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동차 시장의 주류는 단연 SUV, 그중에서도 도심형 SUV가 시장을 휘어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브랜드는 세단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SUV 쪽으로 집중할 계획을 발표할 정도면 말이 더 필요 없는 것 아닐까. 각 브랜드에서 각자의 색깔을 담은 SUV를 선보이는 가운데, 혼다는 1997년부터 CR-V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당시 국내에서 기아가 스포티지로 ‘도심형 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 이에 혼다가 시빅을 기반으로 ‘승용형 SUV’를 표방하며 만든 제품이 바로 CR-V다. 내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이에 힘입어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했고, 그 첫 번째 시장이 바로 한국이었다. 국내에는 2004년 2세대 후기형이 첫 선을 보인 이래 꾸준히 한국 시장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왔다. 그리고 세대를 거듭해 지난 여름, 6세대 CR-V가 미국 시장에 먼저 첫 선을 보였고 국내에도 2023년 출시될 예정이다. 새로운 CR-V는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지 미국 출시 모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풀체인지인 만큼 외관의 변화부터 살펴보면 가장 먼저 최근 자동차 디자인의 추세인 ‘낮고, 넓게’가 이번 신형 CR-V에도 적용됐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형태에서도 껑충한 느낌을 덜어내고 낮고 넓은 형태를 가져가며 안정감을 더했으며, 낮은 벨트라인과 대담한 프런트 엔드 디자인으로 이전 세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전반적인 차체는 이전 대비 길고 넓어져 차량 크기는 전장 4,693mm, 전고 1,691mm, 전폭 1,864mm에 휠베이스는 2,700mm로 외관 뿐 아니라 실제 수치도 이전보다 길고 넓어졌다. 이와 함께 차체와 A필러의 연결점이 뒤로 11.9mm, 바깥쪽으로 71.1mm, 아래로 35.6mm 이동했는데 이러한 대대적인 변화는 운전자의 시야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심플하게 구성된 이전의 그릴과 달리, 신형은 아래쪽에 숨어있던 벌집모양 그릴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강인한 느낌을 더했다. 여기에 LED가 적용된 주간주행등(DRL)과 헤드라이트가 날카로운 눈매로 공격적인 표정을 연출한다. 측면은 부드러운 굴곡으로 볼륨감을 살렸고, 후면은 루프부터 내려오는 독특한 디자인의 테일라이트와 범퍼 디자인에 스포츠나 스포츠 투어링 트림은 직사각형의 배기 팁이 더해져 스포티함을 살렸다.

실내는 그릴에서 따온 듯한 대시보드의 벌집모양 장식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데, 단순히 장식만이 아니라 내부에 송풍구를 숨겨놓은 것인데 독특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계기판 상단은 전면 유리 반사를 비롯해 시각적으로 산만해지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절단선으로 설계됐다. 재밌는 점은 최근 실내 디자인에 유행처럼 번지는 운전자 방향으로 센터 디스플레이를 기울여 장착하는 것이 아닌, 좌우 균형에 맞춰 정중앙에 수평으로 배치된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기존 버튼 방식의 변속기 대신 레버 방식으로 회귀한 변속기, 검은색 가죽에 붉은색 바느질로 차분함 가운데 살짝 포인트를 입혀 마무리한 시트와 도어 핸들까지,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실내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휠베이스가 이전 대비 길어짐에 따라 실내 공간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뒷좌석 레그룸이 15mm 더 넓어졌고, 뒷좌석에 새롭게 리클라이닝 기능을 제공해 편안함을 높였다. 앞좌석에 적용된 바디 스태빌라이징 시트는 장거리를 운전할 때 피로를 줄여주고, 스티어링 휠 각도는 세단과 비슷하게 세팅해 편안하면서도 스포티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제공한다. 적재공간은 역대 CR-V 중 가장 넓은 1,028L를 확보했다. 여기에 EX와 EX-L 트림은 바닥면을 낮춰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내리면 2,166L라는 드넓은 공간이 만들어져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앞좌석 사이에도 동급 최대인 9L의 수납함을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7인치 디지털 계기판에는 주행 정보와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스포츠, 스포츠 투어링)에는 에너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파워 플로우 미터가 함께 표시된다.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은 트림에 따라 7인치나 9인치가 탑재되는데, 기본적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인 혼다 센싱 설정, 차량 정보 확인 등이 가능하다. 또한 EX-L 및 스포츠 투어링 사양에 적용되는 9인치 터치스크린에는 무선 연결 기능과 함께 15W 무선 충전 패드가 장착된다.

CR-V 스포츠와 스포츠 투어링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신형 2.0L 앳킨슨 사이클 4기통 엔진에 새로운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했다. 새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신형 CR-V에 처음 적용되는 것으로, 기존과 달리 모터를 나란히(side-by-side) 장착해 토크가 향상됐으며, 더 넓은 모터 회전수에서 181마력을 유지해 응답성을 향상시켰다. 핵심 부품인 자석은 무거운 희토류 금속을 배제해 경량화에도 도움 되며, 다중 링 구조 채택으로 최고회전속도가 14,500rpm으로 더 높아져 이전 대비 연속 주행 가능한 최고속도는 138km/h에서 185km/h로 증가했다.

