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객열전] LPBA 블루칩 '백민주'
LPBA의 소문난 '연습벌레'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LPBA에서 개인 우승 경험은 없지만 팀 리그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내주는 선수가 있다. 아직 우승의 고지를 밟지는 못했어도 포스트 시즌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는 크라운해태팀의 창단부터 줄곧 함께한 '터줏대감' 백민주(26)가 그 주인공이다.
백민주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당구를 처음 배웠다. 당구를 배운 지는 8년여, 중간에 3년여의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현재 LPBA 선수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
중성적인 외모와 LPBA 선수 중 가장 큰 키를 자랑하는 176㎝ 장신에서 뿜어내는 호쾌한 샷은 남자 선수의 파워를 방불케 한다. 신체적인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당구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백민주를 만나봤다.
◆ 아무리 밀어내도 '당구는 내 운명'
백화점 취업했다가 다시 잡은 큐
백민주에게 당구는 운명과도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당구 선수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서 당구장 알바를 시작했어요. 당구장 알바를 하면서도 당구를 치는 것만 보고 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렇게 1년 정도 있다가 당구장 사장님이 배워보라고 해서 시작했어요. 약간의 압박이 있었죠. 그때 당구장 사장님이 지금 저의 선생님이신 김진삼 사부님이에요."
경기도당구연맹 소속인 김진삼 선수는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항상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선수들로부터 귀감이 되는 선수로 평이 나있다. 처음부터 그런 성향의 스승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덕분인지 백민주도 어느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백민주는 스승이 눈여겨본 만큼 재능도 특출났다. 당구 경력에 비해 빠르게 재능을 꽃피우면서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사실 당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처음 당구 배울 때 선생님의 은근한 압박 때문에 한 것도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한테는 아버지 같은 분이 김진삼 사부님이시죠. 기본기부터 제대로 배운 덕분인지 사실 당구를 친 기간에 비해 당구가 빠르게 늘긴 했어요. 어떻게 보면 재능이 있다는 소리도 듣지만 사부님을 잘 만난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내내 백민주는 당구에 대한 매력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당구계에서도 지독한 연습벌레로 소문이 나 있다.
"처음 당구를 배울 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다른 선수들은 당구가 좋아서 시작했다거나 공이 맞을 때 소리가 좋았다는 등 당구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도 솔직히 당구의 매력을 모르겠어요. 그래서 선수가 될 생각도 없었어요. 당구로부터 벗어날 생각에 취업도 해봤어요. 3년 동안 백화점에서 일했거든요. 그러다가 일을 관두고 백수로 있을 때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놀지 말고 당구를 다시 시작하라고 하시면서요. 그때부터 다시 당구를 쳤는데 운이 좋았죠. 그 시기에 PBA가 출범했고, 바로 프로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프로 당구 선수가 될 생각이 없었던 백민주는 어느 순간 LPBA 선수로 활약해 지금까지 운명처럼 이끌려왔다. 김진삼 선수의 끈질긴 권유로 시작한 당구지만 이제는 어엿한 프로팀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꽃을 피워가고 있는 것이다.
"크라운해태에 들어간 것도 운이 좋았어요. 사실 LPBA 첫 시즌에 제가 어떤 성적을 내거나 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의 피지컬이 맘에 드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감사해요. 특히 구단주님하고 팀에서 1년 차 때부터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그러다 보니 책임감도 사실 커졌습니다. '뒤에 구단이 있고 선수들이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거든요. 그런 생각에 하루에 16시간 이상 연습하게 된 것 같아요. 거기다가 운 좋게 팀에 일찍 들어가면서 정신적으로 피드백 같은 걸 많이 받고 하다 보니 내가 부족한 것들이 무엇인지도 많이 알게 되면서 실력이 느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 "우승을 위해선 연습 또 연습"
지독한 연습벌레...하루 16시간 훈련
백민주가 스스로를 지독한 연습벌레로 몰아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아쉬움이다. 그는 지난해 LBGA투어 3차전과 4차전에서 연달아 이미래(TS샴푸·푸라닭히어로즈) 선수에게 패했다. 비교적 늦게 시작한 약점과 3년여의 공백을 메꿀 방법이 필요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정상권에 오른 선수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많은 연습만이 해결책이라는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LBGA투어 3차전, 4차전에서 연달아 준결승에서 이미래 선수한테 졌어요. 정말 대단한 선수이고 그만큼 오랜 기간 당구 선수로 연습도 많이 했으니까요. 스롱 피아비(블루원엔젤스) 선수도 그렇고…. 처음에는 톱클래스 선수들과 많은 격차가 있었어요. 3년간의 공백이 특히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지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동안의 격차가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만큼 그 선수들이 잠잘 때나 쉴 때 저는 더 연습하고 있거든요."

