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장면을 보라. 연예계 대표 소식좌인 김국진이 김태원과 식당에서 갈비를 주문하는데 1인분 같은 2인분을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소식좌들의 충격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밥을 한 번에 세 알 먹으면 과식’이라거나 ‘아침 겸 점심으로 아이스 바닐라 라테 한 잔이면 충분하다’ 등등. 유튜브 댓글로 “소식좌처럼 조금 먹고도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식좌만큼만 먹으면 건강한 일상생활은 불가능하다. 이게 용어가 잘못된 건데 소식좌들이 먹는 음식량은 사실 ‘소식'이 아닌 ‘절식’이기 때문.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소식좌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정말로 하루에 바나나 한 개를 먹고, 무슨 라떼를 한 잔 먹고 버틴다는 건, 계속 그렇게 먹으면 죽을걸요? 단기간에는 당연히 생명에 지장이 없죠. 그렇게 계속 먹으면 언젠가 죽어요. 그건 확실해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20대 남성과 여성의 경우 하루 에너지필요추정량은 각각 2600kcal와 2000kcal다. 여기서 500kcal를 뺀 수치 그러니까 20대 남성은 2100kcal, 20대 여성은 1500kcal를 섭취할 때 ‘소식’이라고 부르는 건데, 지금 나오는 소식좌 연예인들이 하루 식사라고 말하는 바나나 한 개는 89kcal,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한 잔은 브랜드별로 155~433kcal이기 때문에 이건 소식이 아니고 거의 음식을 끊는 수준이다.

특히 극단적인 소식 콘텐츠는 10대 여성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독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식증을 추구하는 ‘프로-아나(pro-ana)’는 이미 몇년전부터 10대 여성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SNS에 퍼져있는 음지문화인데, ‘단식할 때 할 수 있는 변명', ‘일주일만에 10kg 빼는 방법' 등 다소 극단적인 내용들이 공유되고 있다. 여기에 소식 먹방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0대 여성 거식증 환자수는 2018~2020년까지 300명대였지만, 2021년에 486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들은 ‘먹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
김상미 성균관대 비교문화협동과정 교수
“어른들은 사실 오락이나 흥밋거리, 그리고 약간의 정보제공 이런 것들로 받아들여서 ‘소식좌들 조차도 몇 입을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런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 게 어쩌면 소식 방송들의 특성이긴 한데 문제는 10대 청소년들에게는 그 연예인들만 보이거나 아니면 방송하는 대상만 봤을 때는 정말 소식하는 그 행위에만 딱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거예요.

물론 이런 소식좌들의 먹방이 인기를 끄는 건 먹방계에 나타난 새로운 소재에 반응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극적인 폭식 먹방에 질렸거나, 갑자기 치솟은 물가에 적게 사고 적게 먹기를 실천하는 경우도 있고, 환경을 생각해 남은 음식 줄이기에 나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계획적이고 적당한 소식은 신체 기능을 원활하게 해줘 장기적으로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도 많다.

다만 미디어에 노출되는 ‘소식’은 일반적이지 않은 절식을 소식으로 잘못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꾸 보다보면 연출된 식사 장면과 일상을 혼동하기 쉬워진다.
김상미 성균관대 비교문화협동과정 교수
“사실 콘텐츠에서 보여주는 것은 예를 들어 그런 소식을 평생 하기는 어렵잖아요. 아주 단기간 한다든지 아니면 주변의 보조적인 영양제라던가 이런 것들을 섭취해가면서 영양사들이 따로 있고, 그런 환경적인 것들이 다 갖춰진 이후에 그 사람들(출연자들)은 소식을 한다든지 아니면 특정한 단기 목적으로 소식을 진행하고 있는 건데, 일반 사람들은 그런 게 아니라 그 콘텐츠를 보고 소식을 지속하고 일반의 삶 속으로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음식의 맛을 충분히 음미하기보다 한국인들은 음식의 양에 너무 집착한다. 엄청난 식사량을 자랑하는 이들의 인기에 이어 음식 자체를 많이 먹지않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데, 괜히 따라하다가 몸 상하지 말고 먹방은 먹방 그 자체로 대리만족만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