또한 모터의 배열로 인해 저속과 고속으로 나뉜 록업 클러치와 2개의 다이렉트 드라이브 기어가 적용됐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기어 세트는 가솔린 엔진 속도의 최적화에 도움을 주어 응답성과 정교함을 향상시키며, 저속 록업 클러치는 시내 주행의 연비를 향상과 함께 혼다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최초로 1000파운드의 견인력을 제공하며, 고속 록업 클러치는 엔진 회전수를 낮춰 편안한 고속주행과 함께 더 높은 연속 최고 속도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관리하는 IPU(Intelligent Power Unit)와 PCU(Power Control Unit)는 크기와 효율성을 최적화했다. IPU는 제어에 필요한 부품 및 1.06kWh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이전 대비 12% 가볍고 24% 작은 패키지에 수납되는데, 덕분에 하이브리드 모델도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적재 공간을 갖추게 됐다. 엔진룸에 위치하는 PCU는 이전보다 더 낮은 프로파일로 내부에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해 소음 관리에 도움이 된다.

엔진은 직접 다단계 연료 분사 방식이 새로 적용되어 최고출력이 145마력/6,100rpm, 최대토크는 19.0kg‧m/4,500rpm 늘어났다. 여기에 전기모터까지 결합한 시스템 출력은 204.1마력(ISO 기준)으로 3마력 상승(이전 세대 ISO 기준 201마력)했으며, 최대토크는 34.1kg‧m으로 2.0kg‧m 오르는 등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됐다. 변속기는 E-CVT 방식이지만 선형 변속 제어를 통해 가속 시 기존 구동계 변속과 유사한 감각을 제공해 운전 경험을 향상시킨다.

CR-V EX와 EX-L에는 업그레이드된 1.5L 터보 엔진이 적용되어 최고출력 190마력/6,000rpm, 최대토크 24.7kg‧m의 성능을 내며, 최대토크 발생 구간을 기존보다 300rpm 앞당긴 1,700~5,000rpm으로 설정해 응답성을 높였다. 그리고 엔진 소음을 크게 줄여 실내 정숙성을 향상시켰으며, 무단변속기(CVT)도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여기에 풀 스로틀 시 무단 변속기지만 기어가 변속되는 감각을 제공하는 스텝-시프트 프로그래밍이 더해졌다.

향상된 실시간 AWD에는 ‘지능형 제어 시스템(Intelligent Control System)’을 포함해 미끄러운 노면에서 트랙션을 제어, 엔진 토크의 최대 50%를 뒷바퀴에 보낼 수 있도록 개선됐다. 또한 험지에서의 주행을 보조하는 ‘언덕 내리막 제어(Hill Descent Control)’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그리고 주행 모드는 기본 노멀과 이코노미 2개에 새롭게 견인력을 최대화하는 스노 모드가 더해지며, 스포츠 및 스포츠 투어링 모델에는 스포츠 모드가 더해진다.

전보다 더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만드는 요소에는 개선된 섀시와 더 강력해진 아키텍처도 있다. 혼다의 새 글로벌 아키텍처인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가 적용된 덕분에 휠베이스가 늘어나며 더 부드러운 승차감과 우수한 안정성을 제공하고, 앞뒤 윤거(트랙) 역시 늘어나 안정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차체는 비틀림 강도가 15% 증가해 승차감은 물론이고 핸들링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서스펜션과 스티어링도 개선이 이뤄져 핸들링이 더욱 개선됐다. 또한 최신 아키텍처는 새로운 상부 A필러 구조, 측면 프레임 및 하부 방화벽 구조를 통해 충돌 에너지를 탑승공간 주변으로 분산하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측면 충격으로부터의 보호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루프, 사이드 실 및 B 필러, 도어, 리어 휠 아치 및 C필러의 구조가 더욱 견고해지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혼다를 대표하는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인 ‘혼다 센싱’은 새로운 광각 카메라에 밀리미터파 레이더를 통합, 도로 경계선 및 다른 차량, 보행자, 자전거, 모터사이클, 표지판을 인식하는 건 물론이고, 차량이나 보행자와 같은 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충돌 방지 성능을 높였다. 주행 보조 기능으로는 사각지대 정보 알림이 기본 적용됐으며, 교통 정체 보조, 저속 제동 제어, 교통 표지 인식, 저속까지 범위가 확장된 ACC, 차선 유지 보조 등이 적용된다. 또한 운전자 부주의 경고, 뒷좌석 안전벨트 알림 및 뒷좌석 알람 등 탑승자의 안전을 위한 경고 기능들도 탑재됐다. 국내 출시 일정 및 사양, 가격 등은 미정이다.

풀체인지 모델답게 겉모습부터 속까지 싹 바꿔버린 신형 혼다 CR-V, 화려함이나 특별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혼다답게 필요한 요소들로 꽉꽉 채워 넣어 실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자신감에 부합하는 실력을 보여줄지는 시승을 통해 직접 확인해봐야겠지만, 그동안 CR-V에서 느꼈던 것을 떠올려보면 신형 CR-V 역시 기대 이상의 모습들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