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안 좋으면, 아이 ‘이것'에 영향 끼친다

배우 봉태규가 생각하는 '관계'와 '연애'
지금은 나의 반려자가 된 파트너에게 두 번째 만남에서 프러포즈를 했다.

연애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호감 가는 누군가를 만나고 다투기도 하고 그러다 상처 입고 다독이고 다시 만나는 식의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버거웠다. 모두가 그런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게는 부담스러운 과정으로 느껴졌다.

무엇이 그토록 연애를 외면하고 싶게 만들었을까? 연애는 하기 싫었는데 왜 결혼은 하고 싶었을까? 왜 과정 없는 결과를 갈망하게 되었을까? 그런데 꼭 연애가 선행되고 결혼은 그 다음이어야 하나? 나의 연애를 괴롭힌 건 무엇이었을까?


우리 부모님은 대체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느 순간 어머니가 가장 역할을 하게 된 이후부터는 두 분이 다정하게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오가는 말다툼이 유일한 교류였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는 은근히 두 분의 이혼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혼은 TV 드라마에나 나오는 비현실적인 일이었고, 그로 인한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으셨고, 나는 사람의 감정이란 경제적인 현실이 가하는 타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해짐을 목격했다. 그런데 이 경험이 나의 못난 연애에 영향을 줬느냐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누군가 체계적으로 연애를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성공적으로 유혹하는 기술이나 밀고 당기기의 기술 말고, 두 사람이 균형 잡힌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방법을 배우고 싶다. 만약 그런 수업이 있다면 나는 맨 앞줄에 앉아 열심히 많은 것들을 묻고, 또 들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제일 먼저 배운 건 인사였다.

선생님께 인사하기, 친구에게 인사하기, 부모님께 인사하기. 이는 기초적 사회화 교육이자 주변인과의 관계 형성에 필요한 첫 번째 단추다. 이러한 기본적인 교육이 후일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품성과 태도를 기르는 것일테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정해 놓은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성장한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그 자신은 물론 타인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러한 감정적 학대는 유독 연애에서 두드러진다.

그 어떤 관계보다도 친밀하고 강력하며, 동시에 취약하고 폭력적인 연애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개인의 몫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관계의 역학 속에서 진심으로 함께 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을 기르기 위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고립보다는 연결을 추구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끊임없는 조정의 과정으로 빚어지는 상호작용을 가르치는 수업이 공교육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과목명은 ‘연애'.

꽤 두툼한 교과서의 맨 마지막 장 제목은 ‘이별'. 별다른 내용 없이 빈 페이지로 남겨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번 책은 괜찮은 누군가가 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저에게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관계'였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굉장히 엄한 분이셨고, 어릴 때도 아버지와 감정을 교류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남자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동성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서 기본적으로 애정 결핍이 있는데, 이 결핍이 관계성과도 이어지고 결국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넘어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단순히 내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풀어내고 싶었어요. _채널예스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