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2호(24년 10월 호) ‘더그아웃 스타디움’에서는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인 한화생명 이글스파크가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9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 대전의 독수리들은 새로운 둥지에서 힘찬 날갯짓을 하며 비상 중이다. 시즌의 40%가 훌쩍 지난 시점에서도 5할 후반대의 승률을 구가하며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 이렇게 뜨거운 독수리들의 비상과 함께, 이들의 새 터전인 한화생명 볼파크를 찾는 한화 팬들의 발걸음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은 옛 둥지에서의 기억은, 새 둥지에서 만들어 갈 찬란한 역사로 채워질 것이다. (6월 9일 작성)
에디터 김민규

#위치 정보
대전 중구 대종로 373 한밭종합운동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과거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이하 이글스파크)가 중심이었던 한밭종합운동장. 그러나 올해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이하 신구장)의 개장으로 그 거점이 옮겨졌다. 작년까지 독수리 군단의 홈구장이었던 이글스파크는 ‘한밭 야구장’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이제 대전에서 이글스의 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꿈돌이 구조물이 맞이하는 신구장으로 그 목적지를 바꿔야 한다. 수용할 수 있는 관중의 규모는 종전 이글스파크의 12,000석에서 대폭 늘어난 17,000석. (최대 수용 인원 20,007명)
가는 방법은 이글스파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글스파크 바로 옆에 있기 때문. 만일 대전역과 대전 복합 버스터미널 앞에서 급행 노선인 4번 버스를 이용한다면 야구장 바로 앞인 한밭종합운동장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어서 접근성이 오히려 좋아진 편이다. 해당 노선이 10~15분 정도의 배차 간격이 있기는 하지만, 길게 걸을 필요 없이 편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정 팬들에게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지하철역으로부터 다소 떨어져 있다는 기존의 단점 또한 마찬가지기에 경기 시작이 임박한 시점엔 교통 체증이라는 변수가 있다는 게 단점이다. 여기에 자가용을 이용해 방문한다면, 한밭종합운동장 무료 주차장이 수용 가능한 차량이 총 1,679대(지상 459대, 지하 1,220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알아 둬야 한다. 게다가 과거 플랜B로 여겨진 대전문창초등학교 운동장은 현재 이용이 불가하다고 하니,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나을 듯하다. 한편, 택시로 이동할 때 대전역에서는 10분, 대전 복합 버스터미널에서는 15분 정도가 소요되니 참고할 것.

#신규, 그리고 최초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속하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처럼 개방형 콘코스라는 특징이 있는 신구장. 이곳은 가장 최근에 문을 연 구장답게 국내 최초로 개장 시점부터 비대칭 그라운드를 갖췄다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이글스파크가 10여 년 전 리모델링 과정에서 비대칭 구장으로 변모한 탓에 엄연히 신구장이 최초라고 할 수는 없으나, 태초에 이글스파크는 대칭 구장이었으니 설계 단계부터 비대칭 구조인 건 신구장이 처음인 셈. 하지만 결론적으로 두 구장 모두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이기에, 독수리 군단이 KBO리그에서 비대칭 구장의 역사를 선도하고 있는 것.
이러한 색다른 구조가 형성된 건 신구장의 최대 명물로 자리 잡은 ‘몬스터 월’ 때문이다. 우측 외야에서 무려 8m에 달하는 높은 담장을 자랑하는 이 구조물은, 아시아 최초로 복층 구조의 불펜이 위치한 곳이다. 해당 시설은 홈팀과 원정팀의 투수들이 동시에 몸을 풀 수 있는 환경을 자랑하며, 관객들도 등판을 준비 중인 투수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우측 담장이 홈플레이트에서 좌측 담장보다 4m나 가까운 95m에 설치돼 있음에도, 광활한 높이의 담장은 홈런을 높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준다. 지금까지 볼파크에서 나온 44개의 홈런 중 몬스터 월을 넘긴 타구는 8개에 불과할 정도니 말이다. (6월 9일 기준) 타구가 넘어갈 듯 넘어가지 않는 이 담장은, 앞으로도 수많은 볼거리를 양산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시설은 인피니티 풀. 과거 일부 구장에서 간헐적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긴 했으나, 이번처럼 구장 내에 수영장이 상설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 체이스 필드에서 우측 외야에 운영 중인 수영장을 떠올리면 될 듯. 아직 정식으로 개장하지 않은 탓에 수영장의 운영 방식이나 그 면면이 어떨지 정확히 알 순 없다. 그럼에도 여태껏 KBO리그 야구장에서 볼 수 없는 부대시설이기에, 인피니티 풀은 몬스터 월만큼이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할 공산이 크다.

