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가 나쁜 사람이라서 시댁이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잘해주시고 반찬도 챙겨주시며 손주도 예뻐하는데 이상하게 만나고 돌아오면 피곤하다는 며느리들이 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우리 엄마가 너한테 얼마나 잘하는데?"라는 말이 돌아올까 봐 속마음을 삼키기도 한다. 문제는 미움보다 관계에서 느끼는 긴장감에 있을 수 있다.

1. 계속 '좋은 며느리'처럼 행동해야 할 것 같아서
친정에서는 피곤하면 소파에 누워도 되고 밥을 먹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 하지만 시댁에서는 시어머니가 부엌에 들어가면 괜히 따라가야 할 것 같고 식사가 끝나면 먼저 접시를 들게 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며느리라는 역할을 의식하는 순간 편하게 쉬기는 어렵다.

2. 호의도 반복되면 거절하기 어려워서
시어머니가 김치와 반찬을 챙겨주고 손주 옷까지 사준다. 처음에는 고맙지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계속 생겨도 "저희는 괜찮아요."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 거절하면 서운해하실까 봐 일단 받고 웃는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된 호의가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거절해도 괜찮은 관계가 필요하다.

3. 시어머니보다 '남편의 태도' 때문에 더 힘들어서
시댁에 가면 남편은 자기 집에 왔다는 생각에 소파에 앉아 쉬는데 며느리는 계속 주변을 살핀다. 시어머니가 불편한 질문을 해도 남편은 웃고 넘어가고, 집에 돌아와 아내가 서운했다고 말하면 "우리 엄마 원래 그런 사람이야. 그냥 이해해."라고 한다.
며느리가 바라는 것은 남편이 자기 엄마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자신이 왜 불편했는지를 이해해주는 것이다. 요즘 며느리가 시댁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 때 가장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은 시어머니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유일하게 내 편이어야 할 남편마저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일 수 있다.

물론 모든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가 이렇다는 뜻은 아니다. 시어머니 역시 며느리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오히려 더 조심하고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부관계를 시어머니와 며느리 둘만의 문제로 보는 것보다 그 사이에서 아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중요하다. 좋은 남편은 무조건 아내 편이나 어머니 편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가 불편하지 않도록 먼저 듣고 필요한 순간에는 관계의 경계를 만들어주는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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