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도 유도선도 없었다. 대신 와이파이로 연결된 데이터가 길을 만들었다. 무대에서는 검은 사각형 자율이동로봇(AMR) 5대가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로봇은 서로의 위치를 읽고, 속도를 나누고, 간격을 계산했다. 군집은 멈추지 않았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 2026(AW 2026)'. 올해 처음 이 전시회에 참가한 현대무벡스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현대무벡스는 현대그룹의 물류자동화·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분 55.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전무가 4.0%를 가졌다. 현대그룹 36개 국내 계열사 중 상장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 2곳뿐이다.
현대무벡스는 이번 전시에서 단순한 장비 나열 대신 움직이는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핵심은 군집제어다. 개별 로봇이 아닌 다수의 로봇을 통합관제 시스템으로 묶어 실시간 최적경로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태블릿 화면을 보여주며 "작업 지시가 입력되면 인공지능(AI)이 각 로봇의 배터리 잔량, 위치, 작업 우선순위 등을 동시에 고려해 동선을 재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로봇이 중앙에서 잠시 멈추자 주변 로봇들이 속도를 줄이며 자연스럽게 경로를 틀었다. 충돌방지 알고리즘과 실시간 경로최적화가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로봇들은 자유롭게 회전하고, 흩어졌다가 다시 합치며 날렵한 동선을 그렸다.

전시존 한편에서는 다품종 소형상품에 특화된 자동분류 시스템 '옴니소터'의 시연이 이어졌다. 자동입출고시스템(AS·RS) 기반의 분류·이송공정이다.
컨베이어 위의 소형 택배박스가 스캐너를 통과하자 상단 모니터에 코드 스캔과 함께 처리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작업자가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시스템은 즉시 목적지 정보를 매칭하고 뒤편 다층선반 구조로 분류 지시를 내린다. 랙에는 빈 바스켓이 층층이 정렬돼 있었고 물품은 지정된 위치로 자동 이송됐다. 사람의 손이 닿는 것은 바코드를 스캔하는 한순간뿐이었다.
디지털트윈존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3D 화면에는 물류센터 내부가 가상공간으로 구현돼 있었다. 설비가동률과 재고흐름, 작업처리 속도가 수치화돼 나타났다. 전시장 화면과 해외 현장, 청라 연구개발(R&D) 센터를 웹 기반으로 연결해 원격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부스 벽면에는 스태커크레인(SRM), 무인이송로봇(AGV), 갠트리로봇(피킹·이송 직교로봇) 등 30여종의 핵심 설비가 미니어처로 전시됐다. 개별장비 판매가 아니라 설계·제작·시공·운영·유지보수를 아우르는 '토털 스마트물류 솔루션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구성이다.
현대무벡스 관계자는 "AI와 로봇이 융복합된 자동화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효율과 안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스마트물류 솔루션 개발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무벡스는 이달 6일까지 AW 2026에서 부스를 운영한 뒤 4월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물류자동화 전시회 'MODEX 2026'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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