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미친 특가' 50만원대 미주·유럽 노선 판매...그 이면의 숨겨진 전략
최근 해외여행 커뮤니티에서는 "미쳐버린 대한항공 가격", "아시아나 시애틀 55만원에 끊고 가봅니다"라는 글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3~4월 미주·유럽 장거리 노선 왕복 항공권을 50만~70만원대의 파격적인 특가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평소 170만~180만원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항공업계에서도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격적인 특가 판매의 실체
아시아나항공은 '라스트 미닛(LAST MINUTE)' 프로모션을 통해 미주 노선은 3월 12일부터, 유럽 노선은 17일부터 이코노미 왕복 항공권을 50만~7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포함해도 100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다. 구체적으로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는 64만5900원, 시애틀은 54만5900원, 뉴욕은 74만5900원, 하와이는 66만11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유사한 특가 정책을 펼치고 있어, 3월 21일 인천에서 뉴욕으로 출발해 30일에 돌아오는 왕복 직항 항공권의 가격은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포함해 총 79만5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양 항공사는 공식적으로 "3~4월 비수기의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정위 시정 조치 영향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운임 인상 제한' 조건을 달았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운임을 기준으로, 각 노선별·분기별 평균 운임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려선 안 된다는 조항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두 항공사가 올 1~2월 성수기에 항공권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특가 판매가 비수기 요인도 있지만, 분기 평균 운임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두 항공사의 특가 판매는 1분기가 끝나는 3월과, 2분기가 시작되는 4월 항공권에 집중되어 있다.
합병 준비 과정의 전략적 판단
지난 3월 5일 공정위와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시정 조치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이행감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대한항공 측의 시정 조치 이행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해 공정위에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처럼 공식적으로 '땡처리'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공정위가 제시한 운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가 판매의 시장 영향
이러한 특가 판매는 최근 유럽·미주 노선에 진출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같은 신생 항공사의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같은 기간 에어프레미아의 LA 왕복 항공권 가격은 61만3000원으로 아시아나항공과 단 3만원 차이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에게는 기회의 시간
이러한 항공사들의 특가 판매는 소비자들에게는 큰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해외여행 카페에서는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 직장 동료를 강제로 휴가 보냈다"는 글까지 올라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미주 노선 특가는 3월 24일까지 판매되며, 출발일은 4월 30일까지로, 봄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가 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러한 특가 판매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위의 운임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합병이 완료된 이후에는 다른 가격 정책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황금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공사 홈페이지와 여행 커뮤니티를 주시하며 특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