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앵과 뉴스터디]‘20년 인연’으로 풀어본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안갯속’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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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수 vs 소년급제
윤 대통령은 9수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일화가 유명하죠. 반면 한동훈 대표는 학부 4학년 때 고시에 합격해 이른바 ‘소년급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사람의 나이는 12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사법연수원 기수는 윤 대통령이 23기, 한 대표가 27기로 4기수 차이입니다.
윤 대통령은 부동시로 인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고, 한 대표는 사법고시를 이른 나이에 합격했다보니 공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쳤고요. 결혼도 그만큼 빨리 해서, 지금의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와 2002년 검사 1년차에 결혼합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늦깎이로 52세, 2012년에 김건희 여사와 결혼하게 됩니다. 한 대표 처가는 법조인 집안입니다. 장인은 진형구 전 대전고검장, 매제인 진동균 변호사도 검사 출신입니다. 윤 대통령 처가의 경우 장모 최은순 씨가 부동산 개발업을 하면서 가세를 키웠던 만큼 사업가 집안으로 봐야겠죠.
▶소맥 vs 제로콜라
두 사람의 ‘성향’에서 큰 차이점은 소맥과 제로콜라,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겠습니다. 처음엔 한동훈 대표를 두고 이런 말도 있었죠. ‘술 안 마시는 윤석열’이라고요. 두 사람이 워낙 검사 시절 가까웠던 사이다 보니 생겨난 말일 텐데, 실제로 윤 대통령은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기를 즐기고, 한 대표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 술자리에서도 제로콜라를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그런 한 대표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일까요. 지난 21일 면담 자리에선 정치인들의 만남 자리에서 흔치 않게 제로콜라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한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콜라를 준비하라고,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하죠. 그런데 오히려 이 때문에 여당 대표를 불렀는데, 제로콜라를 놓는 건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홀대론’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검사 윤석열 vs 검사 한동훈
지금부터는 검사 임관 이후 두 사람의 행보를 살펴보죠. 윤 대통령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첫 근무를 하게 되고요. 이후 지방 곳곳을 다니는데요. 그 중 한 곳, 강릉지청과 관련된 정치 인맥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서울대 법학과 선배인 권영세 통일부 전 장관이 이곳에서 주니어 검사로 일할 때, 사시생이었던 윤 대통령이 찾아가 인사를 나눴던 일화가 유명하고요. ‘윤핵관’ 권성동 의원도 강릉 출신으로, 다른 시기에 강릉지청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대통령 외가도 강릉이죠.
윤 대통령은 잠시 검사 직을 떠나있던 시기도 있습니다. 2001년 사직서를 내고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가는데요. 적성에 맞지 않아 1년 만에 검찰로 복귀합니다. 같은 시기에 한동훈 대표는 2001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첫 근무지가 서울이라는 것은 그만큼 연수원 성적이 좋았다는 의미겠죠. 이때 서울지검 형사9부, 지금으로 따지면 대규모 경제범죄를 수사하는 반부패부에서 분식회계를 저지른 SK그룹과 한화그룹의 최태원, 김승연 회장을 수사하죠. 검사 생활의 초장부터 굵직한 수사로 문을 연 것입니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운명적 만남
2003년, 사뭇 다른 길을 걸어왔던 두 사람이 하나의 길로 모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5대 그룹의 한나라당, 민주당 대선자금 수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수사에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대거 참여했었습니다. 여기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동고동락하면서 민주당의 대선자금 수사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계속 맡습니다.
그러다 윤 대통령은 부부장검사로 승진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발령받고요. 한 대표는 미국으로 연수를 가서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수료한 뒤 미국 뉴욕주 변호사를 취득합니다. 이후 다시 한 번 대검 중수부에 꾸려진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모이게 되죠. 당시 중수부장인 박영수 전 특검의 지휘 하에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금융당국에 로비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갔다는 의혹 역시 두 사람이 수사하게 됩니다. 지금의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검사도 합류하죠.
이렇게 함께 승승장구하던 두 사람은 2007년을 기점으로 다시 갈라집니다. 두 사람 모두 잘 나가죠.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실소유 의혹, 내곡동 사저 의혹 등이 제기되자, 2008년 이를 수사하는 특검팀이 출범하는데요. 이때 윤석열 대통령, 유상범 현 의원 등이 파견됩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논산지청으로 옮겼다가, 다시 대검 중수1과장, 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검사’로 자리매김합니다.