#여기 앉아 봐유
개장하자마자 압도적인 페이스로 관중을 유치하고 있는 신구장. 개장 후 첫돌이 채 지나지 않은 만큼, 여러 좌석을 찾아다니며 각자 선호하는 분위기에서 경기를 즐겨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단 가장 먼저 추천할 만한 자리는 바로 중앙탁자석. 홈플레이트 바로 뒤에서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해당 좌석은, 널찍한 공간에서 먹거리와 함께 야구를 즐기기에 최적의 자리다. 다만 이글스파크 시절의 중앙탁자석보다 전반적인 가격대가 높다는 게 단점. 만약 더 가성비 있는 테이블석을 이용하고 싶다면 2만 원가량 저렴한 내야탁자석을 이용하면 되지만, 해당 좌석은 1루측 4층에만 제한적으로 있기에 이글스파크의 ‘내야하단탁자석’을 기억하는 팬들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한편, 먹거리만큼이나 열렬한 응원 열기에 어우러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카스존’으로 불리는 응원단석이나, 그 근처에 있는 내야지정석으로 가길 추천한다. 사실 응원단상이 있는 카스존 근처가 한화 응원의 중심지긴 하지만, 올 시즌 한화 팬들이 워낙 뜨거운 열기를 보여 주고 있기에 3루 내야지정석까지 주황색 물결로 채워지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외야석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가격대의 좌석인 만큼, 예매가 시작됐을 때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만약 여러분이 운 좋게 이 자리를 쟁취했다면, 원 없이 대전 팬들의 응원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오시길.
하지만 내야석만큼이나 특색 있고 색다른 매력을 지닌 외야석도 인기를 끈다. 구역 번호가 ‘5’로 시작하는 해당 좌석들은 기본적으로 널찍한 간격을 갖고 있어 경기를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으며, 몬스터 월 바로 옆에 있는 508블록은 실시간으로 몸을 푸는 투수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굳이 508블록에 앉지 않더라도 몬스터 월 위쪽에서 불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볼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잔디석으로 불리는 ‘밤켈존’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온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며, 중앙 외야 끝에는 경기장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외야탁자석이 있다.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관람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라면 최고의 선택이 될 듯하다. 다만 밤켈존이나 외야탁자석에서는 신구장의 화려한 전광판을 눈에 담기 힘들다는 사실은 명심할 것.

#일단 먹고 봐야쥬
신구장은 ‘먹으러 간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풍성한 먹거리를 자랑한다. 입장하자마자 농심가락, 오수리, 이글스브루어리 등 과거 이글스파크에서 큰 사랑을 받은 명물 음식점들이 팬들을 반기며, 분식‧치킨‧디저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먹거리가 야구 관람에 한층 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떡볶이와 열무 냉면으로 이름을 날린 농심가락은 새 둥지에서도 여전한 위용(?)을 자랑하기에, 신구장을 방문했다면 꼭 들러야 할 필수코스다.
그 외에도 2층 3루 구역엔 역전우동, 연돈볼카츠, 새마을식당 등 더본 테이스티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입점해 있으며, 2층 1루 구역엔 글로벌 식품 브랜드 아라마크가 운영하는 미국식 펍 ‘1985이닝스’에서 미국식 핫도그와 나초를 즐길 수 있다. 고를 수 있는 음식의 폭이 매우 넓으니, 각자 취향에 맞는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니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신구장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알아 둬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키오스크와 QR 코드를 통한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음식을 사기 위해 해당 매장 앞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주문을 마친 뒤엔 음식이 준비될 때까지 마음껏 야구를 즐길 수 있으며, 시간이 되면 포장된 음식을 가서 받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농심가락 등은 포장 주문일지라도 긴 대기의 늪에 빠질 수 있으니,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미리 주문하길 바란다. 기억하자. 고민은 픽업만 늦출 뿐이라는 걸.

#꿈꾸는 꿈돌이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40년이 넘는 역사를 안고 문을 닫았다. 독수리가 가장 높게 날아오른 1999년의 기억은 물론,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쓰라린 아픔과 슬픔의 역사까지 간직한 채로 말이다. 오랜 추억이 담긴 야구장과의 이별이 아쉬웠을 법하지만, 끝이 있기에 또 다른 시작이 있을 수 있는 법. 그렇게 이글스의 팬들은 오늘도 바쁘게 신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과거의 아쉬움을 현재의 설렘으로 채워 나가고 있다.
장소는 달라졌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 이글스의 팬들은 오랜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가슴 속에 꿈을 간직한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 꿈은 언젠가 독수리의 힘찬 비상을 위한 소중한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이다. 2025시즌 평균 좌석 점유율 99.4%(6월 4일 기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초로 ‘한 시즌 홈 관중 100만 명’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화 이글스. 훗날 우리는 올해를 이렇게 돌이켜 볼지도 모른다. 독수리가 새로운 둥지를 튼 2025년은, 위대한 역사의 출발점이었다고.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1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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