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분 5.34% 확보한 MBK-영풍…일단 유리한 고지 선점했다

노자운 기자 2024. 10. 14. 18: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이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5% 이상 확보하면서다. 당장 지분 과반을 취득하지는 못했지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진행 중인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과반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다만 양측 모두 아직 갈 길은 멀다. MBK-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모두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준비하며 장내 지분 매집을 계속할 전망이다. 이번주 중으로 예정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소송과 배임 혐의 고소건 등 법적 분쟁도 계속되고 있어, 이에 따른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 측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청약을 받았다. 이를 통해 MBK-영풍이 확보한 지분은 5.34%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윤범 측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MBK-영풍 지분율도 달라져

MBK-영풍 연합은 당초 발행 주식 수의 6.9% 이상을 확보해 지분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비록 6.9%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MBK-영풍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향후 MBK-영풍의 의결권 지분율이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지는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로 취득하는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MBK-영풍의 지분율은 더 높아지게 된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취득가를 MBK-영풍(83만원)보다 6만원이나 높은 주당 89만원을 제시한 만큼, 이에 응해 청약할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자사주 취득을 철회할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대항 공개매수이기 때문에 철회는 불가능하다”며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8일 심문기일이 열리는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는 한, 최 회장 측은 몇 주가 청약되든 주당 89만원에 전량 매입해줘야 한다. 만약 최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해서 소각하지 않고 백기사인 제3자에 넘긴다면 의결권 있는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소각하겠다는 결의를 깨고 매각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다.

자사주는 취득한 후 6개월이 지난 이후에야 매각할 수 있는데, 내년 4월은 최 회장에게는 너무 늦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을 결정하게 될 주주총회는 정기주총이든, 임시주총이든 그 전에 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최 회장 측이 자사주를 매수해 소각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우호 주주에게 넘겨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면, 배임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특정 주주(최 회장)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을 동원했다는 MBK-영풍 측 공격 논리에 힘만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서 장기전 이어갈 듯…양측 모두 장내서 지분 추가 매집

MBK-영풍은 향후 최 회장 측과 주총에서 표 대결로 맞붙을 예정이다. 양측은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전에 임시주총을 열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사회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기존 이사 해임, 신규 이사 선임 안건 등을 내며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사 해임을 위해선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의결권 기준 66.7%)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실현시키기 어렵다. 다만,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건 4분의 1 출석에 출석 과반이 동의하면 통과되는 보통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자기편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위한 치열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 수 제한이 없다. 따라서 양쪽 모두 최대한 많은 이사 후보를 올리고 상대 측 후보의 선임안을 부결시키면서 장기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과 최 회장 모두 지분을 장내에서 추가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최 회장 측은 가처분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상관 없이 자사주 취득 프로그램을 가동해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 매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8월 한국투자증권과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맺은 상태다. 계약 금액은 총 4000억원이지만, 현재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신탁 계약을 통한 자사주 취득은 보류 중이다.

MBK도 장내 매집을 계속하기로 했다. 양측 모두 주식 매수를 멈추지 않을 예정이어서, 당분간 고려아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