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이 낳은 폐쇄병동의 비극...한국 정신 의료 시스템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김미선 씨(가명)은 지난 5월, 다이어트약 중독으로 한 정신 병원에 입원했던 딸 박수진 씨(가명)를 잃었다.
입원 당시 박 씨는 배변의 어려움으로 사망 직전까지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병원 의료진은 ‘망상으로 본인과 타인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를 강박 조치했고 결국 몇 시간 뒤 박 씨는 의식을 잃은 채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김미선 씨는 침대에 묶인 채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난 딸을 떠올리며, 지금도 밤마다 똑바로 누워 잠들 수 없다고 오열한다.
박지은 씨(가명)의 전남편 김영수 씨(가명) 역시 춘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장시간 강박 끝에 목숨을 잃었다. 김 씨는 전체 입원 기간 12일 중 약 87%에 해당하는 251시간 50분에 달하는 강박 처치를 받았다.
박지은 씨는 전남편의 사망 직전 CCTV 영상을 확인했던 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쏟았다.
“호흡이 멈추기 전, 고인이 너무 고통스러워 등이 활처럼 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전국에서도 드물게 환자들에게 강박 처치를 시행하지 않는 병원이 있다. 천주의성요한병원에서는 환자를 '손님'으로 대하며,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비강압적 치료를 추구한다. 병원장 이요한 씨는 "환자의 행동은 고통의 표현"이라며, 이를 이해하면 대화를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박 처치로 목숨을 잃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강박 처치를 둘러싼 한국 정신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들여다봤다.
기획·취재: 문준아
영상: 최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