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레시피] 청약통장 무용론에 해지 급증… “급하지 않으면 깨지 마세요”

청약통장 가입자 수 1년 새 36만명↓
15년 유지하면 17점 주는 가입기간 중요
금리 높아지고 혜택 커져 유지가 유리
급전 필요하면 청약통장 담보대출 활용

그래픽=챗GPT

경기 수원에 사는 직장인 김유연(32)씨는 매달 10만원씩, 5년 가까이 넣던 청약통장을 해지할지 고민 중이다. 김씨는 부양가족도 없고 청약 기간도 짧아 청약 점수가 낮은 만큼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김씨는 “수원도 국민평형인 전용 84㎡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당첨된다고 해도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며 “청약통장에 넣어 둔 돈을 조금이라도 금리 높은 예적금으로 옮기고 자금 사정에 맞는 아파트 매물을 찾아볼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청약통장)을 두고 해지를 고민하는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청약 가점 만점자가 속출하는 등 당첨 구멍이 갈수록 좁아지고 당첨이 된다고 해도 분양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특별공급이나 추첨 물량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이 또한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545만72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81만5885명)과 비교해 36만명이 줄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첨 확률이 낮더라도 우선은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은다. 가입 기간에 따라 청약 가점까지 부여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더 오래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최근 청약통장 금리가 높아졌을뿐더러 혜택도 커지고 있어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① 청약통장 가입 오래될수록 유리

청약통장은 특별한 나이 제한 없이 전 국민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택 청약을 하기 위해서는 1순위가 되어야 유리한데 1순위가 되기 위해서는 납입 기간이 1년 이상이 되었거나 납입 횟수가 12회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1순위인 사람이 약 1500만명이 넘으며 2순위인 사람도 10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절반가량이 1~2순위인 셈이다.

따라서 1순위자 중에서도 가점제를 활용해 당첨자를 뽑게 된다. 가점제는 크게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 3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만 30세가 넘어서부터 무주택으로 지냈던 기간을 산정하는데 15년 이상 무주택기간을 유지한 사람의 경우 최대 가점은 32점이다. 또 부양하는 가족 한 명당 5점씩 가점되고 최대 35점까지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청약통장을 15년 이상 유지했을 경우 최대 17점을 얻게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최대 84점까지 받을 수 있는데 서울 강남 주택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최소 60~70점이 되어야 한다.

민간분양 청약 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가점제 물량이다. 이 중 가입자가 가장 쉽게 노릴 수 있는 조건은 최대 17점을 주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다.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역시 가입 기간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든다. 만기가 정해진 여타 예·적금 상품과 달리 청약통장은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계좌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때 보유 기간을 늘리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걸린 주택청약저축 안내문. /뉴스1

② 예금과 비슷해진 청약통장 금리

청약통장 금리도 일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기존 연 2.0~2.8% 수준이던 청약통장의 금리를 연 2.3~3.1%로 인상했다. 다만 청약통장 금리 인상 전 납입분은 기존 금리가 적용된다.

최근 청약통장 금리는 급격히 오르는 추세다. 정부는 2022년 11월 0.3%포인트, 지난해 8월 0.7%포인트에 이어 이번에 0.3%포인트를 올리면서 2년 새 청약통장 금리는 총 1.3%포인트 인상됐다. 특히 만 19세 이상에서 만 34세 이하의 청년이 가입할 수 있는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의 경우 금리가 연 4.5%에 달한다.

당장 급전을 마련해야 한다면 청약통장을 해지하기보다 관련 담보 대출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청약통장을 담보로 할 경우 예치된 금액의 90~95%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지난 8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청약담보대출 금리는 2~4%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반면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4~6%대를 기록하고 있다.

③ 커지는 혜택…소득공제 및 납입액↑

금리인상과 함께 청약통장 혜택이 점차 커지는 점도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게 좋은 이유다. 청약통장은 청약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소득공제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연말정산 소득공제가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됐다. 다음 달부터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액이 기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월 납입액이 조정된 것은 1983년 제도 도입 이후 41년 만이다.

국민주택 가운데 일반공급에 배정된 15%의 1순위 당첨은 저축총액 순으로 가린다. 통상 공공분양 당첨 합격선은 1200만~1500만원 수준으로 본다. 현 납입 인정액 기준인 1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10년 넘게 매달 10만원씩 넣어야 1200만원 선을 맞출 수 있는 셈이다. 25만원 한도로 계산하면 매달 25만원씩 4년가량 모으면 1200만원이 된다. 당첨 합격선까지 10년 걸리던 기간이 6년 단축되는 셈이다.

청약제도는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 때 바뀐 것은 법률이 아니라 규칙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시장 상황에 맞게 규칙을 바꿔 변화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급한 게 아니라면 청약통장을 보유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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