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급증에 ‘지방 곡소리’…한때 ‘묻지마 투자처’ 강원 한달 새 81% 증가
집값 하락 전망이 확산하는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자 미분양 주택이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한때 갭 투자 성행으로 수도권 큰손들의 ‘묻지마 투자처’가 됐던 강원지역의 미분양 주택 증가율은 한달새 전국 평균의 6배에 달하는 80%대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이 총 4만7217가구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전월 4만1604가구에 비해 13.5% 증가한 규모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4월 2만7180가구, 5월 2만7375가구, 6월 2만7910가구, 7월 3만1284가구, 8월 3만2722가구, 9월 4만1604가구, 10월 4만7217가구 등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9월과 10월에는 전월 대비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미분양 주택의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7813가구로 전월 대비 2.6%(201가구) 감소했지만 지방이 3만9605가구로 전월 대비 17.2%(5814가구) 늘었다.
지방에서도 전북 미분양 물량이 621가구에서 1383가구로 122.7% 급증했다. 이어 강원 미분양 물량이 1262가구에서 2287가구로 81.2%나 늘어 심각성을 보여줬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보다 소폭 감소했다. 전국 기준 10월 말 준공 후 미분양은 7077가구로 전월 7189가구 대비 1.6% 감소했다.
■ 건설사들 “빨리 털어내자”… 비수기 연말 물량 쏟아져 부담 가중
상황이 이렇지만 아파트 분양시장 비수기인 연말에 때 아닌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른바 ‘로또판’으로 불리던 분양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12월 강원도에서 연간 최대 물량인 아파트 4200여 세대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미분양 주택 증가 여부에 시잩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2월 강원지역 7개 지역에서 4209세대(임대 포함·오피스텔 제외·1순위 청약 기준)가 청약을 접수한다.
이는 전국 물량(5만7588세대)의 10.9%로, 일정대로만 진행된다면 올해 강원지역 공급 물량 전체(4820세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증가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환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확보를 위한 밀어내기 분야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보다 내년 분양시장이 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내년에 금리 인상 기조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라리 일부 미분양을 감소하더라도 올해 안에 가능한 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외지인 발길 줄자 강원 부동산 ‘한랭 전선’…원주 미분양 1000세대 넘어
금리상승과 경기둔화, 집값 상승 피로감에 따른 영향을 강원도도 받기 시작했다.
KB부동산월간통계에 따르면 강릉시 아파트값은 2020년6월 이후 29개월만에 처음으로 전월대비 하락(-0.40%)했다.
강릉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전년말 대비 2020년 3.01%, 2021년 24.86%, 2022년(11월까지) 10.28% 등 수도권 하락기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근 3년 동안 누적 상승률은 38.15%에 달한다.
원주시는 미분양 아파트가 1000가구를 넘어섰다.
원주시 집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민간 미분양 주택 수는 1049건으로 집계됐다.
원주는 2017년 1월 미분양 물량이 1000가구가 넘어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미분양 물량이 4000가구까지 늘었다가 물량 소진 후 2020년 6월 관리지역에서 풀렸다.
바다뷰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속초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해 인기를 끌던 아파트 가격도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속초시 조양동 ‘속초서희스타힐스더베이’ 전용 96.25㎡는 올 6월 6억4000만원(23층)에 거래됐으나 10월에 저층(3층)은 4억1000만원, 고층(24층)은 5억7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고층 기준으로도 4개월 만에 7000만원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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