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아웃]= 지소연의 말은 세게 들렸다. 그러나 감정만 쏟아내는 발언은 아니다.
수원 FC위민은 20일(수)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북한 내고향축구단과 2025-26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챔피언스리그 AWCL 4강전을 치른다. 결승으로 가는 단판 승부다. 상대는 클럽 이름을 달고 있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팀이다. 지소연도 “북한 대표팀이라고 할 정도로 전력이 좋다”고 봤다.

지소연은 1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고향 선수들의 경기를 봤고 멤버도 체크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다음 나온 말이 더 컸다.
“북한은 항상 거칠고 욕설도 많이 한다. 우리도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 상대가 욕하면 우리도 대응하고, 발로 차면 우리도 대응해야 할 것 같다.”
이 문장만 따로 떼면 자극적이다. 그러나 지소연이 말한 핵심은 욕설이 아니다. 경기의 강도다. 북한 팀을 상대할 때 가장 먼저 넘어야 하는 것은 전술판이 아니다. 첫 충돌이다. 몸싸움에서 밀리고, 세컨드볼을 내주고, 심리전에서 뒤로 물러나면 이후의 패스와 전술은 힘을 잃는다.
지소연은 그 장면을 이미 겪었다.

2017년 4월, 한국 여자대표팀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치렀다. 당시 보도 기준으로 경기장에는 4만 명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신경전은 킥오프 전 터널에서부터 시작됐다. 북한 선수들은 “찢어 죽이자”는 말까지 했다. 한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는 1-1로 끝났다. 한국은 골득실에서 북한을 앞서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잘 풀어서 이긴 경기는 아니었다. 밀리지 않고 견뎌낸 경기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과제가 있다. 장소는 평양이 아니라 수원이다. 조건은 다르다. 그래도 내고향이 만드는 경기의 성격은 분명하다. 빠르게 붙고, 강하게 밀고, 볼 경합 이후 장면을 가져가려 한다. 상대가 당황하면 흐름을 더 거칠게 끌고 간다. 북한 팀을 상대한 한국 선수들이 반복적으로 말해온 경기의 결도 여기에 있다.

수원 FC위민은 이미 한 번 졌다. 조별리그에서 내고향에 패했다. 박길영 감독은 당시 경기를 “총성 없는 전쟁 같은 경기”라고 돌아봤다. 공 하나를 두고 몸이 먼저 붙는 경기였다. 수원 FC위민은 그 흐름에서 먼저 밀렸고, 이후 경기도 끌려갔다.
이번 4강은 그래서 설욕전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장면에 다시 당하지 않는 경기여야 한다.

수원 FC위민이 이기려면 지소연 혼자 해결하는 경기가 돼서는 안 된다. 중원에서 첫 압박을 벗겨야 하고, 측면으로 밀렸을 때 볼을 쉽게 버리면 안 된다. 세컨드볼 싸움에서 한 박자 늦으면 내고향의 흐름이 된다. 세트피스도 위험하다. 감정이 올라가는 경기일수록 실점은 단순한 파울, 단순한 경합, 단순한 집중력 저하에서 나온다.
박길영 감독은 “안방에서 지지 않기 위해 준비했다.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고향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그것에 신경 쓰지 말고 축구에 집중하자고 했다”고 했다.
맞는 접근이다. 이 경기는 남북 대결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소비된다. 욕설, 평양, 북한, 설욕 같은 단어가 먼저 붙는다. 그러나 실제 승부는 더 건조하다. 누가 먼저 부딪히고, 누가 두 번째 공을 잡고, 누가 흥분하지 않고 다음 패스를 하느냐다.
지소연의 발언도 그 지점에서 읽어야 한다. “욕하면 우리도 대응하겠다”는 말은 기사 제목으로는 자극적이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훨씬 실무적인 의미를 갖는다. 상대가 강도를 올리면, 우리도 그 강도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밀리면 진다. 흥분해도 진다. 버티면서 공을 해야 한다.
수원 FC위민에는 홈 이점이 있다. 관중도, 이동 부담도, 익숙한 잔디도 수원 쪽이다. 하지만 홈은 출발선일 뿐이다. 북한 팀을 상대로 홈 분위기만 믿는 경기는 위험하다. 초반 15분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 첫 경합에서 뒤로 빠지지 않아야 한다. 지소연이 공을 잡기 전, 그 공이 지소연에게 제대로 가야 한다.
평양의 기억은 이 경기의 배경이다. 승부를 가를 것은 수원의 첫 충돌이다. 지소연과 수원 FC위민은 거기서 밀리면 안 된다.
출처 : 스탠딩아웃 뉴스 (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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