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이 나라에서 한가위는 어린이날?
음력 8월15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몇몇 국가에서도 중요한 기념일이다. 한국은 이날을 추석으로, 중국은 중추절로, 일본은 오봉으로 기린다. 세 나라는 이날 앞뒤를 휴일로 지정해 명절을 즐긴다. 농경문화가 이어져 온 공동체에는 수확을 기념하는 전통이 이처럼 남아 있다.
동남아에도 음력 8월15일을 기념하는 문화가 있다. 낯선 듯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의 한가위 전통을 소개한다.
대표적으로 베트남은 이 날을 ‘뗏(명절) 쭝투’로 부르며 거리를 장식하고 ‘바잉 제오’, ‘바잉 느엉’ 등 월병을 선물하고 나눠먹는다. 바잉 제오는 부드럽고 끈적한 식감이며, 바잉 느엉은 좀더 두껍게 구워낸 월병이다. 전통적으로 월병의 둥근 모양은 재회를 상징하며, 월병의 속을 무엇으로 채워넣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난다.
쭝투는 소위 ‘빨간 날’은 아니지만 거리에서 사자 춤이 열리는 등 명절 분위기가 난다. 가족이 모여 조상의 제단에 과일과 월병을 올리며 쭝투를 기념한다. 베트남 관광청은 홈페이지에서 뗏 쭝투 문화를 소개하며 “많은 베트남인이 시골에서 농부로 살고 있기 때문에 수확을 축하하는 것도 뗏 쭝투의 중요한 부분이다. 뗏 쭝투는 일이 끝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운 행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선 뗏 쭝투가 오히려 어린이날에 가깝다고도 이야기한다. 어른이 아이에게 관심과 애정을 베푸는 날로, 아동들이 많은 선물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쭝투는 다른 말로 ‘뗏 티에우 니’(어린이 날)로도 불린다.
달과 관련된 전설의 주인공도 아동이다. 베트남의 뗏 쭝투 전설에는 마법의 나무에 매달린 남자아이 꾸오이가 등장한다. 전설에 따르면 꾸오이는 마법의 생명을 가진 반얀나무를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나무에 오줌을 눈 후 나무가 점점 자라기 시작했다. 꾸오이는 나무를 잘라내려다 나무에 걸려 하늘로 떠올라 달에 도착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보름달을 자세히 보면 나무 아래에 있는 듯한 남자아이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믿는데, 이 남자아이가 꾸오이다. 베트남 아이들은 쭝투 밤에 등불을 들고 거리를 밝힌다. 이는 꾸오이가 지구로 돌아오는 길을 밝힌다는 의미다.
중국계 인구가 거주하는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서도 음력 8월15일을 챙긴다. 주로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붉은 장식과 등불을 놓아 분위기를 내고, 가족끼리 모여 월병을 나눠먹거나 달에 기도를 하는 식이다.
중국계 주민 약 100만명이 사는 필리핀에선 중국 푸젠성에서 유래한 주사위 게임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주사위 6개를 굴려 큰 숫자가 나오는 사람이 가장 큰 월병을 차지한다.
역시 중국계 인구가 약 10% 안팎을 차지하는 태국에도 중추절에 관한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에 따르면, 선인 8명이 중추절 밤 달로 날아가 여신에게 생일 선물로 복숭아를 바쳤다. 지구에 사는 이들에게 번영을 가져다주기 위한 차원이었다. 태국에선 중추절에 가족이 모여 달에 기도하고, 복숭아 모양 월병을 선물한다. 두리안 맛 월병이 특히 인기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모양이 둥글어 가족의 재회를 상징하는 열대 과일 포멜로도 중추절에 흔히 보인다.
중국계 인구가 다수인 싱가포르에선 중추절에 화려한 장식과 함께 축제가 열리고 역시 월병을 나눠먹는다. 싱가포르 대표 관광명소 ‘가든스 바이 더 베이’도 이 시기엔 중추절을 테마로 꾸며지며 등불 행사가 열린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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