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탄핵 얘기 안 했다"더니…민주당, 헌재 국감서 "대통령 탄핵 사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 사유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론을 띄우고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앞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한 '임기 중이라도 끌어내려야' 발언이 논란이 되자 "(탄핵) 얘기한 일이 없는데, 여당에서 그렇게 우기더라"고 한 가운데여서 눈길을 끌었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대상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특히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와 등치시켰다. 국민의힘은 "극단주의"라며 반발, 헌법재판관 추천 갈등을 두고 '민주당이 고의적으로 헌재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해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 △이태원 참사 관련 대통령 의무 방기 △권력남용 및 금품수수 의혹 △거부권 행사 관련 헌법과 법률 위반 사유 등 의혹을 제기하며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을 겨냥 "이런 의혹이 헌법상에 대통령 탄핵 사유로 거론되는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탄핵 사유를 보면 당시에는 '만사순통'이었다. 모든 게 최순실을 통해서 자리가 됐다"며 "그런데 지금은 '만사건통'이다. 김건희 여사로 다 통한다. 국가업무에 개입하고 해외순방 일정을 여사가 조정하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연루된 △청와대 이전 불법성 수의계약 의혹 △공천개입 의혹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조문 일정 조정 의혹 등을 박 전 대통령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빗댄 것이다.
이어 김 의원은 "만사건통으로 지금 이 나라가 망가지고 있다. '행사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시나"라고 김 처장을 압박했다. 행사책임은 "법을 명확하게 위반하지 않더라도 어떤 태도나 행동 등이 헌법 수호 의지가 없이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릴 수 있는 징계절차"로, 지난 박 전 대통령 탄핵 시 주요 사유로 거론된 요소다.
김 처장은 윤 대통령에게 탄핵 사유가 있냐는 취지의 이 같은 질문들에 "(들어온 사건들을) 재판소에서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서영교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기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청문회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사건에서 담당 재판관이 '탄핵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검사 탄핵이 불법인가", "대통령 탄핵도 불법인가, 탄핵소추안 발의가 (불법인가)" 반문하기도 했다.
김 처장이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라고 짧게 응답하자, 서 의원은 "요즘 공공연히 얘기한다. '주권은 김건희로부터 나오는 거 아니냐', 김 여사가 인사에 개입하고 공천에 개입하고 이것을 대통령이 옆에서 지원사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헌법 제1조 2항 위반이다. 박근혜가 탄핵이 되었던 내용처럼 공익에 우선해야 한다"고 말해 역시 '윤 대통령 탄핵사유'로 헌재를 압박했다. 그는 윤 정부를 가리켜 "김건희 정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도 "역대 정권에서 이렇게 많은 특검과 탄핵 사유를 제공한 정부가 있는가", "지금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물으며 "윤석열·김건희 정권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상실했기 때문에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극단주의"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검사 탄핵, 대통령 탄핵 등 민주당의 연이은 탄핵 공세를 두고 "정당이 기회주의에 사로잡혀서 극단주의와 손을 잡는다면 민주주의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제도적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 신중하지 못하게,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권한들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규택 의원도 "22대 국회의 가장 큰 특징은 탄핵의 정쟁 도구화"라며 "왜 이렇게 민주당에서 요건도 되지 않는 탄핵소추를 남발하느냐, 두 가지 목적이겠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비리를 수사한 검사에 대해서 일단 탄핵을 발의해 가지고 압박을 하는 것, 간접적으로는 (이 대표) 담당 사건의 판사들까지도 향후에 탄핵될 수 있다 이런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이어 "검사들을 포함해서 정부장관이나 장관급 인사에 대해서 탄핵 소추를 하면 즉시에 직무가 정지되니까 굉장히 큰 정부 압박 수단으로 작동을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고의적인 업무마비'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준태 의원 또한 "탄핵을 당하면 직무에서 배제되는데 법관이 탄핵을 당하면 재판 공백, 검사가 탄핵을 당하면 수사공백, 국무위원이 탄핵의 당하면 행정공백이 생긴다"며 "탄핵으로 인한 공백 사태의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날 국민의힘은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의 퇴임을 앞두고 헌법재판관 후임 선출과 관련 '2인 추천권한'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을 겨냥, '민주당의 몽니에 헌재의 기능 마비가 장기화된다'는 취지로 역공을 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2000년 이후로 국회에는 3인의 헌법재판관을 추천할 때 여야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을) 합의에 의해서 추천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의석 수가 곧 민심'이라면서 1994년 민주자유당 시절에 (민자당이) 3인 중 2인을 추천했던 사례를 들어서 지금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계속 주장을 하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헌재의 기능정지가 눈앞에 와 있는데 지금 현재 문제가 있는 것이 뭐냐 하면 가장 현안이 되는 것이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사안"이라며 "헌재가 언제 제대로 구성이 될지 모르는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그냥 방치하게 되면 방통위원장의 기능 자체가 마비되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탄핵안으로 인한 이 위원장 업무정지 상태를 고의적으로 연장하려 한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송석준 의원도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의 공석으로 인한 (업무마비를 겪으면) 국민적 피해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여야가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은) 합의로 해서 세 분을 빨리, 10월 17일 임기 만료에 맞춰서 합의가 되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는 헌재 국정감사 직후 전체회의를 열고 2024년도 국정감사 증인 추가 출석 요구의 건을 상정, 야당 단독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인 강혜경 씨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강 씨는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간사 유 의원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증인들에 대해서는 단 한 명도 채택을 안 하고 오로지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민주당 측 증인만 일방적으로 채택한다"며 반발했지만,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야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저희가 강 씨를 오늘 증인으로 채택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명태균씨, 김영선 전 의원을 반드시 출석시켜 서로 간 대질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강씨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법사위에 나오는 것이 좋다고 해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사위로 나오게 한 것"이라며 "법사위에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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