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 나는 놈’ 다단계 상대로 돈 버는 ‘꾼들의 세계’

다단계 추천해주고 본인은 발 빼는 투자꾼들…피해자 양산에도 처벌조차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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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다단계 유사수신행위 기승을 부리며 국민적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역으로 다단계 업체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돈을 버는 ‘다단계 투자 전문꾼’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다단계 업체들이 사업 초기엔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기 위해 약속한 대로 돈을 지급한다는 점을 노리고 남들보다 먼저 투자하고 순식간에 발을 빼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히 투자하는 것을 넘어 다단계를 홍보해 무분별한 피해자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다단계 업체 사업은 폰지 구조다. 폰지는 실제로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기대하는 신규투자자를 모으고 투자금을 통해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사기 수법이다. 폰지사기의 핵심은 신용도에 있는 만큼 초기 투자자를 모집할 시기에는 고배당금과 원금을 보장해 준다. 그러다 막대한 투자금이 모이고 배당금을 감당할 수 없는 시기 잠적한다.

국내 대다수의 다단계 업체들도 해당 수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2023년 4400억원대 투자 사기를 저지른 ‘아도인터내셔널 사태’도 초창기 일 2.5%라는 고 배당금을 지급했었고, 지난해 갑자기 사라진 ‘파파코’ 또한 월평균 약 10% 수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단계 전문 투자자들은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고 초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단계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이영호(44·가명) 씨는 “세상 그 어떤 다단계도 처음부터 사기를 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 신용에 공을 들인다”며 “신뢰가 생명인 사업 구조인 만큼 초기에 투자한 경우 막대한 배당금은 물론이고 원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다단계 투자를 통해서만 2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실현시켰다”고 밝혔다.

▲ 다단계 전문 리딩방(왼쪽) 피해자방(오른쪽) 대화 내용. [사진=카카오톡 갈무리]

또 다른 다단계 전문 투자자는 “초기 자금줄이 막히기 전까지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며 “언제쯤 투자 업체 자금줄이 막히는지 예측하고 그전에 손을 털고 배당금과 원금을 챙겨 탈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경험해 보면 알겠지만 구조와 방법이 뻔해 주식이나 선물 등 다른 투자에 비해 오히려 예측이 쉬워 돈을 벌기에는 훨씬 쉽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들이 본인들의 수익을 위해 자체적으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이들 세력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리딩방 운영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신들이 투자한 업체를 홍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 리딩방 사기와 비슷하다. 본인들이 투자한 업체를 추천함과 동시에 수익과 출금 내역 등을 인증하면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방식이다.

반면 이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해당 방의 투자 추천을 믿고 투자를 진행했지만 결국 돈을 잃었는데 추후 알고 보니 추천인은 진작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설명이다.

리딩방을 믿고 다단계 업체 ‘휴스템코리아’에 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잃었다는 김혜숙(62) 씨는 “아는 사람이 리딩방을 추천해 줘서 들어가게 됐고 톡방에 올라오는 출금 인증 글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며 “결국 사기인 것이 드러나고 보니 리딩방을 추천해 준 사람과 주도자들은 이미 빠져나간 상태였다”고 밝혔다.

▲ 다단계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리딩방 세력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시위중 스트레스로 인해 쓰러져 구급차로 옮겨지는 아도사태 피해자. ⓒ르데스크

아도사태 피해자인 이명자(70) 씨도 “아도로 인해 2000만원 가까이 잃었는데 정작 투자를 종용한 사람은 수천만원 수익을 냈다”며 “따져 물어도 투자는 본인의 몫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도사태 주동자들은 최소한 수사나 처벌이라도 받고 있는데 이들은 관계자도 아니라 처벌도 불가능하다”며 “결국 최종 승자는 초기 투자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한 리딩방 세력들이다”고 말했다.

다단계 투자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리딩방 세력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폰지사기란 걸 알고도 이를 홍보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들 또한 같은 투자자이며 다단계 업체 직원이 아닌 만큼 실질적 처벌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초동에 위치한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피해자분들께는 안타깝지만 다단계를 추천해 준 인물이 업체 소속 직원이 아닌 이상 사태의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단계 투자 리딩 세력 또한 일반 투자자 신분인 만큼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내부정보나 금전적 거래 등 다단계 업체와의 특수한 관계성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상 이를 증명하기라 쉽지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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