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대 한정, 페라리보다 보기 힘든 독일의 걸작

F1의 기술과 1950년대 전설이 만난 순간, 시대를 초월한 그란투리스모의 정수
사진_Mercedes-Benz SLR McLaren

고성능을 말할 때 많은 이들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자동차 수집가들의 목록에는 종종 이탈리아의 붉은말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 한 대의 독일산 그랜드 투어러가 자리한다.

바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단 2,157대만 생산된 메르세데스-벤츠 SLR 맥라렌이다.

사진_Mercedes-Benz SLR McLaren

이 모델은 단순한 슈퍼카를 넘어선다. F1에서 다듬어진 맥라렌의 기술력과 메르세데스의 전통이 결합된 이차는, 1955년 밀레 밀리아에서 전설을 만든 SLR 300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시도였다.

긴 보닛과 짧은 오버행, 버터플라이 도어와 독특한 사이드 배기 시스템은 시각적으로도 범상치 않다.

사진_Mercedes-Benz SLR McLaren

성능 역시 시기적으로 ‘초월적’이었다. AMG가 손수 제작한 5.4리터 슈퍼차저 V8 엔진은 최고출력 626마력, 최대토크 78.9kg·m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은 3.8초, 최고속도는 334km/h에 달한다. 카본 모노코크 바디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세라믹 브레이크와 리어 에어브레이크까지 갖춘 구성은 당대 기술의 집약체였다.

사진_Mercedes-Benz SLR McLaren

실내는 스포츠와 럭셔리의 균형이 잘 맞는다. 카본 시트와 알루미늄 센터콘솔, 크로노미터 형식의 계기판은 레이싱 감성을 강조하면서도, 보스 오디오와 자동 공조 시스템, 272ℓ의 트렁크 공간은 장거리 GT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Silver Arrow' 전용 가죽은 시트, 도어트림, 대시보드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사진_Mercedes-Benz SLR McLaren

다만 단점이 없지는 않다. 변속기는 당시 기준으로도 5단 자동에 머물렀으며, 전자제어 방식이 지금과는 달리 다소 둔탁한 반응을 보인다.

또한 무게 중심은 낮췄지만, 공차중량이 1.7톤을 넘는 탓에 와인딩 로드보다는 고속 크루징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오늘날의 기준에서는 연비(14.8ℓ/100km) 역시 실용적이라 보기 어렵다.

사진_Mercedes-Benz SLR McLaren

그럼에도 이 차는 단순한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

수작업으로 제작된 2천여 대 한정 생산, 각 에디션별로 담긴 스토리, 그리고 스털링 모스를 기리는 ‘722 에디션’과 루프 없는 ‘Stirling Moss’ 버전까지.

SLR 맥라렌은 기술과 감성, 그리고 역사성을 동시에 품은 몇 안 되는 하이퍼카다.

사진_Mercedes-Benz SLR McLaren

지금도 SLR 맥라렌은 전 세계 수집가들의 경매장에서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슈퍼카의 성능, GT의 안락함, 클래식의 헤리티지를 모두 갖춘 이 독일산 걸작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을 이름임이 분명하다.

페라리보다 보기 어려운 이 자동차, 진정한 자동차 애호가라면 한 번쯤 꿈꾸게 되는 궁극의 그란투리스모다.

사진_Mercedes-Benz SLR McLa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