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배 올랐다가 87% 빠졌다" 지금 기관이 다시 담기 시작한 배터리주 '이 종목'

2025년 12월 29일, 공시 하나가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2023년 2월, 엘앤에프는 테슬라와 3조 8,374억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당시 회사 연간 매출의 395%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주가는 20% 급등했고, 뉴스에는 "테슬라 직납 파트너"라는 제목이 넘쳤다.

그 계약이 973만 원으로 정정 공시됐다.
계산이 맞다. 3조 8,374억이 973만 원이 됐다. 99.99% 감액. 사실상 계약 취소다.

그런데 이 공시 직후 기관은 이 주식을 팔지 않았다. 오히려 사기 시작했다.

이 종목의 정체는 엘앤에프 (066970)다
엘앤에프 CI / 사진 = 엘앤에프

2차전지 양극재 전문기업. 코스피 126위, 시총 4조 5,201억 원.

이 회사가 왜 한때 코스피 최상위권까지 올라갔는지, 왜 그토록 처참하게 무너졌는지, 그리고 왜 지금 다시 돌아오고 있는지를 이해하면 이 종목을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35배가 됐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테슬라 모델 Y차량

2020년, 이 회사는 아무도 몰랐다. 주가는 1만원 초반대를 맴돌았다.

그 후 전 세계에 전기차 붐이 왔다. 배터리가 필요했고, 배터리에는 양극재가 필요했다. 엘앤에프는 국내 순수 자본 기업 중 최초로 니켈 함량 95%짜리 하이니켈 양극재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아무도 못 만들던 걸 혼자 만들었다.
테슬라가 연락했다. 테슬라향 직납 계약이 성사됐다. 주가는 2023년 4월 349,500원을 찍었다. 저점 대비 약 35배.

5,000만 원을 2020년에 넣었다면, 그 계좌엔 17억 5,000만 원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게 무너졌다
엘앤에프 사옥 / 사진 = 엘앤에프

전기차 캐즘이 왔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덜 샀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재검토했다. 하이니켈 양극재 수요가 증발했다.

가동률이 바닥을 쳤다. 공장은 돌아가는데 제품이 팔리지 않았다. 적자가 쌓였다. 2023년 하반기부터 무려 7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3조 8,374억 공급계약이 973만 원짜리 영수증 하나로 끝났다.

주가는 2025년 5월 47,000원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86.5%.

그런데 반전이 시작됐다
엘앤에프 원통형 배터리 / 사진 = 엘앤에프

2025년 4분기, 엘앤에프는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824억 원.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신규 모델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삼원계 배터리를 적용했다. 엘앤에프의 하이니켈 양극재 출하량이 전년 대비 75% 확대됐다. 역대 최대 판매량이었다.

현재가 112,100원. 저점 47,000원 대비 +138% 반등 중이다.

지금 기관이 사는 진짜 이유
엘앤에프 주가 / 사진 = 네이버 증권.

테슬라 계약 취소? 그건 이미 알려진 악재다.
기관이 보는 건 다른 곳이다.

첫째, LFP 양극재 독점.
전 세계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필요하고, 그 전력을 저장하는 건 LFP 배터리다. 문제는 LFP 양극재를 중국 밖에서 양산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 전담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를 설립하고 3,382억 원을 투자해 연 6만 톤 생산 설비를 짓고 있다. 2026년 하반기 양산 목표. 비중국 LFP를 가장 먼저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된다.

둘째, 탈중국 공급망 수혜.
미국 중국산 ESS 배터리 관세는 2025년 40.9%, 2026년 58.4%로 상승한다. 중국산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면 그 자리를 채울 곳이 필요하다. 현재 비중국 LFP 양극재 양산 일정이 가장 빠른 곳이 엘앤에프다.

셋째, 46파이 원통형 양극재 — 로봇 시장.
엘앤에프는 2026년부터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를 본격 출하한다. 이 제품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합한 고밀도·고출력 소재다. 전기차 시장이 정체돼도, 로봇 시장이 열린다.

반대 의견도 있다

테슬라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테슬라가 다음 신모델에서 하이니켈 대신 LFP를 선택하면 엘앤에프의 출하량 전망은 다시 흔들린다.

중국산 LFP 양극재와의 가격 경쟁도 만만치 않다. 중국 업체들의 원가는 엘앤에프보다 구조적으로 낮다.

PER은 아직 N/A(적자 탈출 초기), PBR은 10.11배로 소재주 치고는 높은 수준이다. 회복을 이미 많이 반영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지금 주가 112,100원은 어디쯤인가

고점 349,500원 대비 -68%. 저점 47,000원 대비 +138% 반등.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 165,188원 — 현재 대비 +47.4% 여유.

테슬라가 배신한 빈자리를 ESS와 로봇이 채우는 중이다. 7분기 적자가 끝나고 흑자로 전환됐다. 비중국 LFP를 가장 먼저 만들 수 있는 회사다.

3조 8,000억 계약이 970만 원이 됐는데도 기관이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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