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원인조차 비공개라니"…부산 미군시설 인근 주민들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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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산 동구에 있는 미군 55보급창 앞.
그러나 주민들은 장장 19시간 만에 꺼진 이번 화재의 원인이나 책임 소재를 알 수 없어 더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55보급창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협정)에 근거한 군사보안 시설로, 이번 화재의 경우 미군이 수사 관할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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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25일 부산 동구에 있는 미군 55보급창 앞.
전날 큰불이 난 이곳은 뿌연 연기와 함께 매캐한 탄내가 여전히 코를 찔렀다.
보급창 인근에는 최근 신축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까지 이어진 진화 작업에 우려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어제 저녁부터 먼지와 연기가 너무 심하게 날아와 창문을 내내 닫고 장사했다. 연기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더라"면서 "주변에 주유소가 많아 화재가 더 번지면 대형 사고로 번지지 않을지 너무 불안했다"며 한숨 쉬었다.
20년 전 해당 보급창에서 중장비 납품 업무를 담당했다는 90대 어르신은 "30년 동안 이곳과 공장에 오가며 일했는데 어제 큰불이 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관할 자치단체인 동구에는 "연기가 너무 심해 무섭다"는 취지의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장장 19시간 만에 꺼진 이번 화재의 원인이나 책임 소재를 알 수 없어 더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55보급창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협정)에 근거한 군사보안 시설로, 이번 화재의 경우 미군이 수사 관할권을 갖는다.
일종의 치외법권 구역으로, 소파협정에는 미국 군대의 군무원 또는 그들 가족의 신체나 재산에 대한 범죄는 미국이 1차적 수사권(재판권)을 행사한다고 규정돼 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는 부산 소방과 미군이 합동으로 진행하지만, 소파협정에 따라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5세 아이를 둔 강모씨는 "치외법권 구역이라 하더라도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는 주변에 사는 선량한 시민들이 받았는데 화재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군수물자를 저장하는 곳이라는데 화약 등에 불티가 튀었으면 더 큰 화재로 번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들이 제대로 된 화재 대응 매뉴얼로 지켰는지 평소 안전 관리를 잘했을지도 모르는데 이것 역시 밝혀낼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화재가 난 곳이 냉동창고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프레온 가스 냉매를 비롯한 유해물질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0대 회사원 주모씨는 "부대와 창고 내 어떤 물건들이 쌓여있다가 타버렸는지도 모른다"면서 "유해 물질이 외부로 누출된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동구 관계자는 "미군 통제로 부대 안에 들어갈 수 없어 관련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6시 31분께 동구 범일동 55보급창에서 불이 나 19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 45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한때 2단계까지 격상됐다가 1단계로 하향된 화재 대응 단계는 오전 7시 34분께 해제됐다.
일제 강점기 말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 군수 물자를 보관하려고 조성된 55보급창은 해방 후 미군에 접수돼 부산항으로 반입되는 미군 장비를 전국 미군 부대로 보급하는 창고 역할을 해왔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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