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은 신선하게, 가능하면 바로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타민이 손실되고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과일이 있습니다. 블루베리입니다. 블루베리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 얼려 먹는 것이 권고되는 드문 과일입니다. 수확한 즉시 냉동 보관할 때 핵심 항산화 성분의 농도가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비싼 항산화 보충제를 찾기 전에, 마트에서 사 온 블루베리를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만으로 효능을 몇 배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블루베리의 핵심 성분은 안토시아닌입니다. 블루베리 특유의 짙은 보랏빛을 만드는 이 색소는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로 작용해 노화와 질병 예방에 기여합니다. 비타민C의 2.5배, 토코페롤의 약 6배에 달하는 항산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수십 종류의 과일과 채소 중에서도 항산화 효과가 가장 우수한 식품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 안토시아닌이 신선한 생블루베리보다 냉동 블루베리에서 더 높은 농도로 검출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생블루베리에 평균 3.32mg/g, 냉동 블루베리에 평균 8.89mg/g의 안토시아닌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냉동 과정을 거치면서 농도가 거의 세 배 가까이 올라간 것입니다.

왜 얼리면 항산화 성분이 늘어날까
얼리는 과정 자체가 안토시아닌을 더 진하게 만드는 원리가 있습니다. 블루베리를 얼리면 과육의 세포벽이 얼음 결정에 의해 부분적으로 파괴되는데, 이 과정에서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 속 다른 조직들의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더 자유롭게 활동하게 되어 농도가 진해집니다. 동시에 냉동은 비타민C 같은 수용성 비타민이 손상되거나 분해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상온에 두면 햇빛과 산소에 노출되며 비타민이 빠르게 손실되는데, 냉동 상태에서는 이 손실 속도가 크게 느려집니다. 신선도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일반적인 과일과 정반대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식단이 주는 효과는 광범위합니다. 혈중 항산화제 수치를 높여 심혈관 질환과 당뇨, 암 예방에 기여하고, 기억력 회복과 눈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쁜 콜레스테롤(LDL)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압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안토시아닌 외에도 블루베리에는 플라보노이드, 프로안토시아니딘, 클로로겐산 같은 항산화 효과가 높은 페놀성 화합물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 여러 성분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 항산화 식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다른 식품으로는 가지, 자색 양배추, 검정콩 등이 있지만, 냉동했을 때 농도가 오히려 올라가는 식품은 블루베리가 대표적입니다.

제대로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블루베리의 효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몇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안토시아닌은 수용성 색소이기 때문에 오래 씻으면 물에 녹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씻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볍게 헹구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색은 붉은빛보다 푸르스름한 검은색을 띠는 것이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습니다. 냉동 블루베리는 너무 딱딱한 상태로 바로 먹기보다, 약 1시간 정도 냉장실로 옮겨 살짝 해동한 뒤 먹으면 식감이 부드러워집니다. 견과류나 아보카도 같은 건강한 지방과 함께 먹으면 항산화 성분의 흡수율이 높아지고, 그릭요거트 같은 단백질 식품과 함께 먹으면 안토시아닌이 체내에 더 잘 흡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구입한 블루베리를 며칠 안에 다 못 먹을 것 같다면, 망설이지 말고 냉동실로 옮기십시오. 보관 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항산화 효능까지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방법입니다. 냉동 블루베리를 식물성 우유와 함께 갈아 스무디로 만들거나, 그릭요거트에 올려 먹거나, 오트밀에 섞어 먹는 것도 좋은 활용법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보관도 간편한 이 작은 보랏빛 과일이, 얼리는 순간 더 강력한 건강 식품으로 바뀝니다. 신선해야 좋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몇 안 되는 예외, 블루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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