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개표소 시위 속 이 대통령 “속히 진상규명”

잠실서 주말 내내 시민들 시위
일부 “부정선거” 음모론 프레임
여야는 8일 국조 요구서 제출
‘관리 사각’ 선관위 감시 제도화
원인 파악·체계 정비 투트랙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관리 부실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사안의 본질을 벗어난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을 신속히 규명해 음모론을 불식하는 동시에 선거관리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는 투 트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8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국회 국정조사가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국민의 신뢰를 잃은 독립기관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며 국회에 조속한 국정조사와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요청하고, 검경에 책임 소재와 사건의 전모를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엑스에 “이번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속히 국정조사를 추진해주시기 바란다”며 “선관위에 대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또 “정부 역시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는 사흘째 6·3 지방선거 재실시와 선관위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국 곳곳에서 재선거를 외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거리로 나오고 있다”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유튜버 전한길씨 등은 전날 집회에 참석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의 행정적 과실에서 비롯된 논란이 부정선거론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음모론이 확산되며 정작 필요한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 논의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은 선관위의 부실 행정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음모론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시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부의 통제와 감시가 제한됐다. 선관위 내에 독립적 감사기구가 있지만, 자체 감사만으론 조직 운영과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에 한계가 있었다. 국회의 견제는 예산 심의와 인사 관련 사항에 국한돼 있어 선거관리 과정 전반을 상시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이어서, 법률 개정만으로 독립 헌법기관인 선관위까지 감사하도록 권한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선거관리 업무까지 감사 대상에 포함할 경우 헌법이 보장한 선관위의 독립성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야가 위촉한 외부 위원들로 독립 감사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 “외부 위원들로 꾸린 독립 감사기구 필요”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을 외부에서 위촉하는 방식으로 선관위를 상시로 감시·감독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상임체제로 운영되는 선관위원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 선관위의 조직 운영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급 선관위원장들에게 실질적 권한이 주어져야 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이 기관 내에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8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각각 제출하면 여야 원내지도부는 국조 기간·대상·범위, 국조특위 위원 선정 등을 놓고 협상에 들어간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다음번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을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국민의힘은 야당 주도의 특검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필요하면 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엄 교수는 “이번 국정조사를 선관위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범죄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에 특검까지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공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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