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첩기 하천 누빈 신종 양서류의 비밀

약 2억4000만 년 전 호주 대륙의 담수를 누빈 신종 양서류의 화석 분석이 2년째 진행됐다. 골격이 거의 온전하게 남은 이 화석은 두 차례에 걸친 대멸종을 양서류가 견딘 비밀을 품었다고 생각된다.

호주 국립박물관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1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2억4000만 년 전 담수에 서식한 거대 양서류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Arenaerpeton supinatus)의 분석이 순조롭다고 전했다.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의 화석은 1990년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모처의 양계농가 주인이 모은 돌 속에서 나왔다. 은퇴한 양계농가 주인은 집 정원에 돌담을 쌓을 목적으로 채석장에서 돌을 운반했는데 독특한 무늬를 가진 돌 하나를 애지중지 보관했다.

신종으로 확인된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의 상상도. 2년에 걸친 조사 결과 여러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Jose Vitor Silva>

해당 돌은 나중에 호주 국립박물관에 기증됐다. 기묘한 무늬에 주목한 학자들은 2023년 정밀분석에 나섰다. 완전한 골격에 연조직까지 일부 보존된 이 화석은 삼첩기(트라이아스기) 호주의 담수 하천에 서식한 거대 양서류 신종으로 확인됐다.

고생물학자 매튜 매커리 박사는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는 라틴어로 '누운 채 모래를 기어 다니는 자'라는 의미"라며 "현생종 큰도롱뇽속과 비슷한 외형을 한 이 생물은 두 번에 걸친 대멸종을 견딘 양서류의 비밀을 알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년간 분석 결과 우리는 이 양서류가 공룡보다 전에 지구에 등장했고, 공룡시대를 살다 사라진 양서류 그룹 분추목(Temnospondyli)의 갈래임을 알아냈다"며 "분추목은 현생종 도롱뇽과 외형이 비슷하나 보다 원시적이고 형태도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양계장 주인이 정원을 꾸미기 위해 모은 돌 사이에서 나온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의 화석 <사진=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 화석이 귀중한 것은 뛰어난 보존 상태다. 트라이아스기 분추목 화석은 머리와 몸통이 연결된 것만 해도 드문데, 연조직이 보존된 샘플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매튜 매커리 박사는 "이 양서류는 2억5000만~2억 년 전 현재의 시드니 분지를 흐르던 담수가 주 서식지"라며 "클레이트롤레피스(Cleithrolepis)라는 고대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은 이 생물은 생김새와 크기가 현생종 도롱뇽과 닮았고, 특히 머리 형상은 똑같다"고 언급했다.

화석 크기로 미뤄 몸길이 약 1.2m로 추측되는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 <사진=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박사는 "갈비뼈나 연조직 크기로 보면 오늘날의 도롱뇽보다 훨씬 건장한 체격임을 짐작할 수 있다"며 "작지만 날카로운 이빨도 가진 이 고생물은 전체 길이 약 1.2m로 꽤 크지만, 실은 동시대 서식한 동류의 동료보다는 작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보다 약 1억2000만 년 후 호주에 등장한 분추목 동료 중에 거대화한 종이 많은 점에 주목했다. 이로 미뤄 아레나에르페톤 수피나투스가 몸의 크기를 줄여 가혹한 대멸종에서 살아남았다고 연구팀은 짐작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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