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에드먼, 친할아버지가 어마어마한 대기업 회장님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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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에서도 5할 타율 맹활약

우승 반지가 빤히 보인다. 이제 2승만 보태면 된다. 다저스가 홈 1~2차전을 모두 잡았다. 월드시리즈 정상이 아른거린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물론 1차전이다. 프레디 프리먼이 드라마 같은 한방을 터트렸다. 수식어가 많이 붙는 홈런이다. 역전, 끝내기, 만루…. 이 기세가 2연승의 원동력이다.

다른 멤버의 활약도 눈에 띈다. 2차전에는 야마모토 요시노부(6.1이닝 1실점)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홈런 등 3안타)가 투타에서 돋보였다.

또 있다. 우리와 친숙한 백넘버 25번이다. WBC 때 한국 대표로 뛴 토미 현수 에드먼(29)이다. 그는 어제(한국시간 27일) 선제 솔로포를 터트리는 등 2안타를 기록했다.

이번 시리즈 2게임에서 8타수 4안타로 팀 내 최고 타율(0.500)이다. 챔피언십 시리즈(NLCS) MVP가 1회성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4~5번 타순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당연히 주목하는 눈길도 많다. 특히 미주 한인사회의 관심이 크다. 그의 외가도 LA 한인타운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모린 에드먼, 한국 이름 곽경아)가 성장한 곳이다.

그곳을 기반으로 한 한인 방송사가 있다. 라디오코리아라는 곳이다. 프로그램 중 ‘아침마당’에 토미 에드먼의 외할머니가 초대됐다. 미국 이름으로 데보라 곽, 한국 이름은 곽태후(정태후) 씨로 알려졌다.

인터뷰는 WS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여기에는 대단한 가족들의 얘기가 담겼다.

라디오코리아 ‘아침마당’에 출연한 에드먼의 외할머니 데보라 곽 씨 유튜브 채널 라디오코리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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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조부가 GM 주요 계열사 회장 역임

토미 에드먼이 학창 시절 우등생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졌다. 명문 스탠퍼드를 3년 반 만에 졸업했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유추된다. 부모 역시 명문 사립대 출신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외할머니 곽태후 씨에 따르면 친가 쪽이 엄청난 집안이다. 특히 (친)할아버지가 유력한 기업가였다.

조부 이름은 존 에드먼 시니어다(야구 선수 토미의 아버지는 같은 이름에 주니어가 붙는다). 그는 미시간 출신으로 대학도 그곳에서 다녔다.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

졸업 후 취직한 곳이 제네럴 모터스, 흔히 GM으로 불리던 곳이다. 포드, 크라이슬러와 함께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다. 물론 판매량과 매출 규모로는 단연 1등이다.

GM은 간단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기업이다. 2008년 도요타에 뺏기기 전까지 무려 80년 가까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GM은 브랜드 별로 계열사가 나뉜다. 쉐보레, 뷰익, 캐딜락, GMC 등이 각자의 법인이다. 이들을 재무적으로 연계, 통합하는 곳이 있다. GMAC라는 기업이다. General Motors Acceptance Corporation의 이니셜을 딴 곳이다.

예컨대 현대캐피털을 상상하시면 된다. GM 전체의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 업무를 총괄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룹 전체의 재무 상황이나, 부동산 관리도 여기서 이뤄진다. 한마디로 가장 핵심적인 계열사다.

토미의 친할아버지, 존 에드먼 시니어는 이곳에서 41년간 금융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1987년에 체어맨(chairman)으로 취임했다. 우리식 직함으로 하면 회장, 혹은 이사회 의장이다. 이 자리를 6년간 역임한 뒤 1992년에 은퇴했다.

검색하면 2016년 10월 고향인 미시간 피토스키에서 타계한 것으로 나온다. 89세의 나이였다. 부고 기사에는 유족이 6자녀와 손자 12명, 증손자 3명이라고 돼 있다. 지금 한창 뜨는 메이저리거가 자랑스러운 손자 12명 중의 하나임은 물론이다.

