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 P4 완전 가동 반년 앞당긴다…AI 메모리 공급도 초격차 [BIZ-플러스]
P4 상·하동 연내 임시사용 가동
양산 시점 기존 대비 6개월 단축
P4 50조 투입 앞세워 시장 선점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확대를 위해 평택캠퍼스에 50조 원을 투입해 건설해온 4공장(P4)을 연내 풀가동한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P4의 완전 가동을 앞당기려 ‘임시 사용 승인’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기술 우위를 압도적 생산 능력을 앞세운 ‘제조 초격차’로 굳힌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4 상동(Ph4) 라인을 7월, 하동(Ph2) 라인을 11월 각각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아 가동할 계획이다. 지난달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P4 하동 마감 공사를 1조 3792억 원에 수주하며 막바지 공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개 층 형태로 4개 클린룸이 들어설 P4는 현재 절반만 가동 중이다.
임시 사용은 완공 전 특정 구역의 승인을 먼저 받아 반도체 장비를 조기 반입하는 패스트트랙이다. 이를 통해 P4의 완전 가동 시기를 기존 대비 반년가량 획기적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단일 팹에 약 50조 원이 투입될 P4가 연내 순차적으로 완전 가동 체제에 돌입하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는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골조 공사에 착수한 평택 5공장(P5) 역시 이달 본공사에 돌입하며 건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 3개 층 규모에 6개 클린룸을 갖춘 P5는 총 투자비만 8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매머드급 팹이다. 삼성물산(2조 8932억 원)과 삼성E&A(1조 8790억 원)가 최근 대규모 골조 및 건축 공사 계약을 삼성전자와 체결하며 공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삼성이 기술 우위에 이어 ‘생산 초격차’ 달성에 고삐를 죄는 것은 올 하반기 본격 양산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 등 폭증하는 HBM과 전방위적인 메모리 칩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약 70조 원 규모의 대규모 시설 투자를 계획 중이며 이 중 상당 부분을 평택캠퍼스 인프라 확충에 할당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부회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AI 수요 확대에 대응해 선제적인 시설 투자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일 구조 P5·P5 2 구축해 검증 절차 생략
319조 실적 바탕 종합 AI 반도체 기업 도약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4공장(P4)의 ‘임시 사용’과 5공장(P5)의 ‘쌍둥이 팹(Twin Fab)’ 전략을 가동하며 전례 없는 생산 속도전에 나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단발성 호황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면서,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무기로 AI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삼성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생산 능력을 최우선으로 끌어올리는 곳은 P4다. 삼성전자가 P4 라인에 적용하기로 한 ‘임시 사용’은 건물 전체가 완공되기 전이라도 특정 구역의 사용 승인을 먼저 받아 클린룸 조성을 시작하고 핵심 반도체 장비를 선제적으로 반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장비 셋업과 시운전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대폭 줄여 최소 6개월 이상 가동 시기를 앞당기며 칩 생산 물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
차기 핵심 기지인 P5 역시 속도와 효율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은 P5 이후 지어질 신규 공장을 새로운 설계의 P6가 아닌 P5와 구조가 100% 동일한 ‘P5 2’로 건설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라인 설계가 변경되면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은 수개월에 걸쳐 제품의 수율과 품질을 까다롭게 다시 검증(Qual Test)하게 된다. 하지만 구조가 완벽히 동일한 쌍둥이 팹에서 칩을 생산할 경우 이처럼 복잡하고 소모적인 검증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즉각적인 대량 공급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가 이토록 빠른 생산 능력 확충에 사활을 거는 근본적 이유는 극심한 글로벌 메모리 공급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내년까지 팹 증설과 생산 라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인다 해도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의 60% 수준밖에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의 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과거 PC와 스마트폰 등 전방 정보기술(IT) 기기 교체 수요가 주도하던 널뛰기 장세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구매를 총괄하는 C레벨 임원들은 잇따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를 직접 찾아와 3~5년 단위의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어달라고 읍소하는 등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확실하게 보장되고 오히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먼저 물량을 생산해 적기에 공급하는 기업이 절대적인 가격 결정권과 우위를 쥐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압도적이던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충함으로써 삼성전자는 HBM 시장 판도를 단숨에 뒤집을 골든타임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범용 D램 시장에서 1위를 굳건히 탈환한 삼성에게 남은 과제는 경쟁사에 선두를 내준 HBM 시장의 제패다. 올 하반기 본격 양산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 출시에 발맞춰 삼성전자가 조기 가동되는 P4에서 HBM4를 대량 생산하며 단숨에 점유율을 역전시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러한 속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 또한 압도적이다. 단일 팹인 P5 건설에만 약 80조 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쌍둥이 팹(P5·P5 2) 구축에는 총 160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투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P5 팹 건축 등에 2조 8932억 원, 삼성E&A는 골조 공사 등에 1조 8790억 원의 대규모 계약 소식을 잇따라 공시하며 속도전에 화력을 더했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흔들림 없이 집행될 수 있는 배경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 뿜어내는 든든한 현금 창출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만 57조 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거두며 한국 기업사에 남을 대기록을 썼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AI 메모리 수요 폭발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1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메모리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최첨단 설계와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삼성전자의 턴키(일괄 공급) 경쟁력이 이 같은 인프라 확충과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원 석좌교수는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역량을 모두 내재화한 삼성이 과거 PC 시대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의 전성기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종합 AI 반도체 제국’으로 새롭게 발돋움할 완벽한 기회를 잡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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