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류형 공간 구성 방식으로 시원한 자연 바람이 쉬어 가는 집

PART 01 / 자연과의 교류로 쾌적함을 얻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특히 온도, 날씨, 공기의 흐름과 같은 자연 환경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은 여러 가지로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 환경의 위험 요인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 집을 짓고 살아 왔으며, 또한 자연과의 교류를 유지하면서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공간 구성도 갖춰 왔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이규환 대표 건축사(그린포럼건축사사무소)

한옥의 공간 구성 / 환경차단형 주택
중동의 윈드캐처

시원한 바람을 실내로 유입시키는 자연 원리
한옥의 경우는 처마 공간을 통해서 여름철 햇빛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볕이 실내로 들어오게 하는 환경 대응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뿐만이 아니라 대청마루와 마당과의 관계는 인간이 환경과 교류하는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대청마루는 지붕이 있어 그늘진 공간을 형성하며 평소 앞과 뒤가 개방돼 있어 실내 공간임과 동시에 실외 공간의 성격을 지니는 중간 단계의 전이공간을 형성한다. 반면, 마당은 하늘이 열려 있어 여름철 햇빛으로 마당 바닥이 따뜻해져서 마당 안에 있는 공기의 대류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 결과 마당의 공기가 빠져나가고 그 빠져나간 공기만큼 그늘진 뒷마당의 시원한 공기가 대청마루를 통과해서 채워지게 된다. 즉, 대청마루에는 자연의 원리만으로 공기의 흐름이 발생해 시원한 바람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노력은 멀리 중동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연 냉방기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할 수도 있는 그런 무더운 지역에서도 사람들은 외부 공기를 시원하게 실내로 유입시키는 윈드캐처windcatcher라는 공기탑을 만들어 무난히 환경에 적응해 왔다.
이렇듯 자연의 원리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최소한의 쾌적성을 누리며 생활해 올 수 있었으며 환경 훼손 없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왔다.

전이공간
환경교류형 주택 구성

환경차단형 주택과 환경교류형 주택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생활이 좀 더 다변화되고 좀 더 많은 쾌적성을 요구하는 소비심리가 확대되면서 자연 환경의 원리를 무시한 많은 자원 훼손이 이루어졌고, 급기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라는 재난의 시대를 맞은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제는 도저히 예전과 같은 자연의 원리만으로는 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때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떠한 공간 구성을 요구해야 할 것인가? 지금부터는 간단하지만 우리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주택의 공간 구성 방법을 한 가지 생각해보려 한다.
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우리의 생활을 쾌적하게 만드는 주택 공간구성 방법으로 환경차단형 주택과 환경교류형 주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환경차단형 주택은 단열과 기밀을 철저히 하고 기계식 환기 장치를 이용해 온도 에너지에 관한 한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독일식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라 불리는 이 주택은 높은 에너지 절약 효과와 다양한 기계식 환경 조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환경과의 차단을 전제로 하는 주택 형식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시설 내에만 체류하고자 하는 시설 의존증(Hospitalism)의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환경교류형 주택은 한옥에서의 대청마루와 같이 환경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실내 공간의 일정 부분을 외부 환경과 교류하게 하여 적정한 에너지 절약은 물론 인간의 환경 적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게 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한 공간 구성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 이번 글의 주요 목적이다.

환경교류형 주택 구성

대류식 자연 환기를 만드는 공간 구성 방식
거주자의 안전과 프라이버시 보호는 물론 냉난방 에너지 절약이라는 관점에서 대부분의 주택들은 폐쇄적이고 밀집형으로 계획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같은 일종의 환경 차단형 방식으로는 환경과의 교류와 자연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실내 공간과 외부 환경이 만나는 중간 부분에 외부 환경 성격을 갖고 있는 내부 공간인 전이공간을 현관 부분에 도입했다. 그리고 이 전이공간형 현관을 중심으로 세로축인 남북 방향은 한옥에서의 뒷마당과 대청마루 그리고 앞마당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게 하고, 좌우의 가로 방향에는 일반적 주택의 공간구성 요소들인 침실과 거실, 주방, 식당 등이 위치하게 한다. 여기에서는 이 중 세로축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전이공간형 현관은 현관 출입구와 아트리움이라는 2개의 공간으로 나눠진다. 이때 아트리움은 약 2개 층의 높이로 형성되며 2층 높이 부분의 아트리움 남측 전면, 즉 현관 출입구 상부는 남측의 햇빛을 실내로 받아들일 수 있게 큰 창문을 설치한다. 아트리움과 만나는 실내 공간은 중문을 설치해 출입 및 공간적 소통이 가능하게 구성한다.
그리고 아트리움 지붕 부분에는 무동력 흡출기를 설치해 대류현상으로 실내 공기의 상승과 외부 바람으로 공기가 배출될 수 있도록 구성한다. 또 현관 출입구 상부에는 아트리움과 외부를 연결하는 통기관을 설치해서 외부 공기가 실내로 유입될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은 구성만으로 나타나는 환경 원리적 현상을 생각해보겠다.
아트리움 상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면 실내의 공기가 가열돼 대류현상이 발생하고 동시에 무동력 흡출기를 통해서 상승한 실내 공기가 외부로 배출된다. 이때 외부로 배출된 만큼의 공기가 현관 출입구 상부에 설치된 통기관을 통해 외부에서 유입되거나 실내 중문의 개방 정도에 따라서 실내 공기가 배출된다. 아주 간단한 공간 구성만으로 365일 자연 환기가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에너지 절약을 위한 축열체형 열회수 환기방식 및 아트리움 실내정원 구성방식 등의 특징들이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맞통풍 구조 / 냉방부하 저감 자연환기 시스템

한옥 대청마루와 같은 시원한 바람 느낄 수 있어
아트리움과 세로축으로 연결되는 실내 중문을 개방하면 식당이나 응접실 또는 작업실 등의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형성된다.
이곳은 또한 다양한 공간을 연결하는 홀Hall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자면 한옥의 대청마루와 같은 용도를 갖는 곳이다. 실내에서는 이 공간이 중심이 돼 좌우로 생활공간이 위치하고 남북으로 공기의 흐름과 함께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게 한다. 특히, 공기의 흐름에 있어 다목적 공간의 북측 창문을 열면 북측의 그늘진 공간에서 형성된 시원한 공기가 실내 다목적 공간을 거쳐 아트리움의 대류현상을 거쳐 외부로 배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모습은 앞서 설명한 한옥의 대청마루와 마당의 작용에서 나타난 시원한 자연 바람이 발생하는 모습과 같다. 즉, 다목적 공간에 있으면 북측의 그늘진 공간에서 유입되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며, 아트리움을 통해 365일 자연 환기가 되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로 다목적 공간에서 북측으로 높은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큰 창문을 설치할 수 있으며, 이때는 겨울철 차가운 바람의 직접적인 실내 유입을 막기 위해 외부에 바람막이용 루버 창문을 설치할 수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역시 생략하기로 한다.

지금까지의 내용들은 자연 환기를 실내에 적용한 방식을 설명한 것으로 현대의 폐쇄형 주택 방식에서도 공간 구성을 일부 변경함으로써 환경교류형 주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공간구성 방식만 좀 더 고민해본다면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도 충분히 현재의 환경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가 냉난방 에너지를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없다.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인간의 안전과 건강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조금은 인내하며 인간 스스로 환경 변화를 느끼고 적응해 가는 주택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주택의 공간구성 방식을 제안해보았다.