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치뤄질 미국 중간선거 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시행령이 발표될 예정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IRA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누가 다수당이 될 지에 따라 IRA는 소폭 개정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미국에서 친환경 사업을 하려면 현지에서 생산하고, 광물은 IRA의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블로터>는 전기차와 배터리, 소재 등 IRA 관련 산업의 영향을 들여다 봤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했고, '더블디짓(두자리수)'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7년 전인 2015년 3분기 삼성SDI의 영업이익률은 0.8%, 영업이익은 170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삼성SDI는 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는 회사로 '퀀텀점프'했다.
배터리는 니켈과 리튬 등 광물을 최적의 비율로 혼합한 후 양·음극재 등 주요 소재를 조립해 만든다. 전지회사는 소재 및 원료 공급망(SCM)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용해, 주요 원재료를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조달하는게 핵심이다. 전지업체가 인도네시아와 호주 등의 광산과 광물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도 원가 때문이다.
삼성SDI는 국내 전지3사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내면서 원가 경쟁력이 돋보인다. 앞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시행에 따라 삼성SDI의 원가 및 투자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가 미국 시장에서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IRA의 요구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IRA는 전지와 배터리의 경우 미국에서 최종 생산해야 한다. 양·음극재와 분리막, 전해액 등 전지 소재는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니켈과 리튬 등 핵심 광물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한 것을 써야 한다.
삼성SDI는 IRA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미국 시장의 공급망을 대폭 수정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것과 달리 삼성SDI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공장이 없는 상황이다.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은 2024년 12월 완공 예정이며, 이후 수율 안정화까지 마무리하면 상업가동 시점은 2025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독일 BMW와 아우디, 영국 롤스로이스 등 고급 전기차 메이커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세계 핵심 자동차 시장인 만큼 삼성SDI에 있어 주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SDI는 IRA로 친환경 산업에 정부 지원이 커져, IRA가 기회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급망 측면에서 보면 IRA는 삼성SDI에 있어 공급망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도전'이나 다름없다.
현재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해 특정 업체에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벨기에 유미코아와 중국 샨샨 등 해외 업체에서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받는다. 국내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로부터 양극재를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업체 4곳 모두 미국 내 양극재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지 않다. 에코프로비엠은 포드와 SK온과 함께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의 최대 협력사이지만, 이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SK온과 포드 합작공장에 납품될 예정이다.
삼성SDI가 IRA의 요건을 충족하려면 양극재 생산기지를 직접 건설하거나 포스코케미칼 또는 에코프로비엠과 합작사를 건설해야 한다. 삼성SDI는 포스코케미칼로부터 양극재를 공급받고 있는데, 연간 3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원가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서둘러 미국 내 양극재 납품처를 찾아야 한다.
음극재의 납품처를 바꾸는 것도 큰 난관이다. 삼성SDI 배터리에 탑재된 음극재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중국 BTR과 즈천과기, 샨샨 등이 삼성SDI에 음극재를 납품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와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도 공급되는데, 규모는 많지 않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전지소재 업체는 미국에 생산기지를 지을 계획이 없다. 전 세계 배터리에 탑재되는 음극재 중 70%는 중국 업체가 생산하고 있어, 삼성SDI는 국내 업체 또는 현지 업체를 찾아야 한다. 중국산 음극재와 비교해 국내 업체의 음극재는 공급량이 많지 않고,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싸 판매가격이 높다. 삼성SDI가 국내 업체에서 음극재를 공급받을 경우 원가가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SDI는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 등 일본 업체가 생산한 분리막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국내 업체가 생산한 분리막을 쓴다. 중국 상해에너지로부터 분리막을 일부 공급받고 있다. 전해액은 GTHR과 캡켐 등 중국 업체 제품과 MCC와 센트럴글래스 등 일본 업체의 제품을 쓴다.
이렇듯 삼성SDI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공급망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실정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5년부터 IRA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급망을 정비하고, 소재 제조사 변경에 따른 테스트 기간을 고려하면 여유가 많지 않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일 '2022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 직후 기자와 만나 "(미국 내 단독공장 건설은) 중장기 전략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IRA 시행으로 인한 공급망은) 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