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로 갈등 잘풀어…기시다 답방때 공동선언문 나와야"
◆ 尹대통령 방일 ◆
한일 양국이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방일을 계기로 강제징용 배상과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등 기존에 양국 관계를 짓누르고 있던 갈등 요소를 빠른 속도로 제거하고 새로운 협력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 재개와 윤 대통령의 공공외교 성과에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향후 일본의 화답과 두 나라 국민의 여론에 한일관계 개선의 진정한 성패가 달렸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17일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 성과로 "12년 만에 셔틀외교를 복원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며 "양국 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했고 향후 협의체를 만들어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정상 간에 합의를 이뤘다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정부가 '제3자 변제'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후 불과 열흘 만에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 오랜 갈등의 매듭을 풀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 복원이라는 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며 "앞으로 다음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 등 다양한 과정 속에서 한일관계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준비기간이 매우 짧았음에도 한일 정상회담에서 여러 사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되며 양국 관계 개선의 시작점이 됐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우리가 원했던 강제징용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나 사죄 발언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 연구위원은 "향후 기시다 총리 답방 시 좀 더 진전된 형태의 발언이 나오고 이게 문서화된다면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의 어깨가 무거워졌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방일 전인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한일 공동선언을 좀 더 알차고 내실 있게 준비해서 다음 기회에 발표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으로 이어질 양국 정상 셔틀외교에서 문서화된 형태의 공동선언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특히 기시다 총리가 '하나씩 하나씩'을 여러 번 강조했던 것을 주목하며 "일본의 일하는 스타일상 한 번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조성되면 기시다 총리 말대로 점진적으로 응답해가면서 피고기업의 참여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양국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묻는 한국 기자에게 "윤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를 확인하고 의사소통을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본도 구체적인 결과를 하나씩 하나씩 응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이번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동안 과거사 문제로 중단됐던 양국 정상 교류를 다시 열었다는 것만 해도 큰 의미"라며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국내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과 일본의 호응을 유도하는 두 가지로 압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 전 대사는 "우리 국민에게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대통령의 외교적 결단을 잘 설득하면서 지지를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의 게이오대 강의도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주일대사로서 일본 전역을 돌면서 20여 개 대학에서 강연한 경험이 있는 신 전 대사는 "그동안 과거사 문제로 우리의 대일 공공외교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는데, 대학 강연은 최고지도자가 미래 세대를 만나 공공외교를 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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