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에 불던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경쟁이 막을 내림에 따라 생보업계는 향후 매출을 끌어 올릴 상품으로 경영인 정기보험을 앞세우고 있다.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도 이달 들어 경영인 정기보험 상품을 개정해 보험대리점(GA)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3월 GA 소식지에는 법인 CEO의 전략적인 자금활용을 위해 경영인 정기보험을 개정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상품이 개정됨에 따라 기존 90세 만기가 95세로 늘어나며, 조기 체증 구조를 채택해 해약 시의 환급률을 납입 기간 초기부터 높였다.

만기가 기존 상품보다 5년 연장되면서 보장 기간은 늘어나게 됐다. 경영인 정기보험은 대표 또는 임원 등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수익자인 법인이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는 상속세 재원이 될 수 있으며 유족의 보상금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 가입기간 내 월납부 보험료는 전액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예컨대 월500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경우 1년 기준 6000만원을 납입하게 되는데, 법인 과세표준이 200억 이하라면 세율 20%를 적용해 1200만원을 절세하는 효과를 낸다.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에도 해지환급금을 퇴직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익자는 법인이므로, 해지환급금을 퇴직자의 퇴직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퇴직금은 공제 항목이 많으므로 적용되는 세율이 비교적 낮아 절세에 이점이 있는 상품이다.

여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 특성과 보험료 규모가 높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생명보험 대형사는 상품 개정을 통해 경영인 정기보험 상품 매력도를 끌어올린 상태다. 교보생명은 납입 시점 5·7·10·15년 차 환급률을 경쟁사 대비 크게 잡았다.

경영인 정기보험을 판매할 시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도 높아 판매 유인은 뚜렷하다. 경영인 정기보험 계약을 체결할 경우 설계사에게는 초회보험료의 900~1000%를 수수료로 지급받게 된다. 이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700%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던 것보다 훨씬 높다.

다만 경영인 정기보험은 단기납 종신보험과 달리 법인 대표 및 임원이 가입하므로 단기납 종신과는 타깃층이 좁다.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장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나, 경영인 정기보험은 절세 목적이 더 강한 상품이다.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빈자리를 채울 상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명보험사들에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현 120%에서 11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기납 환급률을 낮출 경우 상품 경쟁력이 하락해 가입하려는 유인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대체 상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인 정기보험은 단기납 종신보험과는 달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지만 한 번 내는 보험료 규모가 크므로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도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생보사들이 경영인 정기보험 초기 환급률을 높여 상품 매력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의 빈자리를 채울 상품으로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안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