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분석]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켜라…눈에 띄는 '검사 출신 전문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그래픽=박진화 기자)

"현대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에서 미세하지만 누적되면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요인들을 철저히 살펴 대비해야 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그룹의 캐시카우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0년간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있었다. 2대 주주 쉰들러와의 법정싸움 등을 비롯해 수천억원대의 배상금과 파생된 지배력 약화로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분율 확보 전략까지 동원돼야했다. 지난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H&Q파트너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중대 고비를 맞이 했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 회장 입장에서는 위기를 넘기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가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달 28일 충청북도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에서 열리는 제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희원 동국대 법학과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한희원 교수는 법조계 전문가로 한양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국민대 대학원 지역경제 석사과정, 연세대 행정대학원 지방자치 및 지역경제 석사과정 등을 거쳐 경영 및 경제 분야에도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직 두루 섭렵한 '법무통'…사법적 선제 대응 임무

한희원 교수는 24회 사법시험 합격 후 1992년부터 검사 요직을 두루 섭렵하고 현재 동국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법조통'이다. 1958년 강원도 속초시 출생으로 춘성고, 고려대 법학과, IUPUI대학원, 호서대 대학원 등을 졸업했다. 대구지방검찰청, 서울지방검찰청,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대검찰청 기획과를 거쳐 2002년부터 6년 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조사국장에 부임한 뒤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국가경찰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희원 현대엘리베이터 사외이사 후보.

현대그룹에게는 법적리스크가 '아픈 손가락'일 수 밖에 없다. 2014년 2대 주주인 쉰들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쉰들러는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차액정산옵션, TRS(총수익스왑) 계약 관련 손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현정은 회장에게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금이 부족했던 현 회장과 현대홀딩스컴퍼니 등은 현대엘리베이터 977만5139주에 대한 주식담보대출로 손해배상금을 완납했다. 이는 쉰들러의 경영권 도전을 위한 빌미가 됐다. 쉰들러는 매번 1만~10만 주에 해당하는 지분을 1년여에 걸쳐 팔았다. 주식담보대출이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해 반대매매가 진행되는 부분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사주 소각과 취득으로 맞불을 놓으며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 부양에 나서는 한편 지주사 전환을 모색했다. 현대네트워크는 지난해 8월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 부문인 현대홀딩스컴퍼니와 사업 부문 현대네트워크로 분할했다. 이후 존속회사인 현대홀딩스컴퍼니가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사실상 지주사의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8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를 보유한 KCGI자산운용은 현 회장의 사임 등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말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 직책을 모두 내려놨다. 결국 쉰들러 소송의 대법원 패소가 현 회장의 사임으로 이어진 셈이다.

현대그룹의 '황금알'…당기순이익 300% 증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종속기업 현황. (자료=전자공시)

결국 지분 확보 방식으로 경영권을 유지했으나 직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현 회장에게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방어가 당면 과제일 수 밖에 없다. 재무재표상 현대그룹의 수익사업이 현대엘리베이터에 급격히 쏠려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연간 기준 연결당기순이익은 3098억5127만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6%나 증가한 수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승강기 등 물품취급장비제조 63.2%, 승강기 유지보수 등 설치 및 보수서비스업 21.1% 등 80% 이상이 엘리베이터 사업에 쏠려있다.

반면 현대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은 적자를 지속 중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74억23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둔 현대무벡스를 제외하면 현대(중국)전제유한공사 100억6400만원, 현대엘앤알 2억6900만원, 터키 이스탄불법인 94억8400만원 등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냈다. 특히 현대아산은 무려 580억1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조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