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80주년, 평양 개선문광장에 울린 첫 공식 연설
2025년 8월, 북한 평양의 개선문광장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으로, 조국해방(광복) 80주년 경축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연설에 나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광복절, 즉 북한이 부르는 ‘조국해방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지도자가 현장에서 직접 연설하는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기존의 성과와 핑계, 그리고 의전 중심의 북한과 달리 김정은이 군중과 외신 카메라 앞에 선 것은 국내외적으로도 큰 메시지가 됐다.

한미일 동맹 결속 속 러시아와 ‘새로운 우정’ 과시
이번 북한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바로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 등 방북 러시아 주요 인사들의 참석이었다. 볼로딘 의장은 행사장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축전을 공개적으로 읽었고, 경축공연 마지막도 러시아 국가가 장식했다. 행사 내내 러시아와의 ‘밀착’이 분명히 드러났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조로(북러) 친선관계는 력사에 전무한 동맹관계로 발전되고 있다"며 "신나치즘의 부활 저지, 주권과 안전, 정의 수호를 위한 공동의 투쟁 속에 북러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한미일 군사협력이 가속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새로운 전략적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서방 직접 비난은 NO, 한국 언급은 ‘0’… 북한 메시지의 변화
주목할 점은 김정은의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나 한국(남측)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마디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기존 북한 대남·대미 담화에서는 '적폐', '괴뢰', '양키' 등 노골적인 표현이 자주 동원됐지만, 이날 연설은 "주권국가 권리와 이익을 침탈하는 제국주의자들의 극단적 만용"이라는 간접적인 비판 외에는 구체적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국 등 서방을 분명히 겨냥했으나, 최근 국제정세 변화를 의식한 듯 더 우회적이고 절제된 표현을 택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 등 주요 우방과의 전략적 연대를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긴장을 피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평화와 정의’ 동맹 노선 부각… 국내 결속과 대외 신호 동시 노림수
김정은은 연설에서 "우리 두 나라는 언제나 역사의 옳은 편에 서 있었으며, 패권을 반대하고 공평과 정의를 요구하는 인류의 지향을 대변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북러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며, 선친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과 혁명열사릉 참배까지 강한 내부 결속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번 연설은 광복 80주년의 상징성뿐 아니라, 한미일, 나토, EU 동맹의 거센 압박 속 러시아와의 군사·외교 협력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북러 결속’이라는 신호를 더욱 명확히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조용한 파격’, 왜 80주년에 첫 공개 연설 나섰나
북한 최고지도자가 광복절 행사에서 직접 연설하는 전례는 매우 드물다. 이번 연설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시위로 국제적 고립 해소와 군사·경제 협력 확대를 노렸다. 둘째, 국내 체제 결속 의지로 기존 선친 중심에서 직접 군중 앞에 나서며 내부 결속력을 강조했다. 셋째, 한미일 공조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황, 그리고 미·중·러 신냉전의 재편 속에서 동맹 의식을 과시했다. 넷째, 긴장 완화 신호로 대미·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국제사회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불필요한 갈등이나 공격 명분은 주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북한의 다음 한 수… 광복 80주년의 반전과 과제
이미 한미 동맹 강화, 일본과의 군사협력, 나토 확장 등의 변화로 한반도 안보지형이 달라진 지금, 북한 역시 러시아와의 ‘혈맹’을 내세우며 전략적 운신폭을 넓히는 노림수를 꺼냈다. 광복 80주년에 직접 군중 앞에 나선 김정은의 연설은 단순한 기념사 그 이상이다. 국내 결속 의지와 함께 북러 전략동맹의 상징성, 그리고 변화된 국제질서에 맞는 ‘새로운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광복절 이후 북한이 추가로 내놓을 대내외 메시지, 그리고 러시아 측과의 추가 협력 움직임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80주년 연설’은 명백히 동북아 지형 변동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사건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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