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는 '드론'과 '스마트글라스'...한진이 보여준 물류 혁신의 미래 [현장+]

지난 13일 남서울종합물류센터에서 진행된 ‘㈜한진 스닉픽’ 스마트 물류 기술 시연 공개 행사에서 조현민 사장(오른쪽)과 노삼석 사장(왼쪽)이 자사의 산업 현장에 적용될 최신 기술 드론과 스마트 글라스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한진이 그리는 미래형 스마트 물류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고 내부에서는 드론이 하늘을 날며 실시간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직원들은 음성 인식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해 손쉽게 작업을 이어간다. 택배 기사들은 더 이상 손에 스캐너를 들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한 채 음성 명령만으로 분류, 검수, 배송 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한진은 남서울종합물류센터에서 ‘㈜한진 스닉픽’ 행사를 열어 최신 스마트 물류 기술을 공개했다. ‘스닉픽’은 신기술을 정식 도입 전에 일부 관계자에게 미리 선보이는 자리로, 한진은 물류 자동화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물류 혁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미래 물류의 비전을 구체화했다.

조현민 사장은 “사람이 움직이는 물류 현장에 스마트 기술이 접목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알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스마트 로지스틱스 기술에 꾸준히 투자해 현장에서 일하는 한진의 작업자와 물건을 보내고 받는 고객 모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핵심 기술로 소개된 것은 바로 ‘드론’과 ‘스마트글라스’다. 기존의 물류 프로세스가 입고, 검수, 적재, 재고 관리, 배송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드론이 재고를 관리하고 스마트글라스가 창고 내 모든 작업을 돕는 흐름으로 혁신되고 있는 셈이다. 한진은 이번 시연을 위해 드론에 2000만원, 스마트글라스에 5000만원의 비용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첨단 물류 기술은 곧 80주년을 맞이하는 한진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 중 하나다. 글로벌 물류업계가 인공지능(AI) 기반 협동 로봇을 도입하고 최신 물류센터를 신축해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운데, 한진은 오래된 물류센터 시설 특성에 맞춰 드론과 스마트글라스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조 사장은 “한진은 IT 기업이 아니기에 기술을 기다려야 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작업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시간 재고조사 가능한 드론

드론이 창고 및 물류센터에서 재고 조사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핵심 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창고관리시스템(WMS)과 연동되어 사전에 입력된 동선을 따라 자율 비행하며 할당된 구역을 순식간에 스캔한다. 상품 전면의 QR 코드를 카메라로 인식해 이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드론이 직접 재고관리하는 과정이 영상 및 LED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모습 /사진=이유리 기자

시연에서는 드론이 재고 하나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 6초에 불과해, 작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사람이 직접 할 때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한진의 물류 창고에 500개 상품이 있다면 드론 4대가 한 시간 안에 모든 재고를 조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드론은 최대 고도 20m까지 비행 가능하며 초당 30cm씩 움직이는 속도로 이동해 창고 구석구석까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드론을 통한 재고 관리는 수작업 대비 효율성과 정확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방식에서는 작업자가 종이에 출력된 재고 목록을 수기로 조사하고 시스템에 직접 입력해야 해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들었다. 높은 선반에 위치한 상품을 스캔해야 할 경우, 안전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임재국 한진 DT전략실장은 "드론은 자율 비행이 가능해 새벽 2~3시에 작업자가 없을 때도 전체 재고를 스캔하도록 예약할 수 있다”며 “재고 관리와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혁신적인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외에서 날씨 영향을 받지 않도록 드론의 기술력을 높이는 게 과제로 꼽힌다. 한진 관계자는 "드론 테스트를 해보니 실내에서 큰 문제가 없지만 바람이나 기온, 습도 영향을 받는 실외에서는 햇빛 때문에 센서가 오입력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스마트 글라스로 양손 자유로워져

한진은 국내 택배 기업 중 최초로 풀필먼트와 배송기사 업무에 스마트 글라스를 도입했다. 현장에 공개된 한진의 스마트 글라스 모습 /사진=이유리 기자

스마트글라스는 한진이 물류 작업과 택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첨단 장비다. 작업자가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면 렌즈 정면에 디스플레이 화면이 나타나며, 창고관리시스템(WMS)과 택배 기사 앱에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베이스와 소통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해 보니 렌즈 화면이 안내하는 대로 바코드를 스캔하고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피킹 및 패킹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음성 명령으로 물류 시스템에 로그인한 후 배송지 주소를 말하면 관련 정보와 수량이 자동으로 표시됐다. 포장이 필요할 때는 '패킹'이라고 말하자 패킹 스테이션에 스캔 창이 열렸다. 안내에 따라 박스 코드와 상품 코드를 스캔하면 작업이 완료된다. 음성 명령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터치 센서를 사용해 직접 조작할 수도 있었다.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주문 정보를 제공받고 상품 위치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택배 기사의 피킹 작업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피킹 과정에서 입력된 상품의 운송장이 패킹 스테이션에서 자동 출력된다. /사진=이유리 기자

스마트글라스의 음성 인식 스피커는 렌즈와 안경다리 사이에 내장돼 있어 명령어 인식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스마트글라스의 무게는 약 500g으로 작업 중 불편함이 거의 없었으며,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없었다. 스캔 작업이 다소 익숙지 않아 약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명령어 인식 속도는 1초 내외로 매우 빨랐다.

스마트글라스의 활용으로 작업 소요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상품 4개를 포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1초에 불과해 스마트폰을 통한 바코드 스캔 대비 30% 이상의 시간 절감 효과가 있었다. 또 기존에는 본사 관리자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작업자의 보고에 의존해야만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으나, 스마트글라스를 도입하면 본사에서 원격으로 작업 내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영어 자동 번역 기능이 있어 외국어가 익숙지 않은 기사도 정확한 주소를 파악하여 원활하게 배송할 수 있다.

한진의 목표는 AI 기술을 접목한 물류 프로세스의 자동화다. 자율비행 드론과 AI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 스마트 글라스의 OCR 및 바코드 인식 기술은 물류 작업에서 정확성과 신속성을 극대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 관계자는 "아직 드론이나 스마트글라스가 현장에 보급된 상태는 아니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실제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추가적인 노하우를 축적해 내년 하반기에는 드론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