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봉 5억으로 올리고 공고 10번 내도 의사 못구해··· 공공의료기관 의사 고용 실태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전국 51개 공공의료기관이 최근 5년간 4000명 넘는 의사를 채용하려고 시도했지만 3분의1 정도인 1334명만 간신히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 공고를 10번 가까이 내고, 연봉을 5억 가까이 끌어올려도 구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에서 받은 ‘전국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소관 공공의료기관 51곳의 채용 실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이 기관들이 채용하려 한 전체 의사 수는 4014명이었다. 이 가운데 채용으로 이어진 수는 1334명에 불과했다.
지방의료원의 경우 수억원대 연봉을 제시해도 미채용되는 사례가 흔했다. 지역 거점병원인 안동의료원은 지난해 연봉 4억5000만원 조건으로 내과 의사 채용 공고를 냈으나, 결국 미채용됐다. 이밖에 영주적십자병원(정형외과), 울진군의료원(신경과·신장내과) 등도 4억4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제시하고 채용을 진행했으나 실패했다.
채용 공고를 여러 차례 냈음에도 결국 채용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국립재활원은 2022년 장애인건강검진센터에서 근무할 영상의학과 전문의 채용을 8차례에 걸쳐 진행했으나, 결과는 미채용이었다.
채용에 성공한 곳들 중에는 5억원이 넘는 높은 연봉을 제시한 끝에 의사를 구한 경우도 있었다. 거창적십자병원은 올해 영상의학과 채용 공고를 10번 냈는데,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연봉을 올린 뒤에야 채용에 성공했다. 전남 목포시의료원은 지난해 6억2000만원에 정형외과 전문의를, 울진군의료원은 같은 해 5억600만원에 영상의학과 의사를 채용했다.
지방의료원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2020년부터 2년간 신장내과 의사를 못 구해서 투석실을 잘 갖춰놓고도 쓰지 못했다”며 “대학병원에서조차 내과 전공의 정원을 못채울 정도로 필수과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의사 부족 현상은 양적인 공급과 전문의 고용 체계가 다 얽혀있는 문제”라며 “숫자도 늘려야 하지만 의료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지방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주 시설이나 의료기관 간 협진 문제를 고려하면 지방으로 의사들이 가지 않는 현상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선발 등으로 선발 단계에서부터 조건을 걸지 않으면 지역의료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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