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금리인하 여파…삼성생명 K-ICS비율 200% 위태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현판 /사진 제공=삼성생명

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건전성 지표가 심상치 않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K-ICS) 비율이 겨우 200%를 넘기며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200% 벽도 깨질 위기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데다 기준금리까지 떨어지며 이중고에 처해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 6월 말 기준 K-ICS비율은 201.55%로 집계됐다. 아직 금융감독원의 권고 수준인 150%보다는 높지만, 200%대로 형성된 글로벌 선진사 수준을 목표로 잡은 삼성생명에는 성에 차지 않는 차원이다.

※K-ICS 비율=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책정하며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적시에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때문에 보험사 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러나 3분기 상황은 2분기보다 더 녹록지 않다. 보유지분율이 8.5%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낮춘 3.25%로 결정하며 K-ICS비율이 일정 부분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9만원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자료에서 삼성전자 주가 1만원 상승이 K-ICS비율 3%p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명시했다. 이 내용을 역산해 대입하면 삼성전자 주가만으로도 K-ICS비율이 10%p 가까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익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종합)에 미치지 못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주가부양 동력마저 상실한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하반기 공급확대가 예상됐던 HBM3E(5세대)의 성과가 저조해지자 주가도 박스권에 갇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따른 삼성생명 K-ICS비율 영향도는 크지 않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장기채권 매입 등 적정자본 관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앞으로 지급할 보험금(보험부채)이 늘어 쌓아야 할 돈이 많아지고 자본금이 줄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은 금리하락으로 이차역마진이 확대되고, 책임준비금과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해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보험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삼성생명은 꾸준히 K-ICS비율 200% 이상을 기록해왔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하락세에 접어들며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