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무의촌과 의료 공공성

양훈도 논설위원 2025. 12. 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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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훈도 논설위원

요즘은 무의촌이라는 말을 듣기 어렵다. '의사가 없는 마을'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의사 없는 마을'은 21세기 경기도에도 수백 곳에 이른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저 예전처럼 무의촌이라 부르지 않을 따름이다. 말이 낡아서? 아마도 의사의 배치가 완전히 시장의 기능에 맡겨졌기 때문 아닐까? 무의촌이라는 말에 따라붙던 부끄러움과 안타까움마저 시장에 내다 버렸다면 지나칠까? '응급실 뺑뺑이'가 빈번하게 뉴스에 올라도, 분노와 수치는 그때뿐이다.

보건소에는 의사가 상주해야 한다. 그 아래 단계인 보건지소에도 의사(공중보건의)가 배치되는 게 정상이지만, 상주 의사가 없는 곳이 많다. 그래서 몇 개 보건지소를 의사들이 순회하며 진료한다.

보건지소 아래 단계가 보건진료소다. 보건진료소에는 아예 의사가 없다. 담당 간호사가 지역민의 건강을 돌본다. 보건진료소 간호사는 일부 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1980년대 초반에 도입된, 무의촌 대응 궁여지책이다. 보건진료소마저 없었다면 초고령화되어 가는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은 도대체 누가 돌보았을까.

공공데이터를 검색해 보니 경기도에도 보건진료소가 158개나 된다. 경기도 북동부뿐만 아니라 대도시 주변에도, 보건진료소가 의료 최일선을 맡고 있는 곳이 여러 곳이어서 놀랍다. 이곳 간호사들이 일상적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경기도가 이럴진대 다른 곳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무의촌이 사라진 이유는 무의촌이 너무 많아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말 이천시에서 '시니어의사'를 도입해서 효과가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역에서 수십 년간 진료해온 70대 의사를 보건소에서 다시 일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니어의사'다. 이천시만 해도 공중보건의가 모자라 2명이 5개 보건지소를 요일별로 순회하며 진료하는 실정이다. 지역과 지역 사람을 잘 아는 노련한 의사가 다시 청진기를 들어 나쁠 게 없다.

의사협회는 최근 법제화가 진행 중인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직업 선택권 침해', '실효성 부족', '지역의료 붕괴의 근본문제 외면' 등이 의협이 내세우는 반대 명분이다.

의료의 공공성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의사협회가 무의촌의 건강돌봄과 의료를 이렇게 대응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건강과 생명은 시장이 실패하는 곳에서도, 아니 그곳에서야말로 지켜져야 한다.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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