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조용히 글 쓰고 싶다…노벨상 의미 생각할 시간 필요”

스웨덴 공영 SVT와 수상 후 첫 인터뷰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집필 소설 끝내고 수상소감 작성”

▲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지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설가 한강(54)이 노벨문학상 발표 후 스웨덴 공영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면서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13일(현지시각) 스웨덴 공영 SVT 방송 보도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이 방송과 자택에서 인터뷰하고 “나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으며,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사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왜 축하하고 싶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강 작가는 “아니다. 아들과 함께 카밀러(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강 작가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을 통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강 작가는 “뭔가 혼란이 있었던 거 같다.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당시에 대해선 “인터뷰할 때 장난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진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면서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이 무용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다”며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쓰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빨리 끝내고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강 작가는 그러면서 “(한림원으로부터)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 바라건대 지금 쓰는 짧은 소설을 이달이나 내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이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