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홍보 아니고?"... '필리핀' 관광 캠페인의 충격적인 실수

외주사 제작 영상에 다른 나라 관광지 대거 등장
11억 들인 외주 제작사, 영상 구매로 제작
온라인 커뮤니티

필리핀이 11억원을 들여 관광 홍보용으로 만들어 배포한 영상에 다른 나라의 관광지가 대거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광고 대행사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2023년 7월 2일(현지시간) 필리핀 관광부는 7월 1일 광고대행사 DDB필리핀이 제작한 홍보영상에 ' 직접 찍지 않은 장면'이 포함됐다는 의혹으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6월 27일 관광 부처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필리핀을 사랑하자'(Love The Philippines)라는 관광 슬로건과 함께 홍보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필리핀 정부는 캠페인 제작에 4900만 페소(한화 약 11억 6000만원)를 들였습니다.

필리핀 관광홍보 영상에 등장한 인도네시아 우붓의 계단식 논

관광 홍보 영상이 공개된 2일 후, 필리핀의 유명 블로거 사스 로간도 사소트는 영상 속 일부 배경이 필리핀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는데요. 공개된 영상에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지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도네시아 우붓의 계단식 논, 태국의 물가에서 그물을 던지는 어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광활한 모래 언덕, 스위스 공항에서 여객기가 착륙하는 모습 등 필리핀 관광 홍보와는 맞지 않는 영상이 다수 삽입된 것입니다.

광고대행사 DBB필리핀의 잘못
필리핀 정부 "정부도 피해자"
DBB 필리핀의 사과문 / 온라인 커뮤니티

영상 제작을 의뢰받은 DBB필리핀이 외부 민간업체에서 영상을 구입해 사용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정부는 "DBB 필리핀에 영상 소유권에 대한 확인을 여러 차례 요구해 확인받았다"며 "정부도 피해자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광고 대행사 DBB필리핀은 "필리핀을 홍보하는 캠페인에 해외 스톡 영상을 사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관광부의 목표와도 모순된다"고 인정하며 "엄격한 검열 절차를 지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필리핀 관광부 또한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관계자는 "우리는 필리핀을 최고 수준으로 홍보할 책임이 있다"며 "필리핀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며 정확한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필리핀은 관광산업이 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 산업 중심 국가이지만 열악한 인프라와 높은 물가로 관광객 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유엔세계관광기구의 집계 결과 2022년 필리핀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270만명으로, 2019년 코로나19 확산 직전보다 68% 감소했습니다.

현지 누리꾼들은 '11억 들여 다른 나라 관광지만 홍보했다', '이건 세계 여행 독려 캠페인이지 필리핀 관광 홍보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냐' 등 '나라 망신'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관광 홍보 영상'은 슬로베니아서 촬영
132억 들여 '세금 낭비' 논란과 비난
이탈리아 관광 홍보 영상 중 슬로베니아 촬영본이 삽입됐다 / 온라인 커뮤니티

2023년 4월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관광부가 만든 홍보 영상에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슬로베니아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삽입됐다는 사실이 발각됐습니다. 형편없는 홍보 영상의 퀄리티에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관광부는 '경이를 열다'(Open to Wonder)를 슬로건으로 새로운 관광 캠페인을 발표했는데요. 캠페인의 홍보대사로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발탁했습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의 비너스를 AI 기술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인데요. '현대적인 비너스'는 청자켓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피자를 먹으며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 명소를 소개했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재구성한 비너스가 이탈리아 관광지를 찾은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홍보영상 속 비너스의 모습에 현지 누리꾼들은 '괴상하고 외설적이다', '촌스럽고 진부하다' 는 혹평이 잇따랐는데요. 다니엘라 산탄체 관광부 장관은 "비너스를 홍보대사로 묘사한 것은 젊은 층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심지어 영상 초반 27초쯤 젊은 남녀 무리가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웃고 있는 모습은 이탈리아가 아닌 슬로베니아 코타르 지역에서 촬영된 것이 발각됐습니다. 한 네티즌이 '이곳은 슬로베니아 코타르 지역이며 테이블 위 와인병에는 코타르 와인 라벨이 붙어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관광 홍보 영상에 투입된 비용은 900만 유로(한화 약 132억원)라는 것이 알려지며 현지에서는 '세금 낭비'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기도 했습니다.

다니엘라 산탄체 관광부 장관은 "900만 유로의 비용은 영상 제작뿐만 아닌 전세계 홍보를 포함한 총 비용"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