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K2 전차, "유럽 수출용 대형 장갑차 공개"

세계 장갑차 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험준한 산지와 야지를 누비던 무거운 궤도형 장갑차 시대가 저물고, 도시전에 최적화된 차륜형 장갑차의 시대가 열리고 있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면서, 각국이 앞다퉈 차세대 차륜형 장갑차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로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유럽 시장을 겨냥한 30t급 차륜형 장갑차를 선보였습니다.

이 장갑차는 단순히 무기가 아니라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시전 시대가 바꾼 장갑차의 운명


과거 장갑차는 험준한 산지나 야지에서 병사들을 이동시켜야 했기 때문에 궤도형 전차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발전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스웨덴 CV90 궤도형 장갑차

도시전이 이뤄지는 아스팔트 위에서는 궤도형보다 일반 자동차처럼 바퀴가 달린 차륜형 장갑차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무게도 함께 무거워졌습니다. 장갑차를 노리는 대전차 미사일 기술이 발전한 탓에 장병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력을 대폭 높였기 때문이죠.

영국 군사정보기업 제인스 연감에 따르면 30t급 차륜형 장갑차 시장 규모는 2020년 16억3100만 달러에서 2028년 72억8000만 달러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22%에 달하죠. 반면 궤도형 장갑차 수요는 줄어들어 전체 장갑차 시장규모는 2028년까지 연 6%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한 장갑차의 새로운 가치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갑차의 중요성을 새롭게 각인시켰습니다.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 BMP-2 장갑차 3대와 T-90 전차가 브래들리의 공격을 받고 파괴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미국 M2 브래들리 장갑차

T-90은 푸틴 대통령이 자랑하는 러시아군의 최신형 주력 전차로 대당 가격이 약 47억원에 달하는 전차가 장갑차에 파괴된 것입니다.

복싱으로 치면 경량급 선수가 헤비급 선수를 이긴 것과 같습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도 다른 장갑차에 탔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브래들리 덕분에 살아났다며 극찬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군 병사들도 노획한 브래들리의 뛰어난 승차감에 감탄하며 호평했다고 합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세계 각국의 방산업체들은 장갑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병력을 운송하는 수단이 아니라 생존력을 좌우하는 핵심 장비로 인식이 바뀐 겁니다.

차륜형 장갑차로 바뀌면서 전장 투입시간도 크게 줄었습니다.

과거 궤도형 장갑차를 장거리 이동시키려면 별도의 수송 트레일러가 필요했지만, 차륜형 장갑차는 스스로 수백km를 주행할 수 있어 빠르게 전장에 투입되고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30t급 차륜형 장갑차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현대로템의 30t급 차륜형 장갑차가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길이 9.3m, 폭 3.1m, 높이 2.8m의 거대한 크기는 우리 군이 보유한 차륜형 장갑차 K808보다 한 차원 큰 규모입니다.

바퀴 하나의 높이만 해도 1m를 넘어 보일 정도로 육중한 모습이었죠. 이 장갑차는 총 8개의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했습니다.

런플랫 타이어는 주행 중 총격을 받아 펑크가 나도 정상 주행이 가능한 특수 타이어로, 지뢰를 밟아 타이어가 손상돼도 시속 50km로 50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각 타이어 상단에는 소화기까지 장착되어 있어 화재 상황에도 대비했죠.

시험주행에서는 60% 종경사와 40% 횡경사를 무사통과했고, 평지에서는 시속 100km를 거뜬히 넘겼습니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K-방산


세계 각국의 차륜형 장갑차 개발 경쟁도 치열합니다.

독일의 복서(41t), 이스라엘의 에이탄(35t), 핀란드의 파트리아 AMV 시리즈 최신형(32t), 러시아의 부메랑(34t) 등이 대표적이죠.

미국은 이미 차세대 차륜형 장갑차를 실전 투입하고 있습니다.

BAE시스템스가 미국 해병대에 납품하고 있는 차세대 수륙양용 장갑차는 2020년 계약 규모만 1억84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2022년 미국 방산기업 오시코시 디펜스의 에이탄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이 운용중인 에이탄 차륜형 장갑차

에이탄은 1970년대 도입한 M113 궤도형 장갑차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차량으로, 30mm 기관포와 스파이크-MR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무인 포탑을 장착했죠.

750마력의 독일 MTU 터보차저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대 시속 90km, 최대 주행거리 1000km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실전에서 검증되는 차륜형 장갑차의 위력


우크라이나는 체코, 슬로바키아, 스웨덴과 함께 CV90 보병전투장갑차를 공동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CV90 장갑차

CV90는 5t의 장갑을 추가로 장착해 모든 방향에서 30mm 철갑탄을 막을 수 있으며, 대전차 지뢰와 급조폭발물에 대한 방어 능력도 강화됐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향후 1000대의 CV90 계열 장갑차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죠.

폴란드의 신형 보병전투장갑차 보르숙도 무게만 40t을 훌쩍 넘습니다.

폴란드 보르숙 장갑차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군이 원하는 만큼의 장갑차를 생산하기 어려워지면서 K전투장갑차 도입이나 공동개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군 지휘부 회의에서 정부 관계자가 "우리는 한국의 성능이 입증된 IFV 등을 살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한국형 솔루션


현대로템의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수출형 모델입니다.

내부에는 8명의 보병과 조종수, 포수, 차장 등 총 11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탑승석 위에는 모니터가 장착되어 장갑차 밖의 전장 환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종석에는 현대 로고가 새겨진 자동차 핸들이 설치되어 있고, 조종법도 일반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죠.

특히 운전석이 널찍하게 설계된 점이 눈에 띕니다.

정지승 장갑차 체계팀 책임연구원은 "큰 체형을 가진 유럽인들을 배려해서 설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륙양용 기능도 탑재해 2m 이상의 깊은 물에서는 고성능 수상 추진 프로펠러를 가동해 시속 10km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방호력은 나토 표준화 협정 탄도 보호 레벨 4에 해당해 전장에서 중기관총 공격을 받아도 끄떡없다고 합니다.

현대로템의 이번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단순히 무기 수출을 넘어 한국 방산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영한 차세대 전투 장비로,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또 하나의 증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