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카이라이프가 유료방송 시장의 전반적인 정체로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회사 HCN의 영업권 손상까지 떠안으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시너지가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 반면 재무 부담과 가입자 하락세가 지속되는 흐름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지난해 말 총가입자 수는 428만7173명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를 모바일과 인터넷을 제외한 유료방송 분야로 좁혀 보면 가입자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회사의 방송 전체 가입자는 336만4565명으로 1년 전보다 3.9% 줄었다. 위성방송과 인터넷(IP)TV를 더한 GTS 가입자 수는 72만3143명으로 전년보다 13.9%가 빠졌다. HCN의 케이블TV 가입자는 125만5261명으로 같은 기간 0.9% 감소했다.
방송 가입자의 감소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장기적 추세다. 2010년대 후반부터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국내 미디어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전용 네트워크가 필요한 케이블, 위성방송간의 경쟁력 차이가 두드러졌다. 유료방송 시장의 둔화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는 2017년 4130명 순증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적게는 9만명에서 최대 19만명까지 순감을 이어왔다.
이러한 유료방송 시장의 어려움은 지난 2021년 회사가 인수한 HCN의 영업권 손상으로 이어졌다. 5151억원을 들어 품은 HCN을 기반으로 KT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 기반을 확대했다. 2022년에는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긍정적 효과를 누렸지만, 시장 침체에 따른 영업권 손상이 성과를 잠식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취득원가 2527억원으로 평가된 HCN 관련 영업권은 2023년 1240억원의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장부금액이 1287억원으로 주저앉았다. 2024년 말에도 대규모 손상이 추가로 이뤄지면서 영업권 잔여 영업권은 27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러한 손상평가가 영업외비용으로 작용하면서 KT스카이라이프의 당기순익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연결 기준 2023년 1137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1561억원으로 악화됐다.
KT스카이라이프는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출이 가파르게 이뤄지는 GTS 부문의 순감세를 낮추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GTS는 KT의 인터넷(IP)TV 기반 주문형비디오(VOD)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상품이다. 2023년 GTS 가입자의 급격한 감소 이후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신상품 출시로 상품력을 보강하고, 지난해에는 약정이 종료된 가입자에 대한 재약정을 추진하는 등 가입자 유지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매년 20만명 이상의 가입자 이탈을 겪은 GTS는 지난해 11만명 수준으로 감소세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GTS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나머지 방송 가입자를 확대하면 전체 방송 가입자의 순증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올해에는 10만명 이하 순감을 목표로 설정하고 방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