혼신의 힘을 다한 땀은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믿음이다. 그래서 백민주는 우승에 목마르다. 준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면서 아직 무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팀도 역시 마찬가지다. 포스트시즌 단골이지만 아직까지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했다.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우승이 목표잖아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승을 해야 상금도 많이 받잖아요.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상금을 무시 못해요. 상금을 많이 받을수록 당구에만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또 제가 계속 지금처럼 연습하면 언젠가는 어떤 선수든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팀도 우승을 해야죠. 요즘 분위기나 성적이 좋거든요. 올해 꼭 우승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오랜 기간 함께한 만큼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말하는지 알 정도에요. 그만큼 어떤 팀보다 팀워크가 상당히 좋다고 자부하거든요. 최근 팀 리그 룰도 바뀌면서 팀워크가 더 중요해진 만큼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인터뷰 내내 백민주는 '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그토록 연습에 매진하는 이유는 책임감이다.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크라운해태라는 팀과 자신을 프로세계로 이끌어 준 사부님에게 보답하는 길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솔직히 팀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이만큼 노력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팀 리그가 생기고 별 볼일 없는 저를 뽑아준 만큼 팀에 피해를 주고 싶지도 않아요. 그만큼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기도 하고요. 그게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당구를 많이 좋아하지 않아도 그런 이유로 연습을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사부님도 절 그만큼 믿어주시고 키워 주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은 좋은 성적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에겐 아버지 같은 분인데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요. 아직 소수지만 그래도 응원해 주시는 팬들도 계시니까요."
백민주는 아직 미완의 대기일 수도 있다. 탁월한 신체조건은 다른 여자 선수들이 갖추지 못한 최대 무기이다. 파워와 함께 정교함을 장착하면 언제든 정상권 성적을 낼 수 있는 LPBA의 기대주이다.
백민주는 LPBA의 블루칩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잘 알려진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제 장점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보통 시원시원한 샷이라고 해요. 반면에 섬세함은 부족하죠. 섬세함까지 갖추려면 역시나 연습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거칠면서도 섬세할 땐 섬세한, 그런 팔방미인 같은 당구를 치고 싶거든요. 그래서 강동궁(SK렌터카) 선수의 플레이를 정말 좋아해요. 시원하게 칠 때는 치고 필요에 따라 섬세할 때는 한없이 섬세하게 치는 게 정말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강동궁 선수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아니 더 연습해서 그렇게 되도록 할 거예요."
최근 백민주는 개인 투어뿐만 아니라 팀 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강지은 선수와 호흡을 맞춘 여자 복식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항상 패기가 넘치는 백민주의 밝은 에너지 역시 팀 분위기를 살려주는 시너지 역할을 한다.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게임도 못 뛰고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그런데 팀에서 서로 피드백도 해주고 연습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되니까 실력이 1년 새 어마어마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성장했어요."
◆ 동료 강지은에게 '정신력' 배워
"성실하고 꾸준한 선수 되고파"
당구 팬들이 공감하는 백민주의 상징은 무엇일까. 바로 짧은 쇼트커트 스타일의 중성적 이미지다. 어릴 적부터 짧은 머리가 편했다는 그는 신체적 우월함에서 풍기는 강한 이미지와 달리 시합에서는 여전히 많이 떨린다고 한다. 그래서 팀 창단부터 한솥밥을 먹은 동료 강지은 선수의 정신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저에게 가장 인상 깊은 선수 중 한 명은 같은 팀 강지은 선수예요. 3년 동안 진짜 많이 배웠거든요.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멘탈이 정말 좋아요. 제가 이번 시합 때 많이 떨고 긴장하다가 제대로 힘이 안 들어가 자꾸 공을 못 맞히고 서 버리는 실수가 잦았어요. 그때 강지은 선수가 그러더라고요.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 없는 모습은 보여주면 안 된다. 차라리 세게 쳐라. 네가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우리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면서 제 멘탈을 잡아주더라고요."
최근 백민주는 체력과 근력 향상을 위한 운동과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힘을 좀 더 기르고 많은 연습량을 유지하기 위한 체력을 더 키우기 위함이다.
"저도 남성 선수들만큼 파워를 갖고 싶어요. 그것 때문에 요즘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집중력도 좀 떨어지는 것 같고 그랬는데 웨이트 트레이닝하면서 체력도 늘어나니까 몰입도도 다시 좋아지는 것 같아요."
백민주는 입버릇처럼 연습을 강조했다. LPBA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체 실력도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경쟁 선수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매일 깨닫는다. 연습량 하나만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 그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민주는 스승인 김진삼 같은 선수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성실하면서도 꾸준한 선수로 기억에 남는 것이다. 아직은 20대 젊은 선수로서 장래성이 더 기대가 되는 선수이기에 그의 이 같은 각오가 더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성실한 선수이고 싶어요. 제 자신이 자만하지 말고 늘 성실함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잘 치는 선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거든요. 아직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가끔 당구장이나 카페에서 사인해 달라거나 사진 찍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해서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글 홍성완 기자, 사진 이혜영 기자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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