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서울 39·경북 2.9·대구 0.9%'…수도권, 지방 삼키다

대구시가 올해 처음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 활동을 통한 상시 외투 기업 유치 활동을 펼친다. 외국인투자기업 유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림은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3'(DALL·E3)가 '대구에 외국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 상황'을 그린 이미지. 홍준표 기자
올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 금액이 70억5천만달러로 역대 1분기 중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FDI 350억달러 달성을 위한 단단한 첫 걸음"이라며 기대를 비친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보면 FDI에서도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가 공고하다. 사진은 24일 정부 세종청사 위로 먹구름이 낀 모습. 홍준표 기자

"외국인이 투자처로 대구경북이랑 수도권을 저울질하다가 수도권으로 간 사례요? 그런 일은 없어요. 그냥 처음부터 서울로 갑니다."

대구경북의 한 투자유치 담당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그는 인구는 물론, 경제·문화 등 모든 사회적 기반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서울이 외국인직접투자(FDI)마저 독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공무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자발적인 수도권 투자는 극소수이며 중앙정부와 정부 산하기관·금융회사 등 국내 투자유치 기관의 서울 쏠림 투자 유도가 극심한 지방 소외를 불러오고 있다.

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균형발전, 지방시대는 무관심합니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금융회사도 무조건 서울 투자를 권유하고,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은 경기도 용인 권유 등 답이 정해져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이 국내 FDI의 절반을 가져갈만큼 외국인 투자의 수도권 쏠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연안산업 등 특정 입지를 요구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 FDI 파이를 두고 비수도권 내륙 자치단체 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신규 투자는 사실상 사라졌고 최근 이뤄진 FDI 대부분은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외국 기업의 추가 투자일 뿐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은 물론,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지방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자금 조달 창구인 금융의 서울 일극 쏠림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정책 대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구미갑)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2020년 이후 자치단체별 외국인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1분기 FDI 신고액은 27억3천800만달러다. 올해 1분기 국내 FDI 신고액(70억5천만달러)에서 가장 큰 비중(38.8%)이다. 다음은 경기도로 7억9천500만달러, 11.3%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1분기 전체의 절반이 넘는 35억6천만달러가 투자됐다.

반면 1분기 대구의 FDI 신고액은 6천500만달러다. 지난해 1분기(1천600만달러)보다 287.6% 증가한 액수이자 지난해 대구 FDI 신고액 전체(1억3천600만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호실적이지만, 대구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경북의 올해 1분기 외투 신고액은 2억600만달러다. 역시 지난해보다 749.3% 늘었지만, 전체로 보면 2.9%에 그친다.

지역의 또 다른 투자유치 담당자는 "정부는 올해 비수도권으로 유입된 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9% 늘었다는 이유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시각"이라면서 "신고금액의 수도권 특히 서울 쏠리는 현상은 해마다 풀리지 않는 숙제다. 게다가 수도권 외 지역은 신고 규모 대비 실제 투자가 집행되는 도착금액 역시 턱없이 낮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1분기 국내 FDI는 신고 기준 지난해 1분기보다 25.1% 늘어난 70억5천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통상 연간 FDI 중 1분기의 비중이 20% 미만임에도 이번 1분기는 70억달러를 넘어서며 2004년 1분기(30억5천만달러) 이후 20년 만에 투자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

홍준표 기자 pyoy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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