반면 한 대표는 이 무렵 부산으로 갑니다. 사상 첫 현직 국세청장을 구속시키죠. 이후 한 대표는 청와대로 갑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파견을 가고요. 법무부 검찰과로 넘어가 검찰 인사 업무도 하게 됩니다. 요컨대 이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계속 남아 특수검사로의 면모를 확고히 굳혀나갔다면, 한동훈 대표는 청와대와 법무부 등을 거치며 폭넓은 경험을 갖춰나갔던 것이죠.
▶윤석열의 시련 : 국정원 댓글수사
그러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윤 대통령은 검사 인생의 첫 변곡점을 맞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여주지청장 발령 직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습니다. 그런데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수사에 부정적이었고, 검찰과 갈등을 빚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이른바 ‘혼외자 사건’으로 물러나는 등 검찰 조직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죠.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역시 파고를 맞게 됩니다. 지휘부와 갈등을 빚던 윤 대통령이 상부 승인 없이 국정원 직원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게 문제가 돼서 직무에서 배제되죠. 당시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토로하면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기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 박지원 의원 등 민주당 인맥이 늘어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하죠.
이렇게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변방 생활을 하게 된 반면 한동훈 대표의 승승장구는 계속됩니다. 대검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등을 지내는데요. 한 대표는 신설부서였던 공정거래조사부를 이끌고 신세계, 동국제강, SK건설 등을 조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도 생깁니다. 2013년 폐지된 중수부를 대신해 새로 신설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2팀장으로 발탁돼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비리 등을 수사하죠.
▶윤석열의 부활 : 국정농단 특검
그러다 2016년, 10년 만에 두 사람은 다시 한 자리에 모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끄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특검팀에서요. 박영수 특검은 당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콕 집어 파견을 받았고, ‘수사팀장’이란 직제를 줘 전체 수사를 총괄하게 했습니다. 이어 한동훈 대표, 이복현 금감원장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줄줄이 차출되죠.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특검팀에 있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에 본의 아니게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례적으로 청와대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인선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이때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 검사로 발탁되고요. 이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다스, 내곡동 의혹 수사를 한 대표가 총괄했고, ‘사법농단’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합니다.
▶조국 수사, 그리고 좌천
거침없는 수사가 이어지며 윤 대통령, 고검장을 패스하고 곧바로 검찰총장에 임명됩니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는 지나치게 빠르다며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 때 윤석열 총장을 민 게 양정철 전 비서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대표 역시 최연소 검사장으로 임명되면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되죠. 두 사람 검찰 정점에 서나 했는데 곧바로 시련이 닥치죠.
문 대통령은 당시 검찰총장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말하는데요. 이 말대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혹독하게 수사합니다. 자녀 부정입학 의혹, 자녀 장학금을 통한 뇌물 의혹, 사모펀드 의혹, 민정수석 시절 감찰 무마 의혹 등 제기된 의혹을 전방위로, 고강도로 수사하죠.
시련이 시작됩니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정치권 공방의 한복판에 서게 되고, 한 대표는 검사 인생에 처음으로 좌천을 거듭하게 됩니다. 검찰 인사권을 법무부장관이 주도해서 행사했기 때문이죠. 한 대표는 대검 반부패부장 임명 6개월 만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해 버립니다. 마음이 아팠던 걸까요. 윤 대통령은 당시 지방 고검, 지검 첫 순회지로 부산을 택하며, 한 대표를 만나러 갑니다.
이후 한 대표는 법무연수원, 사법연수원으로 거듭 떠돌며 수사와는 멀어지죠.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런 말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사냥개를 원했다면 날 쓰지 말았어야 했다”고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대통령과 비슷한 말을 남긴 것이죠.
▶정치 입문도 거침없이
두 사람의 정치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 모두 거침이 없죠.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을 임기 도중 사퇴합니다. 그리고는 넉 달 뒤인 7월 말 국민의힘에 입당합니다. 넉달 뒤 11월 대선후보가 되고, 이듬해 3월 대통령이 되죠. 수사하던 스타일대로, 정치권에 입문해 대통령에 도전하는 과정도 거침이 없습니다.
