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100원에 파는 쇼핑몰 정체가 뭘까?
이 광고를 보라. 라면 20개에 2000원. 국내산 백미 10kg에 6900원. 갤럭시 버즈 프로와 에어팟 프로 각각 6만9000원. 아이폰은 3만원...? 출고가도 아니고 중고가보다도 50%에서 많게는 98%까지 저렴한 핫딜 쇼핑몰. 이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싸게 파는 거지?? 유튜브 댓글로 “라면 한 박스에 2천 원에 파는 핫딜 쇼핑몰들의 정체를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이 사기 업체일 확률이 높으니 절~대 구매하지 말자. 사실 나도 무려 8개월 전에 라면 주문했다가 못 받았다. 심지어 환불도 못 받았다(ㅠㅠ).
한국소비자원 섬유식품팀 관계자
"특가 이벤트 해 가지고 선착순 몇 명에 대해서는 어떤 상품에 대해서는 100원에 공급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 대형 오픈마켓에서 이런 식으로 했다고 하면 저는 믿겠어요. 근데 개별 쇼핑몰에서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거는 의심을 해보셔야 돼요. 그럴 인지도가 있는 업체가 아니면 사실 이게 정상적인 거래라고 좀 보기가 어렵다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네이버, 쿠팡 같은 대형 오픈마켓에서 이벤트를 하는 건 그나마 믿을만하지만, 개별 쇼핑몰에서 시세보다 너무 저렴한 가격을, 많은 제품에, 선착순도 아니고, 기간 한정도 아니게 판매하는 건 의심해봐야 한다는 말.
특히 이런 쇼핑몰들은 배송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을 끄는 게 특징이다. 최근 대표까지 구속되어 사실상 사기 업체라고 결론이 난 ‘스타일브이’도 배송이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렸고 그마저도 못 받은 사람이 훨씬 많다.
스타일브이가 문의하기 게시판에 공지한 자신들의 슬로건은 ‘참 4가지 없는 쇼핑몰’인데, 1. 시스템이 미흡하고, 2. 인력이 부족하며, 3. 고객 응대 미흡해, 4. 거북이 배송을 한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가격이 저렴한 만큼 느리다는 말을 4가지 없다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으로 보고 별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이후 물건도 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 문제가 커지면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게다가 이렇게 배송이 늦을 거라고 미리 말해두면 법적으로도 당장 처벌하기 어려워지고, 피해자가 신고하기까지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 섬유식품팀 관계자
"그쪽 업체가 약간의 법률을 조금은 편법적으로 이용한 것 같아요. 법률상에 보면은 소비자가 그 대금을 지급한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 재화 등의 공급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해요. 이 업체는 지금 겨우 거북이 배송이라고 해가지고 약정을 당사자 간의 약정을 한 거잖아요. 그런 점을 이용한 것 같은데..."
전자상거래법 제15조에 따르면, 소비자가 대금을 지급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공급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으나, 그 바로 뒤에 당사자 간 공급 시기에 대해 따로 약정했을 경우는 그러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업체들은 이 점을 이용해서 배송 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사기 행각을 더 벌인 것이다. 심지어 배송을 지연시키는 와중에 몇몇 고객에게는 실제 상품을 보내줘서 블로그나 SNS에 ‘저는 제품 받았어요~’ 하는 후기가 쓰였고 다른 사람들도 희망을 갖고 계속 기다리게 해서 피해자가 더 늘어났다.
게다가 대부분의 피해액이 소액이어서 신고가 늦어져 피해가 늘기도 했다고.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소비자 피해라는 게 원래 소액 다수예요. 피해 당한 사람은 많지만 이게 소액이기 때문에 이거를 찾기 위해서 드리는 시간 비용 감정적인 거 이런 거 생각하면 그냥 포기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뭐예요. 이런 사기가 계속적으로 횡행한다"
경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는 81만 5006명, 피해액은 무려 74억이나 된다. 인당 9천 원 정도의 소액이라 굳이 신고하지 않고 넘긴 것. 이 사기꾼들 푼돈 모아 크게 한탕 했다.
사실 피해액과 피해자 규모가 가장 큰 스타일브이만 언급했지만, 이런 사기성이 짙은 핫딜 쇼핑몰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업체들이 이름만 다르고 실질적 운영자가 같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 섬유식품팀 관계자
“스타일브이하고 오시싸는 공개 정보에 보면은 대표자하고 사업장 주소가 거의 동일해요. 그 외에 이제 몇 가지 또 업체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대전 중구청에 저희가 확인을 해보니까 이게 동일한 업체인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어요. 거의 동일한 업체로 봤고요 일단 외관상으로도”
이번에 핵심 운영자로 구속된 최모씨는 2018년부터 20년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38개의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사기죄로 징역 10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하자마자 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렇게 사기 쳐서 돈 벌고 잠깐 감옥 갔다 나와서 또 사기 치고. 이러니 ‘사기꾼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이 생겼지 싶다. 이번에는 솜방망이 처벌 말고 제발 제대로 엄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