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side The Park] 플로이츠 김진혁

낯선 우리

야구가 시작되면 야구장에서든 집에서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팀을 응원한다. 근데 여기 남들보다 특별한 응원을 펼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최근 인기를 얻은 롯데 자이언츠 팬 크리에이터 김진혁이 이번 ‘더그아웃 인사이드 더 파크’ 주인공이다. 야구경기가 끝나면, 승패에 상관없이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어김없이 영상이 올라온다. 짧지만 당일 경기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낸 그 영상을 사람들이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바쁜 일상에서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며 야구팬들과 소통하는 그의 이야기는 어딘가 특별했다. 앞으로의 목표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진혁과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사진 황미노 에디터 김일우 장소 부산 남포동 플로이츠

#부산 그리고 롯데

얼마 전 취재차 부산에 방문한 에디터팀. 사직야구장으로 가기 위해 탄 택시의 기사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야구장 가는가배?” 하며 말을 걸어왔다. 운행 내내 이어진 야구 이야기 속에서 드러난 그의 야구 분석력은 어지간한 야구 해설가를 능가할 정도였다. 어느새 야구장에 도착하자 야구 얘기가 잘 통한 에디터와의 짧은 만남이 내심 아쉬운 눈치였다. “롯데가 잘해야 부산이 살낀데…”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택시는 떠났다. 부산 사람들의 롯데에 대한 애정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느껴보니 더 대단했다. 이러한 애정이 언젠가 롯데의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져, 이 ‘야구바보’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해요. (4월 9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순수한 롯데 자이언츠 팬 김진혁입니다. (호칭을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까요?) 그냥 편하게 진혁 씨라고 불러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을 접혀본 경험이 있나요?
프로야구 소식으로 워낙 저명해서 몇 번 접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섭외 요청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신기했죠. 처음 연락받았을 땐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서 출연하지 못했는데 다시 섭외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합니다.
현재 부산에서 ‘플로이츠’라는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 전공이 뭐였나요?
중고등학교 시절 틈틈이 그림을 그렸어요. 근데 저희 집안이 그렇게 유복한 환경이 아니라서 도중에 취미로만 하게 됐고요. 조금씩 그려 놓은 게 있는데 전부 창고행… (웃음)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의류 업계 쪽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이 바닥에 발을 담그고 있네요.

본격적으로 야구팬이 된 시기와 계기가 궁금해요.
부산 출신으로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하면서 롯데 팬이 됐습니다. 한 번 팬이 됐으니 끝까지 사랑하려고요. 차라리 야구를 안 보면 안 봤지, 절대로 다른 팀을 응원할 생각은 없습니다. (강조)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만 명이 넘는데 릴스를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언제였나요?
딱히 그런 건 없었고요. 사실 제가 유튜브를 4년 동안 운영했어요. 유튜브는 아무도 모르셨지만… 우연히 릴스에 편집해서 올린 게, 작년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게 된 거 같습니다.

가장 인기 있었던 릴스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야구 관련 릴스는 아닌데 ‘엄마는 영화광’이라고 엄마와 함께 영화 제목 이야기를 나눈 유튜브 영상이 가장 인기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엄마, 공유랑 정유미 나와서 좀비랑 싸우는 영화 있다 아이가?” 그러면 엄마는 “아 부산항~?” 이렇게 엉뚱하게 대답하는 영상입니다.

특별히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전 언제나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무의미하고 건조한 삶, 그곳에서 사람들이 희망과 위로를 얻었으면 해서요. 조금 불행하거나, 행복하게 다들 그렇게 살잖아요. 아직 남은 다정함을 전해줄 수 있는 영상. 하지만 시간이 잘 안 나네요. 기회가 된다면 호흡이 긴 영상도 다시 찍어보고 싶어요.

야구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요?
네. 유튜브를 개설한 4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많이 알아봐 주십니다. 평범한 저를 보고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길거리 혹은 매장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나요?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많이 알아보십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거기서 많이 알아봐 주세요. 사진을 같이 찍어 달라고 하시기도 하고요. 저로서는 힘든 게 아니라서 언제든지 알아만 봐주시면, 백 장이든 만장이든 찍어드릴게요.

#죽어도 롯데

매장 업무도 하면서 야구 관련 콘텐츠를 올리느라 바쁠 것 같아요. 보통 하루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평범한 직장인들과 비슷하게 일, 집, 일, 집입니다. 보통 다들 이렇게 지내지 않습니까? (웃음)

직관, 집관 등 야구를 보는 유형 중 하나를 꼽자면 어떤 타입인가요?
전 거의 집관입니다. 우선 일 때문에 시간도 없고요. 좀 더 집중하며 분석 아닌 분석을 하면서 보는 스타일이라서요.

난타전과 투수전, 더 재미있게 보는 건 어떤 경기인가요?
난타전입니다. (투수전만의 묘미가 있지 않나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지루한 투수전보다는 화끈화끈한 난타전이 제 취향이거든요.

야구장에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를 소개해준다면요?
위에서 얘기했듯이 제가 매장에 저녁 늦게까지 상주하다 보니까 야구장에 갈 기회가 잘 없어요. 그래서 아쉽게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없네요.

야구를 보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과 화나는 순간은 각각 언제일까요?
가장 즐거운 순간은 9회 끝내기 역전승, 화나는 순간은 9회 끝내기 역전패 아닐까요? 모든 야구팬이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롯데가 2017년 이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변화는 꾸준하게 준거 같은데… 결국엔 지금처럼 열심히만 한다면 언젠가는 타이밍과 운이 딱 맞아지는 순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다 보면 그걸 넘어서 우승까지 할 수 있겠죠. 그때까지 저는 믿고 있을 겁니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고 팀이 달라진 걸 느끼나요?
이제 1년째라서 성장통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구든 인생이든 노력한 만큼 성과가 꼭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진정한 팬은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것이니까 항상 옆에서 응원하겠습니다.

롯데 팬으로서 꼭 보고 싶은 장면을 하나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고생한 롯데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는 장면이 보고 싶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할 거 같네요.

롯데라는 팀의 매력과 자랑거리를 말해 보자면요?
야구 하면 구도 부산, 부산하면 롯데 아니겠습니까? 성적이 좋지 않아도 항상 열정적인 팬들로 사직야구장이 가득 찬 모습을 보면 괜히 뿌듯합니다.

가장 애정하는 롯데 선수가 있다면요?
특정 선수보다는 롯데 자이언츠 자체를 좋아합니다.

#Never give up!

야구팬으로서 꼭 이뤄보고 싶은 로망이나 환상이 있는지 궁금해요.

로망이라… 그냥 지금처럼 선수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롯데와 함께 야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걸 먼발치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은 게 제 로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본인에게 야구란 어떤 존재인가요?
야구란? 인생이다. 9회 말 2아웃까지 지고 있어도 내야안타 하나로 이길 수 있는 게 야구인 것처럼, 모두 삶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Never give up!

앞으로 어떤 채널이 되고 싶은지 목표가 있다면요?
거창한 목표보다는 어느 누군가에게 적당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소소한 채널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야구팬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한마디가 있다면요?
우선 많이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인생 뭐 있나요, 웃으며 즐겁게 삽시다!​

***
누군가 그랬다. ‘야구만큼이나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이 없다’라고.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야구팬은 다시 TV 앞으로 향한다. 고통받을 각오를 감수하고 또 야구를 찾는 우리네들이지만, 김진혁은 사뭇 다르다. 해탈한 채 언젠가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터뷰 내내 주변 사람을 챙기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진혁의 마음처럼 팬들에게도 야구가 고통이 아니라 선물로 다가가길 바란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7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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