한 대표 역시 거침없이 당 대표가 됩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된 뒤, 4개월 뒤 총선, 그리고 석 달 뒤 대표가 되죠. 이번 재보선을 무난히 치러내며 당내 세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공통점은 대중 인기를 앞세워 빠른 시간 내 당을 접수한 겁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당내 보수 세력들은 과연 정체성이 맞는 사람이냐 의심의 눈초리도 보냅니다. 정치 초보, 당을 모르는 사람이 선장이 된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죠.
한 대표가 총선 패배 이후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할 때 출마를 결심한 배경에 그 대목도 있어 보이죠.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처럼 대선 앞두고 ‘짜잔’ 나오자는 조언이 많았다죠. 어차피 국민의힘에 사람도 없다면서요. 하지만 두 번 연속 정치력이 입증되지 않은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긴 어렵다며 독자적인 정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한 대표는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이고요.
윤 대통령은 입당 전에 이미 검찰총장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체급을 키우고 있었죠. 그래서 바로 야당 대선후보로 직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대선까지 2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어떤 관계로 갈 것이냐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침없이 달려온 건 비슷했지만, 처지가 조금은 다른 것이죠.
▶뚝심 vs 논리
두 사람의 정치 스타일은 상당히 다른 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뚝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표적인 게 의료개혁이죠. 총선 때 당에서 “2000명 증원 규모를 고집하지 않는다” 한 마디만 해 달라 요청했지만 밀고 나갔죠. 윤 대통령에게 ‘뚝심’은 곧 ‘진정성’을 상징하기도 하는데요. 좌고우면하지 않고, 번복하지 않고, 밀고 나가면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란 믿음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담 후에도 “돌을 맞고 가겠다”는 말을 남겼죠.
반면 한 대표는 매사 ‘논리’와 ‘디테일’을 따지는 편이죠. 의료개혁도 의사와 같이 가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드니 여야의정 협의체로 논의를 하자고요. 여론의 동향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일반 여론조사 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도 늘 주목하는 편이죠.
‘스킨십’에서도 차이가 엿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식사정치를 중요시하죠. 관저에 초대해서 술도 곁들이며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반면에 한 대표는 ‘탈여의도 정치’를 표방하면서, 여의도 문법이 아니라 5천만 국민의 문법을 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죠. 그러다보니 의원들과 밥 먹는 것 보다, 업무적인 사무적인 관계가 되곤 하죠.
윤 대통령은 내 사람들 잘 챙깁니다. 이른바 ‘형님 리더십’이죠. 검찰총장의 역할은 검사의 정당한 소신에 버팀목이 돼 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죠. 후배들 빈소에 늘 끝까지 앉아있는 걸로 유명하죠. 반면 한 대표는 개인적 인연보다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중용하려는 스타일입니다. 검사 초년 시절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그런거 안 통하는 애가 되니까 일하기 편했다’고 회고하기도 하죠. 친분, 인맥이 꼭 중요하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대표는 처가에서 뭔가 정치적인 조언을 하고 있냐는 소문에 매우 예민합니다. 사적인 게 공적인 것에 개입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죠.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 김건희 여사가 조언을 하는 걸로 전해지죠. 대선 초반에 명태균 씨와 연락도 주고 받고요. 이런 스타일 차이는 두 사람의 정치적 충돌에 일정 부분 영향도 미쳤을 걸로 보입니다.
항간에 이런 말도 있죠. 윤석열 대통령에게 실망한 사람은 서울대 법대, 검사 출신은 이제 뽑지 않겠다는 말을 한다고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에선 한 대표가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한 대표로서는 앞으로 ‘한동훈 식 정치’를 계속 증명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격차 해소와 정치 개혁이라는 두 가지 어젠다를 제시했지만, 아직 알맹이는 채우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또 차기 대선 과정에선 두 사람이 어떤 행보를 걷게 될지 주목됩니다. 퀴즈 나갑니다.
정답을 아신다면 유튜브에 ‘동앵과 뉴스터디’를 검색해서 해당 영상에 댓글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시원한 커피를 드립니다.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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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기자, 김정연 작가, 정현우 기자
연출: 황진선 PD
편집: 허수연‧박현아 PD
동정민 기자 ditt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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