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엔 항생제?… 남용땐 1000만명 사망 ‘조용한 팬데믹’ 올수도[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식약처, 항생제 내성 관리 국제협력 강화
인체·동식물에 오남용시 발생
확산 가능성 높아 국제공조 필수
식약처, 글로벌 대응전략 논의
국내 항생제 사용량 OECD 3위
내성률도 日 등 선진국보다 높아
가벼운 감기증상엔 처방 말아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에 사람이나 동물이 감염되면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 효과가 약해져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은 신종 감염병에 준하는 위험성을 가진다. 14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9월 24∼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는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주제로 제4차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국제 콘퍼런스’(GCFA)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항생제 내성 분야 국내외 규제기관, 연구기관, 학계 및 국제기구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국가별 항생제 내성 관리전략과 연구동향을 공유하고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에 대한 글로벌 대응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식약처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2021년부터 몽골, 네팔, 캄보디아 등 6개국을 대상으로 효율적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역량 강화 지원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존·증식하는 특성을 일컫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험 중 하나로 경고하고 ‘조용한 팬데믹’으로 여길 만큼 국제공조가 시급한 보건문제로 판단한다. 항생제 내성균은 인체·동물·식물 등에 항생제를 오남용하는 경우 발생한다. 내성균은 사람, 농·축·수산물, 식품, 환경 등 생태계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전파되며 특히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 과정에서 확산 가능성이 커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다. 영국 항생제내성검토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까지 병원균 6종의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2050년 항생제 내성으로 1000만 명이 사망하고 이에 따른 전 세계 생산성 저하로 인한 누적 손실비용이 100조 달러(약 13경56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에서 3초마다 1명꼴로 항생제 내성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26.1DID(인구 1000명당 하루에 얼마의 의약품을 소비했는지 나타내는 단위로 26.1DID는 전체 인구의 2.61%가 매일 항생제를 복용했다는 의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다. 축산 및 수산 분야에서도 해외국가와 비교하면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비인체 분야 항생제 사용량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축산물생산량 반영 사용량’은 2017년 기준 한국이 일본의 2.4배, 덴마크의 6.7배에 달했다. 항생제 총판매량은 2010∼2019년 사이 900∼1000t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WHO가 지정한 최우선 중요 항생제 사용량은 2013년 92t에서 2020년 155t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최우선 중요 항생제는 사람에게 임상적으로 특히 중요하다고 판단돼 가축에서 내성 발생 시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항생제다. 3·4세대 세팔로스포린, 마크로라이드, 퀴놀론, 콜리스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 항생제 내성률 역시 선진국에 비해 높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은 고소득국가 중 높은 편에 속하며 주요 항생제인 반코마이신, 카바페넴 내성률은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축·수산 분야도 항생제 내성률이 선진국에 비해 높다. 특히 항생제 과다 사용 가축인 돼지, 닭 등에서 높은 편이다. 2019년 기준 닭 대장균의 제3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내성률은 한국이 13.2%, 일본 4.6%, 덴마크 0.6%, 플로르퀴놀론계 항생제 내성률은 한국 78.3%, 일본 16.7%, 덴마크 1.9%로 나타났다.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선 경증 등 불필요한 상황에서는 항생제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0년 실시된 조사에서 감기 등 불필요한 상황에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다고 답한 의사는 64.1%에 불과했다. 항생제가 불필요하지만 처방하는 이유로 ‘환자의 요구’가 51.3%를 차지했다. 정부가 항생제 사용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년 항생제 사용량, 처방률 등을 분석하지만 특정 항생제 사용량 증감에 따른 내성률 추이, 연령 등 세부적 분석이 미흡한 상황이다. 미국, 영국 등은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ASP)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경우 ASP 운영을 통해 주요 항생제 내성률이 인체는 7.3%포인트, 가축은 40%포인트나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수술·항암치료때 감염 위험… 국내선 年4000명 숨져
■ 항생제 내성균 관련 Q&A
항생제는 감염 질환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항생제 개발 이전에는 자체 면역력에 따라 감염 질환의 치료 여부가 결정됐으나 항생제 등장으로 감염 질환은 치료의 영역이 됐다. 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항생제 내성 증가는 인류를 다시 항생제 개발 이전 시대로 회귀시키고 있다. 항생제 내성에 관한 궁금증을 Q&A로 정리했다.
― 항생제 내성이 왜 중요한가?
영국 경제학자 짐 오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매년 약 7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연간 약 4000명이 항생제 내성과 관련해 사망한다.
―항생제 내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항생제 내성균이 만연하게 되면 단순한 상처만으로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오늘날 흔하게 이뤄지는 수술, 항암치료 등 각종 의료 행위에서도 감염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 축산농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항생제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축산농가에서는 페니실린계, 페니콜계, 테트라사이클린계,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가축에 사용하는 항생제 중 제3, 제4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플로르퀴놀론계, 콜리스틴은 사람의 심각한 질병 치료에도 사용되는 중요 항생제로 더욱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항생제 오남용은 내성균 발생을 유발하고 생태계 순환으로 다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러 연구에서도 가축의 항생제 사용과 인간의 항생제 내성 간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부처별 대응으로는 체계적 관리에 한계가 있어 세계보건기구(WHO)도 ‘원 헬스’ 개념의 접근(전체 관련 부처 통합관리)을 요구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의사·수의사·수산질병관리사 등 처방자는 꼭 필요한 곳에 적정한 양으로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 사용자 역시 감기 등 항생제가 불필요한 질병에 대해서는 복용을 삼가고 남은 항생제를 임의로 먹지 않아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항생제 복용을 중단해서도 안 된다. 축·수산업자는 사육이나 양식 환경을 잘 관리해 항생제 과다사용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 내성균 확산을 차단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단 출현한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간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된다. 특히 의료기관 내 또는 의료기관 간 항생제 내성균 확산이 문제다. 내성균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의료진의 손 씻기를 포함해 의료기관 내 감염예방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축·수산 분야도 내성균 감시체계·검사 역량 강화가 필요하며 사육 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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