에드먼 가족. 왼쪽부터 어머니 곽경아 씨, 형 존 3세, 토미 본인, 여동생 엘리스, 아버지 존 에드먼 주니어.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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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모, 미국 은행 한국 지점 창립 멤버

물론 외가도 대단하다. 올해 80세라고 밝힌 외할머니(데보라 곽)는 고려대 상과대학(지금의 경영대) 출신이다.

졸업 후 취업한 곳이 미국 기업이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외국계 은행인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 지점 창립 멤버(한국 JP모건의 전신)였다. 외할아버지의 직업은 수의사였다.

조부모는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했다. 토미의 어머니 곽경아 씨가 5살 때다. 이후 줄곧 LA 한인타운에서 살았다. 딸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독립했다. 동부(매사추세츠)의 명문 사립대 윌리엄스 컬리지에 입학한 것이다.

여기서 만난 것이 토미의 아버지(존 에드먼 주니어)다. 수리경제학을 전공하는 야구선수였다. 그녀 역시 의대 전문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었다. 외할머니는 “딸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대학) 성적이 좋아서, 충분히 가능했다”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계획이 바뀐다. 결혼부터 하겠다며 공부를 포기한 것이다.

외할머니는 “처음에는 (결혼을) 반대했다. 일주일간 금식 기도도 했다. 하지만 결국 허락했다”라고 밝혔다. 큰 딸의 한(?)은 둘째가 풀어줬다. 경아 씨의 여동생은 현재 듀크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데보라 곽, 라디오코리아 ‘아침마당’ 인터뷰 중에서)

어머니 곽경아 씨가 NLCS MVP를 수상한 토미 에드먼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스탠퍼드 야구부 100년 최고 우등생

물론 토미 현수도 만만치 않다. 공부라면 꿀릴 게 없다.

이미 고교 때부터 유명했다. 샌디에이고 인근의 라호야 컨트리 데이 스쿨이라는 사립학교를 다녔다. 당연히 여기서도 우등생이다. 졸업 평점(GPA)이 4.48(4.5만점 기준)이다. 노터데임과 프린스턴 대학에서 입학 제의가 왔다. 하지만 야구를 위해 스탠퍼드를 택했다. 당연히 장학생이다.

전공이 중요하다. 가장 경쟁률이 높고, 졸업이 어렵다는 학과다. 영어로 하면 Mathematical Computational Science다. 수학, 컴퓨터, 과학 이런 것들을 공부하는 곳이다. 흔히 말해서 잘 나가는 과목이 모두 들어갔다.

이곳이 얼마나 대단한 곳이냐. 졸업생들은 학교 근처에 많이 취업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들이다. 구글, 유튜브, 야후, 휴렛패커드, 스냅챗, 시스코, 넷플릭스…. 대략 소소한 이름들이다. 에드먼의 동문들이 창업한 업체들이다.

그런 통계도 있다. 스탠퍼드 동문들이 만든 IT 기업이 워낙 세계적이다. 이곳 매출을 합하면 웬만한 나라 GDP를 훨씬 넘긴다는 얘기다. 한국의 2배가량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그렇다고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야구도 명문 소리를 듣는다. 명예의 전당 투수 마이크 무시나가 이곳 출신이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AJ 힌치 감독도 졸업생이다. 한국에서 뛴 라이언 가코, 존 갈도 동문이다.

토미 현수는 그중 하나다. 특히 공부 쪽으로 특출했다.

전 학년 평점(GPA)이 4.0 만점 기준으로 3.82였다. 100점 만점으로 따지면 95.5점이다. 이는 100년이 넘는 이 학교 야구부 역사상 최고점이다. 학업이 우수한 선수(Academic All-Pac-12) ‘퍼스트 팀’에는 단골 멤버였다. 덕분에 그 어렵다는 전공을 하면서, 3년 반 만에 조기졸업이 가능했다.

금수저? 엄친아? 모두 틀리지 않다.

다만 ‘공부 잘하는’, ‘머리 좋고, 집안 좋은’…. 그런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제는 다른 말이 필요하다. ‘야구 잘하는’. ‘그래서 가을야구의 MVP까지 된’. 그런 수식어가 필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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