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에 이에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형 차륜형 자주포"

작년 국내외 방산 박람회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차륜형 자주포 청사진이 여러차례 공개되었습니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차륜형 자주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세계 자주포 시장은 현재 강력한 방호력을 갖춘 '궤도형'과 신속한 기동성을 갖춘 '차륜형'으로 뚜렷하게 양분화되고 있어, 이에 발맞춘 국내 방산업계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차륜형 자주포 개발 계획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2024년 충남 계룡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 전시회(KADEX)'에서 무인 포탑을 탑재한 155mm 차륜형 자주포 모형을 선보였습니다.

2024년에 KADEX에서 공개된 155mm 차륜형 자주포

이 모델은 K9A2 자주포의 무인 포탑 기술과 차체 플랫폼을 결합한 형태로, 포탑 크기는 4.2m(길이)×2.9m(폭)×2.0m(높이)에 155mm 52구경장 포신을 주 무장으로 사용합니다.

이 구경장은 포신 길이와 포 구경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길수록 사거리와 정확도가 향상됩니다.

현재 K9A3용으로 개발 중인 58구경장 포신 역시 탑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더욱 향상된 사거리와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화의 차륜형 자주포 개발 예상 비용은 414억원으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기업 부담을 절반가량 줄일 계획입니다.

사업 선정 시 2025년 1월부터 2027년 6월까지 30개월 동안 체계 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

개발은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단계에서는 K9A2의 자동화 장치를 활용한 무인 포탑을 개발하고, 2단계에서는 천무 등 기존 차체를 개량하여 무인 포탑용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모듈식 접근 방식은 향후 다양한 차체에 동일한 포탑을 장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성능 면에서, 한화의 차륜형 자주포는 분당 8발의 발사 속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투중량은 38t 이하로 계획되었습니다.

이는 기존 궤도형 K9 자주포보다 가벼운 중량으로, 도로 이동성과 기동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승무원은 2명으로 설계되어 있어 인력 효율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차륜형 자주포 개발의 배경과 전략적 의의


성공적인 수출 제품인 K9 궤도형 자주포를 생산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륜형 자주포 개발에 나선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2024년 4월 영국 자주포사업(MPF)에서 독일의 차륜형 자주포 RCH-155에 패배한 경험입니다.

독일 RCH155 차륜형 자주포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기동성과 생존성이 향상된 차륜형 자주포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었으며, 세계 자주포 시장이 궤도형과 차륜형으로 양분화되는 추세에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K9 자주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가장 성공적인 수출 제품으로, 지난해 기준 1700여 대 이상이 생산되어 9개국 이상에 수출되었으며, 155mm 자주포 시장의 36%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에는 루마니아에 54문이 수출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장의 변화하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차륜형 모델 개발을 결정했습니다.

기존 K9 자주포는 전차와 유사한 궤도식 설계로, 험준한 지형에서의 기동성이 우수하고 사후이속(shoot and scoot) 전술에 적합합니다.

포 발사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스페이드(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도 바로 발사가 가능하여 포 발사에 필요한 시간이 매우 짧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한궤도 시스템의 특성상 운용유지비용이 비싸고 정비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며, 장거리 이동 시 별도의 수송 트레일러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차륜형 자주포는 일반 도로에서 수백 km를 자체 주행할 수 있어 전략적 기동성이 우수하고, 운용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후방 지원 작전이나 광활한 영토를 가진 국가들에서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경쟁 분석


첨부된 표를 상세히 분석해보면, 한화의 차륜형 자주포(H-차륜형자주포)는 독일의 RCH 155(KMW)와 독일 라인메탈과 이스라엘 엘빗이 개발한 SIGMA155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 모델의 성능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한화의 차륜형 자주포는 현재 개발 중인 상태로, 우크라이나에 18문(25문 계획)이 배치된 RCH 155와 달리 아직 실전 배치 경험이 없습니다.

