(0.477)을 기록하며 누가 봐도 전성기에 돌입했음을 알 수 있는 활약을 했다. 그런데 2014년 시즌 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오클랜드가 토론토에 도널드슨을 보내고 대신 3루수 브렛 로우리와 유격수 프랭클린 바레토, 오른손 투수 켄달 그레이브먼, 왼손 투수 숀 놀린을 받는 1대4 트레이드에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빈은 전임 샌디 앨더슨이 닦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머니볼’이라는 개념을 메이저리그에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트레이드의 달인’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실패도 많이 겪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상대의 얼을 빼놓는 성공작 또한 많았다.

오클랜드에서 전성기를 연 도널드슨.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 빈에게 있어 하든 트레이드는 도널드슨을 데려온 것만으로 대성공인 트레이드였다. 여기에 누가봐도 전성기에 돌입한데다, 당시 기준으로 FA까지 4년이나 남아있는 선수였다. 물론 연봉조정협상 등을 통해 연봉이 대폭 상승할 가능성은 높았지만, 그걸 감안해도 1000만 달러 안팎으로 2년 정도는 더 쓸 수 있는 선수였다.

빈의 노림수는 자명했다. 홈런과 타점은 늘어났으나 비율 스탯이 떨어진 도널드슨이 하락세에 있다고 판단,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비싸게 팔아 유망주를 챙기자는 것이었다. 빈은 2004년 예상보다 한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마크 멀더를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하며 댄 해런을 포함한 3명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멀더가 이후 부상에 시달리며 2005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이고 은퇴하면서 이 트레이드는 빈의 트레이드사에도 길이 남는 ‘대첩’ 수준의 승리로 남았다.

도널드슨 트레이드의 문제는 두 가지였다. 도널드슨을 받아온 선수들에게 그럴 가치가 있느냐는 것, 그리고 이후 보강을 위해 영입한 선수들의 면면이었다.

토론토에서 받은 4명 가운데 빈이 관심을 갖는 선수는 로우리였다. 하지만 2011년만 하더라도 마이너리그를 폭격하며 최고 유망주 소리를 듣던 로우리는 이후 연이은 부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며 기대치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었다. 로우리보다 아래 평가를 받던 나머지 3명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선수 연봉으로 1000만 달러도 쓰기 부담스러운 오클랜드가, 도널드슨을 트레이드 한 뒤 후속으로 영입한 빌리 버틀러에게 3년 3000만 달러라는 FA 계약을 안겼고 탬파베이에서 벤 조브리스트까지 데려왔다는 것이었다. 도널드슨 트레이드는 분명 리빌딩을 상징하는 것인데, 버틀러에게 안긴 FA 계약은 전력 하향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 뜻이었다.

모두가 예상했듯 트레이드의 결과는 참혹했다. 도널드슨은 토론토 이적 첫 해인 2015년 데뷔 후 최다인 41개의 홈런과 123타점, 122득점에 OPS 0.938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이후 2017년까지 3년 연속 30홈런을 넘기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3루수이자,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2013~2017년 도널드슨의 전성기(feat. 빈의 완패)>

2013 : 0.301/0.384/0.499 24홈런 93타점 89득점 110삼진-76볼넷 +OPS 145 bWAR 7.2

2014 : 0.255/0.342/0.456 29홈런 98타점 93득점 130삼진-76볼넷 +OPS 127 bWAR 6.9

2015 : 0.297/0.371/0.568 41홈런 123타점 122득점 133삼진-73볼넷 +OPS 151 bWAR 7.1

2016 : 0.284/0.404/0.549 37홈런 99타점 122득점 119삼진-109볼넷 +OPS 153 bWAR 7.2

2017 : 0.270/0.385/0.559 33홈런 78타점 65득점 111삼진-76볼넷 +OPS 148 bWAR 4.6

한 성격했던 도널드슨. 빈 단장과 불화설도 이 때문에 났을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반면 오클랜드가 기대를 건 로우리는 2015년 149경기에서 타율 0.260, 출루율 0.299에 16홈런 60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고, 결국 시즌 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됐다. 2016년 시즌 후 방출된 로우리는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들기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레토는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레이브먼은 오클랜드에서 선발 실험이 실패한 뒤 다른 팀으로 떠나 불펜 투수로 성공했다.

넉넉치 않은 재정, 앞으로 크게 오를 연봉, 절정에 달한 선수 가치 등 도널드슨을 트레이드하는 것 자체를 가지고 빈이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문제는 도널드슨의 대가로 받아온 선수들의 대가가 너무 초라했다는 것, 그리고 타이밍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트레이드 후 사실은 빈과 도널드슨 사이에 불화가 있었고, 이를 참지 못한 빈이 도널드슨을 트레이드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빈에게 있어 도널드슨은 자신의 트레이드사에 한 획을 긋는 화려한 성공작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트레이드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이기도 했다. 도널드슨이 은퇴를 발표한 오늘, 빈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빈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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