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 열에 아홉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학생 문해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교원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실례를 서술하는 형식의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은 48.2%에 달했다.
학생 문해력 저하는 사회의 지적 기반을 허약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시청 줄이고 독서 습관 강화”
교원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실례를 서술하는 형식의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은 48.2%에 달했다. 한 교원은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시발점은 첫 출발하는 지점을 뜻하는 단어다. 또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한 학생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이 혈연의 뜻을 모른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수도라는 말을 몰라 충격받았다”는 사례도 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기성세대 대부분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해하고 흔히 쓰는 말을 일부 청소년과 젊은층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문해력은 국어 수학 등 학습 능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어려운 단어와 말의 맥락을 이해 못하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교사들이 “시험을 치는 데 단어 뜻을 몰라 문제를 못 푼다”거나 “개념이 아니라 단어를 가르치며 진도를 나가야 해 너무 힘들다”고 할 정도다. 문해력이 부족해 학습 의욕이 떨어지면 자존감을 하락시켜 사회 적응을 어렵게 만들 우려가 크다. 의사소통 능력이 약해지면 세대 간, 사회구성원 간 갈등 요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는 유아 때부터 스마트폰 유튜브 등 디지털 기기와 게임·영상매체에 자주 노출된 영향이 크다. 2022년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으로 2019년보다 1.8배 증가했다. 이들이 즐겨보는 동영상 플랫폼 대부분이 짧은 동영상인 쇼트폼 콘텐츠였다. 15초 안팎의 짧은 길이에 언어도 거의 없는 ‘릴스’와 ‘쇼츠’에 익숙해지면서 호흡이 긴 글을 읽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책 한 권을 꾸준하게 읽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아이들도 많다.
학생 문해력 저하는 사회의 지적 기반을 허약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미국이나 프랑스 핀란드 등 해외 여러 나라가 문해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국가 차원에서 청소년 문해력 진단과 분석을 실시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또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고칠 방안을 찾고 비판적 사고와 표현력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문해력 퇴보가 논란이 되면서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앞세운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자칫하면 교육의 양극화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다. 학교에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기초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정에서는 학생이 독서 습관을 기르고, 다양한 글을 읽으며 정보를 분석하는 시간을 늘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