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다르길래... 李 극찬 '싱가포르식 부동산' 살펴보니

손유지 2026. 3. 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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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이재명 대통령, 싱가포르서 부동산 정상화 의지 천명
HDB 중심 공공주택, 사회 갈등 막은 싱가포르 모델
성남시 ‘기본주택’과 맞닿은 이재명식 주거 개혁 구상
'한국형 HDB' 현실화 관건은 정책 일관성과 국민 신뢰

[지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중 현지의 부동산 정책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며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상화 모델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좁은 국토, 높은 인구밀도, 급격한 경제성장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조건이 유사한 싱가포르가 주택 문제에서 보여준 ‘기적 같은 성취’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부동산 안정의 핵심은 1960년 설립된 주택개발청(HDB)이다. 전체 인구의 80%가 HDB 공공아파트에 거주하며, 정부는 토지의 90%를 국유화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 투기 세력을 차단했다. ⓒ픽사베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발언이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부동산 개혁’을 향한 이 대통령의 실천적 행보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좁은 국토에서도 사회문제 안 된 이유

2일 이재명 대통령은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이틀째 일정으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과 정부 청사에서 회담을 가졌다. 양국의 경제·기술 협력 논의 중에서도 가장 길게 다뤄진 주제는 부동산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도 부동산이 사회 갈등의 요인으로 번지지 않은 점이 놀랍다”며 “많은 점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그는 전날 싱가포르 교민과의 간담회에서도 “싱가포르의 부동산 시스템을 보며 한국의 투기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귀국자들이 집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한국 주택시장 구조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방문소감 차원을 넘어, 출국 직전 분당 자택을 매각한 행보와 맞물려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실천으로 증명하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HDB 중심의 싱가포르 ‘주택 성공 모델’

이 대통령이 주목한 싱가포르의 핵심은 1960년 설립된 주택개발청(Housing & Development Board, HDB)이다. HDB는 싱가포르 전역에 계획적으로 조성된 공공주택 단지를 운영하며, 전체 인구의 약 80퍼센트가 HDB 플랫(공공아파트)에 거주한다. 정부는 국가 토지의 약 90퍼센트를 국유화해 대량의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민간 투기 세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 시스템의 또 다른 축은 99년 임차(leasehold) 제도다. 주택 소유가 아닌 장기 임대 개념을 도입해, 세대 간 자산 편중을 막으면서도 실질적인 ‘내 집 마련’의 안정감을 제공한다. 특히 국민연금 성격의 중앙적립기금(CPF: Central Provident Fund)을 모기지와 연계하여 부담 가능한 가격의 분할상환을 가능케 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자가보유율은 90퍼센트에 달한다.

부동산 투기는 철저히 억제된다. HDB 주택은 최초 분양 후 일정 기간 내에는 매매가 제한되며, 고소득층의 신규 구입은 제한되어 있다. 재판매 시에도 실수요자 위주의 거래만 허용된다. 

덕분에 싱가포르의 중위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 은 4.7배 수준으로, OECD 평균(7.6배)보다 현저히 낮다. 싱가포르의 20~30대는 평균 3~5년의 소득을 저축해 합리적 수준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이재명식 ‘기본주택’ 구상과 맞닿은 벤치마킹

이 대통령이 싱가포르 모델에 주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그는 이미 ‘공공이 소유한 토지 위에 장기 임대형 아파트를 공급하자’는 기본주택 구상을 제안하며 HDB 시스템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에도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집은 국민이 평생 거주할 수 있는 구조”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AI·공직개혁·경제협력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했지만, 부동산 대화에서는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이 국민 통합의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하며 “한국도 실질적 주거 안정을 통해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거 불안은 경기·서울권을 중심으로 지난 10년간 누적돼 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약 9억 원으로, 중위소득 대비 PIR이 15배를 넘어선다. 이는 OECD 내 최상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포르 사례는 “작은 정부가 아닌, 효율적 정부의 역할 확대”라는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실행 의지와 일관성 관건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부동산 안정이 정부의 강력한 공급·가격 규제와 국민적 신뢰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한다. 토지 국유화나 장기 임차제 같은 제도를 단순히 모방하기보다는 한국 현실에 맞는 제도적 조정이 필요한데, 특히 부동산 세제와 임대차 보호 관련 법률을 체계적으로 개편해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한 싱가포르는 HDB가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한국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정책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투명한 운영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한국도 과거 공공주택 확대를 시도했으나, 투기 수요와 지역 간 불균형, 분양 전환 논란 등으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주거정상화 로드맵이 ‘공공의 주거복지’와 ‘시장 안정’의 균형을 맞춘다면,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 걱정 없는 나라’ 꿈꾼다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은 거주 공간을 제공하는 행정에서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발전했다. 건국 초기 안정적 주택 공급이 사회 불만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택정책은 사회통합의 토대이기도 하다. 공공주택 입주자 간 소득 계층 혼합을 통해 사회적 연대감이 유지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귀국 후 어떤 방식으로 이 모델을 구체화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불평등 문제를 '정책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는 분명하다. 주택정책은 단순한 경기조절수단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야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파장과 국민 기대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정치적 함의도 크다. 2022년 대선 이후 여야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가운데, 이 대통령은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워 이전 정부의 규제·완화 양극단을 넘어서는 중도 노선을 시사했다. 특히 분당 자택 매각은 개인적 실천을 통한 메시지로, “정책보다 행동이 앞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국형 HDB’로의 전환 가능한가

물론 한국이 싱가포르식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토지 사유재산 비중이 90%를 넘는 한국에서 ‘토지 국유화 기반 공공주택’은 제도적으로 큰 저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도 단계적 국공유지 활용 확대, 공공임대 리모델링, 장기 공공임차제 도입 등 현실적 대안을 통해 점진적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

토지·주택 이원화 모델을 한국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 불가능하지 않은데, 특히 30대 이하 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국가 주도형 공급망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는 자국의 주택정책을 “국민의 신뢰가 이룩한 사회적 자산”이라 부른다. 이제 이재명 정부가 그 철학을 어떻게 한국의 현실에 녹여낼지가 주목된다. ‘집 걱정 없는 나라’는 한 번의 법·제도 개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는 곳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이 오래된 말이 한국에서도 다시 통용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