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전과 대한민국의 선택
김현국 세계탐험문화연구소 이사장·뉴욕 The Explorers Club 정회원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수출국가다. 그러나 우리의 물류 상상력은 여전히 단선적이다. 중동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해상 루트 하나에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이 단일 병목 구조는 언제든지 지정학적 충돌과 분쟁, 사고로 흔들릴 수 있다. 수출로 성장해온 대한민국에 이는 곧 생존의 문제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이어지는 약 1만4000km 육상 네트워크를 직접 달리고 기록해왔다. 이 길은 모험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인프라다. 다만 한 가지 단절 구간이 있다. 바로 한반도의 남과 북이다.

이 여정은 뉴욕에서 출발해 미국 대륙을 횡단하고, 태평양을 건너 도쿄와 서울에 이른다. 이후 동해항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어가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를린, 암스테르담, 런던을 거쳐 파리에 도착한다. 그리고 북유럽을 통해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차량을 선적해 북극해 북동항로를 따라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온 뒤,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해 서울로 복귀하려는 순환 구상이다.
이를 시작하기 앞서 필자는 올해 1월 12일부터 19일까지 8일간 모스크바를 다녀왔다. 방문 목적은 두 가지였다. 제7차 대륙횡단 프로젝트의 취지와 의미를 러시아 현지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것과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기사화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가 이루어졌고, 필자의 프로젝트가 현지에서 기사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만 하고 있는 줄 알지만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발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요즘 한국인들은 과학강국으로서 러시아의 면모를 잊고 있는듯하다.
방문 시기인 지난 16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AI 기반의 ‘자율 시스템 개발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TV 전파를 탔다. 회의에서는 드론, 무인 지상·해상 차량, 우주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교환하는 ‘끊김 없는 디지털 하늘(Digital Sky)’ 구축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대학로나 명동 격인 시내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배송 로봇들이 보행자들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원격 모니터링 하에 운영되고 있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IT 기업인 얀덱스(Yandex)의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KT는 국내외 배송 로봇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하나는 한반도 DMZ다. 유일한 분단국가의 경계선을 통과하는 일은 개인 차원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1%의 가능성이라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런 만큼 이번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유일하게 분단되어 있는 남과 북의 길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의 전략적 중심은 인구 55억 명 이상의 거대 시장이자 자원의 보고인 유라시아 대륙에 있다. 미국은 ‘신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의 충돌 역시, 그 본질은 유라시아 공간을 둘러싼 힘의 재편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은 수출 중심 국가다. 이런 구조에서 다양한 물류 루트를 확보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북극해 항로는 수에즈운하 대비 거리 단축이라는 장점을 갖지만 계절성과 불확실성이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반면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유라시아 대륙횡단도로는 전 구간이 아스팔트로 연결된 육상 네트워크다. 우리는 이 두 루트를 대체 관계가 아닌 병렬적 전략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남과 북의 길이 연결된다는 것은 단지 이동 거리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일상이 서울~부산 400km에서 광주~암스테르담 1만4000km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류와 시장의 확대이자 국가 상상력의 확장이다.
이번 7차 프로젝트는 길을 새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길을 기록하고, 연결 가능성을 묻고 알리기 위함이다. 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은 민간 차원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다. ‘길을 막은 채 둘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향해 연결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길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다. 길은 전략이며, 평화와 번영의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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