주무장 측면에서 세 모델 모두 155mm 구경의 포신을 사용하며, 기본적으로 52구경장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SIGMA155는 60구경장 옵션도 제공하여 더 긴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SIGMA155 자주포

사거리 성능은 SIGMA155가 60km로 가장 우수하며, RCH 155는 54km, 한화 모델은 표준탄 기준 40km에서 사거리연장탄 기준 54km 이상으로 RCH 155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발사속도는 세 모델 모두 분당 8발로 동일하나, 탄약 적재량에서는 한화 모델과 SIGMA155가 40발로 RCH 155(30발)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장약 적재량도 한화 모델과 SIGMA155가 각각 192모듈 이상과 192모듈로 RCH 155(144모듈)보다 우수합니다.

이는 더 많은 사격 임무를 보급 없이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차세대 차륜형 자주포 성능 비교

항속거리는 한화 모델과 RCH 155가 동일하게 700km로 우수한 반면, SIGMA155의 항속거리는 표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운용 인원은 한화 모델과 SIGMA155가 2명으로 RCH 155(3명)보다 인력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대 속도는 세 모델 모두 100km/h로 동일하며, 주요 특징으로는 한화 모델이 '경쟁사 대비 성능 우위 목표', RCH 155가 '기동간 사격 가능', SIGMA155가 '중량 여유치 5톤'으로 각각의 강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다양한 플랫폼 적용과 모듈식 접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양한 차체에 적용 가능한 모듈식 포탑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두산이 개발한 8X8 차체에 장갑 기능을 더한 모델과 체코 트럭회사 타트라의 8X8 차체를 활용한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작년에는 미국 AUSA 2024에서 미국 맥트럭사의 M917A3 중형 덤프트럭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지역화 전략의 일환으로, 미 육군의 차세대 차륜형 자주포 사업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AUSA 2024에서 공개된 미국 맥트럭사의 M917A3 중형 덤프트럭을 기반으로 한 차륜형 자주포

미국 트럭 기반 차륜형 K9의 주무장은 기존 궤도형 K9과 동일한 52구경장 155mm 포신이며, K9A2처럼 탄약과 장약을 100% 자동 장전하고 분당 최대 발사 수를 기존 6발에서 9발로 향상시켰습니다.

사거리는 50km에 달하며, 적 보병과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원격 제어 중기관총, 다목적 기관총 등의 추가 무장이 장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화의 또 다른 접근법으로는 KTSSM 발사차량이나 타이곤(TAIGON) 장갑차에 K9A2 포탑을 장착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KTSSM 발사차량은 이미 방탄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 및 중동 지역 환경에서 우수한 기동성이 검증된 바 있어, 차륜형 자주포의 기본 요구사항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술적 특징과 도전 과제


한화의 차륜형 자주포는 K9A2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완전 자동화된 장전 시스템은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발사 속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유도포탄 적용 시 70km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기술적 도전 과제도 존재합니다.

차륜형 자주포는 궤도형과 달리 포 사격을 위한 스페이드(지지대)를 사용해야 하므로, 정지 후 초탄 사격 시간이 RCH 155보다 다소 느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독일 라인메탈의 HX3 차륜형 자주포와 유사한 방식으로, 경제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으나 전술적 측면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차륜형 차체의 특성상 궤도형보다 방호력이 약할 수 있어, 타이곤 장갑차와 같은 방호력이 강화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만약 타이곤 장갑차에 포탑을 탑재할 경우, RCH 155와 유사한 수준의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향후 전망과 과제


한화의 차륜형 자주포는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개발 시기가 다소 늦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RCH 155는 이미 실전 배치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차륜형 자주포 개발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한국의 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입니다.

독일 RCH155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타이곤 장갑차를 활용한 방어력 강화, 유무인 복합체계 도입, 기동간 사격 능력 향상 등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RCH 155가 보유한 이동식 사격 능력은 적의 포격이나 드론 공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입니다.

현재 수출형 차륜형 자주포 개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체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향후 공고될 수출형 무기체계 개발사업의 연구과제로 신청할 예정입니다.

만약 선정된다면 개발 속도가 빨라질 수 있으며, AS21 레드백과 같이 수출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품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화의 차륜형 자주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생산 및 납품 일정, 가격 경쟁력, 현지화 전략 등 다양한 요소가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 미국, 중동, 유럽 등 다양한 시장의 특수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연한 설계와 모듈식 접근법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9 자주포의 검증된 기술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되는 차륜형 자주포는 한국 방산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